땅풀이 과장. 지신밟기식으로 진행된다.
전라도의 액과 한이 서린 땅을 설정하여 그 곳에 맺힌 아픔을 달래며
내 고향 내 땅에 대한 애착의식을 보여준다.
수몰과 이주 과장. 섬진강 댐이 완성되면서 수몰민들은 땅과 혼을 잃는다.
그들은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그들은 보상을 받아보려고 힘을 합쳐
항의와 진정서를 제출하나 농수산부와 건설부는 서로 책임을 회피한다.
결국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채 그들은 계화도 시험답 및 가경지,
반월 염전, 동진유지, P.L, 계화도 등지로 강제 이주를 당한다.
땅뺏기놀이 과장. 계화도로 이주 배정을 받은 섬진강 수몰민들은 계화도에
정착하려 한다. 그러나 지주, 브로커, 공무원, 계화도 간척지 개발사업소장
등에게 땅을 헐값에 빼앗긴다. 그들은 증권위조, 허위 수몰민 조작, 증권을
담보한 부채, 공갈, 사기, 회유 등의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땅을 빼앗아 간다.
‘화리’ 과장. 농민들은 계화도 지역에서 성행하고 있는 소작 제도인 화리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 화리 제도는 다음 해 농사를 짓기 위해 이번 추수 시
미리 돈을 지불해야 하며, 농지세, 수세, 소득 역할세 등 세금까지 경작자가
부담해야 하는 제도이다. 명옥네는 빚을 갚기 위해 화리를 짓다가
세금 때문에 빚만 더 지게 되어 야반도주하다가 잡힌다.
계화도 농민들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으며 힘겹게 살고 있다.
이사굿풀이. 고통과 아픔이 계속되는 나날이지만 농민들은 땅을 지키며
살아간다. 이러한 척박한 땅에 사람들이 이사를 오고 원래 있던 사람들은
현실을 견디지 못해 이사를 간다. 계화도 농민들은 이사굿을 치며
이 세상 어디를 가든 땅을 진정으로 부둥켜 안고 살아가기로 한다.
놀이패 '녹두'의 첫번째 정기공연 작품으로 1984년 12월 12일간 양일간에 걸쳐 놀이판 '녹두골'에서 공연되었다. 그후 이 작품은 1985년 1월 전북 김제에서의 공연을 거쳐 서울 애오개 소극장에서도 공연을 가졌다.
비록 액과 한이 자욱한 서러운 땅일지라도 땅은 삶의 젖줄기이기에, 땅을 밟는 마음은 지신(地神) 밟듯 경배하는 마음일 터이다. 이 작품은 이 숙연한 정신의 놀이적 외화인 땅풀이 과장을 서곡으로 펼치면서, 세 과장에 걸친 ‘살’의 내력풀이를 엮어가고 있다. 사건극 범주에 드는 살풀이 부분은 “정작 땅의 참주인인 끈질긴 민초들이 어쩌면 영문도 모른 채 자기의 당에서 유배당한” 그 살의 정체에 대한 집요한 까발김이다. 섬진강 수몰민들이 계화리 간척지로 등을 떠밀리는 과정을 공동체 집단주체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면서, 그러한 과정에 내재한 사적 모순의 찌꺼기들을 낱낱이 들춰내려는 성실한 주제의식이 엿뵈는 부분이라고 할까. (……) P.L.로 내쫓겨날 진퇴양난의 질곡 속에서도 “영어로 된 논?”을 반문하는 등, 절묘한 완곡어법들의 저수지라 칭할 만큼 작품 전편에 살아 꿈틀거리는 생생한 대사들. 항상 영문 모르고 당하는 고통에 대한 암묵적 풍자가 넉넉한 해학의 어법과 찰진 조화를 이룬 대사의 풍년은 이 작품이 지닌 손꼽히는 장점일 것이다. 그리고, 중첩적으로 삶을 조여오는 척박한 조건 속에서도 순박한 안정감과 앞날에 대한 탄탄한 믿음의 끈을 결코 놓지 않는 질긴 생명력은 그야말로 이 땅의 참주인들의 이상적(理想的) 전형일 수도 있다. 바로 여기에서 생생하고 기름진 <계화도 땅풀이>의 대사들이 이상적인 민중적 전형성 창출에 큰 몫으로 기여하고 있음도 뚜렷이 읽어낼 수 있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영진 원작 이철희 재구성 '맹' (1) | 2025.01.09 |
---|---|
이해제 '달토끼가 말했어' (2) | 2025.01.09 |
민복기 '우체부가 된 천사' (1) | 2025.01.08 |
문진영 '자목련 필 무렵' (2) | 2025.01.07 |
연우무대 공동구성 '판돌이 아리랑고개' (2) | 2025.0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