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도시 서울에 '테러리스트'가 나타났다!
현대 인류문명이 하루가 다르게 확대 재생산해내는
결과물들로 넘쳐나는 도시, 우리들이 지금 살고 있는 곳,
서울의 곳곳에서 약국에 대한 무차별적인 테러와
방화, 살인 등이 한 테러리스트에 의해 자행된다.
자칭 '테러리스트'로서 우리를 종속하는 공작으로 <약>을 규정하고
이에 거룩한 순교자의 정신으 로 싸워나가는 주인공 박수는
그 범위와 대상을 점점 확대해 나간다.
만화같은 인간 군상들! 그들이 쏟아내는 토사물이 넘쳐나고...
마침내 한 곳의 테러 현장에서 주인공은 건강한 헤라클레스가 되기 위해
약을 찾았으나 그 약에 종속되고 표류하다
결국 한웅쿰의 알약을 털어넣어야 하는 증독사의 모습으로
경찰과 대치하다 결국 처절한 최후를 맞고 만다.
가능한 한 비워둔 무대에서 수많은 등장인물을
안정된 수의 배우가 극의 템포 만큼이나 빠르게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이 흡사 만화를 보는 듯 하다.
박범수가 상대하며 극 중간중간에 끼어드는 것들에는 약장수의 좌판,
넘쳐나는 TV 약광고의 속내와 음모, 분노하는 농민과 경찰들의 이전투구,
그리고 언제나 최후의 피해자로 나는 우리들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그려진다.
작가의 글 - 고선웅
친구 할머니를 찾아갔다.
그냥 가기 멋적어 뭘 사가면 좋겠냐니
친구 말이 박카스를 제일 좋아라 하신단다.
그래 수퍼에서 박카스를 한 빡스 샀다.
해도 내심 폼나는 걸 사지 못한 죄스러움에 배시시 웃으며 내놨는데...
얼레리 경악지경으로 좋아하시네 먹을 줄 알어라고 물으시길래,
아니요, 못먹습니다라고 했다. 그리 딱 한번 묻고 답했다.
그 분은 다시 박카스를 빡스에 쟁여 넣었다.
뺄 때보다 넣을 때가 배는 빨랐다. 노안(老眼)에 화들짝 서리는 빛이라니!
약국간판은 영화관 간판만큼이나 비대해지고 클럽간판 만큼이나 선정적이 돼간다.
어떤 채널을 돌리든 약 광고는 무한정 쏟아진다.
우리는 약을 먹어야 정상일 수 있다는 강박증에 시달린다.
간장은 언제나 지쳐있고 위장은 언제나 헐어있으며 머리는 심각한 두통에 지끈댄다.
무슨 말이든 해야될 성 불렀다.
하지만 연극은 때로 사회적인 문제를 어설피 다루면 못봐줄 때가 다반사다.
정치적인 건 까서보면 맹탕이기 일쑤고 교훈적인 건 낯짝이 다 화끈댄다.
거룩하지도 교훈적이지도 않게 할말은 하는 게 뭐 없을꼬?
藥테러樂은 어설프지만 그런 속셈이 깔렸다.
그러다 보니 휘이 돌아도 가고 딴 얘기도 넣고.존경하는 어느 先生,
내게 철학을 가지라신다. 그 말씀 두고두고 머리 속에서 자맥질이다.
부족한 졸고를 정성으로 읽어주신 작은신화 스탭 배우 여러분과
기획을 맡아 수고해주신 인터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리며 아울러
연출을 맡아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최용훈님께 머리 숙여 고마움을 전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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