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6년(고종3년) 병인년. 흥선대원군이 섭정으로 실권을 행사하던 때다.
대규모 천주교 박해가 시작된다. 사원을 철폐하기 위한 전초 단계로
왕명을 안 따르면 천주교도와 같은 참수형에 처할 것이라는 경고이다.
이 병인 박해 때 천주교도를 밀고한 이가 있다. 안기선(안드레아)신자이다.
그는 배교를 선언했고, 그가 아는 주교를 비롯한 신도들을 밀고하여
새남터 형장에서 참수당하게 한 것이다. 안기선은 이 일로 조정의 신임을 얻었고
흥선대원군이 러시아가 함경도 국경을 유린하려는 정보에 대항하기 위해
조선에 와있는 프랑스의 신부들을 이용해 프랑스에 도움으로 러시아에
압력을 가하도록 협조해줄 것을 계획한다. 이때도 안기선은 양다리를 걸치고
천주교 쪽에 베르뇌 주교와 다블뉘 부주교가 나서주기를 요청한다.
이 일이 잘 되면 천주교가 조선에서 인정 받고 박해 없이 번성할 것이라고.
그러나 질질 시간을 끌며 대원군의 면담도 마다하던 베르뇌 주교는 반대한다.
이유는 종교가 정치에 휘둘려선 안 되며, 프랑스가 일개 신부인 자신의 말을
결코 듣지 않을 것이라고. 결국 대노한 흥선대원군의 천주교 탄압이 시작된다.
병인박해이다. 베르뇌 주교와 다블뉘 부주교를 비롯한 신부, 수많은 신도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그러나 안기선은 살아남는다. 주요 정보를 제공했고,
그 배교를 밥먹듯 했기에. 게다가 대원군의 부인인 민부대부인에게 잘 보였기에.
그리고 천주교 신도를 잡아 출세하려는 정문수 포교의 협박으로 계속 신도들,
미사 정보를 알려주는 처지가 된 것이다.
신도들 사이에서는 유다 같이 예수를 팔아먹는 놈이란 별명을 얻는다.
안기선은 과연 어떻게 될까?
이 작품은 역사적 사실과 픽션이 맞물려 있다.
큰 흐름의 천주교 박해 및 사원 권한 축소, 그리고 등장인물에서도
많은 실존인물들이 그대로 나온다. 그러나 안기선을 비롯한 일부 인원들,
신도들은 작가가 만든 인물들이다.
대원군 집권시절의 이런 스토리도 흔하지 않고, 병인 박해 역시 마찬가지이다.
극단 성좌 59회 공연작(1986년. 12월. 권오일 연출. 세종문화회관별관)으로
이재현씨가 쓴 이 작품은 역사적인 사건과 어우러져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인간과
대원군의 모진 박해를 비폭력 포용으로 감싸안는 신도들,
민초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준다.
병인박해
병인박해(丙寅迫害)는 조선에서 자행된 천주교 박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최후의 박해이다. 1866년(고종 3) 병인년에 시작되어 병인박해라고 불리며, 그 여파는 1873년(고종 10) 흥선대원군의 실각까지 장장 8년간 지속되었다. 병인박해의 발생은 대내적으로 누적된 천주교 사상에 대한 부정적 인식, 그리고 천주교에 대한 국가의 공식적인 금지령이 본질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박해를 직접적으로 촉발한 원인은 첫째, 변경에 접근한 러시아의 남하를 막기 위해 천주교 세력을 이용하려다가 중지된 점, 둘째, 흥선대원군의 정치적 선택으로 천주교를 박해한 점을 들 수 있다. 병인박해는 1866년 봄을 시작으로 이후 3차례에 걸쳐 발생하였다. 1866년 여름 병인양요(丙寅洋擾)에 대한 보복으로 천주교 신자를 대대적으로 처단하였으며, 1868년(고종 5)에는 남연군묘(南延君墓) 도굴사건 이후 천주교 신자를 박해하였다. 마지막으로 1871년(고종 8)에는 신미양요(辛未洋擾)에 대한 반작용으로 박해를 가했다. 1868년과 1871년은 별도의 사건으로 무진사옥, 신미사옥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이는 병인박해의 영향 하에서 자행된 연속된 사건으로, 병인박해의 일부로 지칭되고 있다. 이러한 병인박해는 1873년 흥선대원군의 하야와 함께 종결되었다. 이후 1886년 프랑스와 조선이 국교를 맺고, 병인박해 희생자들을 순교자로 인정하며 추숭 조치가 단행되면서 박해는 최종적으로 마무리된다. 해방 이후인 1968년에는 순교자들을 복자로 추숭하였고, 1984년에는 성인으로 추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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