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45분. 한 여자가 지하철 플랫폼에서 울고 있다.
입사원서를 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남자는 울고 있는 여자 곁을 떠나지 못한다.
아무도 없는 지하철역에서 여자는 왜 울고 있는 걸까?
남자는 여자 주위를 서성거리기도 하고, 말을 걸기도 하고, 달래보기도 하지만
여자는 울음만 이어갈 뿐 사연을 말해주지 않는다.
이야기는 현재 시점의 지하철,
어린 시절의 놀이, 아픈 이별의 기억, 생의 포기를 마음먹은 여자와의 만남,
이렇게 시간을 오가며 전개된다.
청년이 6년을 사귄 그녀로부터 이별을 통보받는 장면과
어릴적 놀던 청기 백기 놀이 등에선 1인 4역의 여주인공이 열연을 펼친다.
장난스레 남자친구를 골탕 먹이는 발랄 깜찍한 얼굴과 목소리,
잔혹한 이별을 고하는 옛 애인의 가슴 아픈 표정과 대사,
사랑한단 말을 건네며 함께 춤을 추고 싶으나 받아주는 이 없어 절망하여
포기하는 지친 어깨의 여자...
여기서 왈츠는 낭만과 어울림의 상징일 것이다.
마지막 만나는 사람에게 하고 싶었다는 말을 건네곤
사라진 투신녀가 남기는 ‘사랑해요’ ‘우리 왈츠 출까요?
지하철에서의 낯선 만남. 누구나 울고 싶은 세상이다.
그러나 마음 편하게 울 수 없는 세상이다.
<울고 있는 저 여자>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울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에서 출발한다.
여자가 울어대는 이유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남자의 관심은 우는 여자에 대한 연민과 인간애로 발전해 간다. 우는 여자를 바라보고 있는 무관심한 세상(관객)에게 질타를 퍼붓기도 하고 여자의 울음을 달랠 수 없는 자기 자신을 속상해하면서 남자는 문득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울음을 발견하게 된다. 울고 있던 저 여자는 남자의 울음을 보고 다시 눈물에 젖게 된다. 남자가 울고 있는 저 여자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건 바로 울고 있는 나 자신을 누군가 툭 건드려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였을 것이다. 울고 있는 저 여자에게 뱉었던 모든 말들은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 너무나 해주고 싶었던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울고 있는 저 여자>는 2004년 대산대학문학상 희곡부분 당선작으로 2005년 연극(남미정 연출/김소희 이승헌 출연)으로 초연된 <울고 있는 저 여자>는 서울, 부산 공연을 통해 '감성을 울리는 밀도있는 무대'로 호평받았다. 또한 지난 2008년 8월에는 부산 가마골 소극장에서 뮤지컬로 구성된 새로운 무대를 선보여 젊은 관객층의 공감대를 형성했던 작품이다. (뮤지컬 대본 이채경)
이 연극은 어둡다는 게 다르지만... 청년은 그녀를 정신 나간 여자쯤으로 취급하고 무시해 버렸지만 지금 울고 있는 저 여자를 보면서 같은 실수와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용감히 말을 건다. 울고 있는 저 여자를 보고 있는 이제야 함께 사랑하잔 용기가 필요함을 알지만 그녀는 예전의 자신처럼 뿌리치고 가버린다. 소속이 없어 갈 곳이 없고 먼저 내미는 손조차 잡아주지 않는 현실에 좌절한 청년도 결국 지하철 아래로 사라진다. 지하철의 실감 나는 굉음과 어둠... 가난 때문에 헤어져야 했기에 가난만이 장벽인 줄 알았던 남자는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고, 헤어짐이 슬퍼 울면서도 다른 이의 손은 잡을 줄 모른 여자는 떠난 뒤에 비로소 깨닫는다. 우리는 왜 먼저 손 내밀지 못하는가? 이 무지하고 슬픈 상황은 지금도 계속되리라.... 사랑은 누구나 겪어야 할 아픔, 너무 힘들어 말라. 만남이 쉽지 않으나 보내는 것 또한 중요하니 떠나보내는 지혜가 사랑을 다시 오게 만드는 법. 먼저 손 내미길 두려워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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