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최헌 '군화의 색'

clint 2024. 11. 16. 14:19

 

 

때는 1968년 하반기. 
장소는 체코슬로바키아 수도 프라하에 있는 소련 점령군 사령부 내.
민주화에 열망인 체코의 대학생들의 데모가 연일 이어진다.
그들은 자유와 빵을 달라는 간단한 구호로 비폭력 시위를 한다.
그러다가 소련 탱크를 불지른 과격한 시위가 일어나자 
소련 점령군은 일제 소탕에 나서고, 주범인 체브르크를 잡는다.
그는 이 사령부에서 회유와 협박으로 조직구성을 밝히라고 한다.
그러나 단독범이라고 우기는 테러리스트. 
그는 결국 혀를 깨물고 혈서로 "자유!"를 남기고 자결한다.
이 모든 사항은 소련 점령군 부사령관 이바노프 소장이 지휘한다.
또 한편으로 소련 점령군 병사(의무병)인 스콜스키가 있다.
그는 시위현장에서 흥분한 시위대에게 소련군이 총을 쏘자    
누군가 던진 맥주병에 지휘관이 머리가 깨져 그 장교를 치료하다 말고
그 옆에 총에 맞은 프라하의 소녀를 치료하다가 명령불복종으로 구속된 것.
이름은 스콜스키. 그는 그의 숙부가 모스코바 당중앙위원이라 
점령군 내의 장성들도 무시 못하는 듯한데, 아무튼 진상파악을 위해
그를 부르는 부사령관 이바노프, 그리고 불려온 스콜스키.
군화 얘기부터 시작하다가 스콜스키의 그런 행동의 진실을 묻는다.
스콜스키는 그 프라하의 소녀가 마치 자신의 누이동생과 같아서
소녀를 치료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바노프의 집요한 심문에 본심을 털어놓는다.
스콜스키의 말은 우리는 이렇게 자유를 외치는 프라하시민들이 부럽다.
우리 소련은 몇몇의 정치가에 휘둘려 미래가 없다. 그래서 부러운 것이다...  
결국 이바노프는 그를 반역죄로 군법회의에 넘길 것을 명한다. 
반역죄라서 사형 아니면  시베리아 장기복역형이다. 
그를 구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으나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를 마지막 면회한 리자에게 스콜스키는 마치 프라하 데모대들 같이 
"자유!"를 외치는 그의 목소리를 듣는다. 

 



극단 현대극회에서 1969년 공연한 이 작품은 체코슬로바키아 "프라하의 봄"을 다룬다. 
등장인물도 전부 체코슬로바키아인과 소련인들이다. 지금은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나눠졌지만 그 당시 동구권은 구 소련의 영향권 하에 있었기에. 그 당시 체코슬로바키아인들의 구호는 "자유와 빵!"이었고, 대부분 비폭력시위였다고 한다. 아무튼 이 작품에서는 체코슬로바키아인의 자유를 외치는 시위속에 소련군 병사가 그들에게 동화되어 자신도 자유를 부르짓는 것으로 끝난다.

1969년이면 우리나라도 어려웠던 시기였기에 허리 졸라매고 잘살아 보려고 발버둥 치던 때에 이런 연극으로 나마 울림이 있는 작품을 공연한 작가및 공연팀에게 경의를 보낸다.   

 



<군화의 색>에 對해서 - 작가 최헌
재정적인 후원자가 없는 한국의 연극운동은 그야말로 고된 하나의 작업이다. 이런 고된 작업을 그나마 유지해가기 위해 본 현대극회 대표를 비롯한 會員들의 피눈물에 나는 수고를, 나는 먼저 나의 작품 <군화의 색>을 무대에 올리면서 會員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군화의 색>은 서쪽으로 향해 창(窓)하나가 달려있는 나의 방에서 스스로 자신을 감금시켜 놓고 만들어졌다. 
나는 이 작품을 쓰면서 이 작품을 통해 조금이라도 인간의 실존적인 가치를 진실한 의미에서 추구해 보려했다. 실존적 인간의 가치 문제라는 것을 자유라는 신념과 분리해서는 생각할 수 없다는 자기 나름대로의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적어도 오래동안 자유를 잃어버린 채 살아온 체코슬로바키아인의 이번 자유화운동을 나의 적은 지성에 의해서나마 행동 반경을 넓혀 격려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격려와 뜨거운 응원을 작품 <군화의 색>을 통해 표현해보려 했다. 그러나 미숙한 이 작품이 계산된 의도대로 이루어진 것 같지가 않다. 이런 점에서 많은 선배들과 동료들의  따뜻한 이해만을 바랄 뿐이다. 

 



프라하의 봄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소비에트 연방이 간섭하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난 민주화 시기를 일컫는다. 이 시기는 1968년 1월 5일에 슬로바키아의 개혁파 알렉산데르 둡체크가 집권하면서 시작되었으며, 8월 21일 소비에트 연방과 바르샤바 조약 회원국이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하여 개혁을 중단시키면서 막을 내렸다. 프라하의 봄 당시 둡체크는 경제와 정치면에서 부분적인 분권화를 실시하여 시민의 자유를 좀 더 보장하는 개혁을 시도하였다. 이 가운데는 보도, 표현, 이동의 자유 제한을 폐지하는 것도 있었다. 또 둡체크는 두 개의 개별 공화국으로 이루어진 연방으로 개편하였는데, 이 조치는 프라하의 봄이 끝나자 다시 좌절되었다. 체코슬로바키아의 개혁은 소련측에서 달갑지 않은 일이었으며, 소련은 협상이 실패하자 장갑차와 탱크를 보내어 이 나라를 침공하였다. 대규모 이주 물결이 체코슬로바키아를 휩쓸었다. 한 학생이 자살 항의를 하긴 하였으나 사람들은 비폭력 시위로 대응하였으며 군사 저항은 없었다. 이 시기에 소비에트 연방군이 장갑차와 탱크를 앞세워 무고한 시민들을 죽이자 전 세계 여론의 비판이 일었다. 체코슬로바키아는 1989년까지 점령 상태가 된다.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한 소비에트 연방군은 당중앙위원회를 해체시키고, 민주화 운동의 지도자이자 체코슬로바키아의 1서기였던 알렉산데르 둡체크를 외국으로 망명시켰다. 바르샤바 조약군의 침공 이후 체코슬로바키아는 정상화의 과정에 들어가는데, 이후 지도자들은 둡체크가 체코슬로바키아 공산당(KSČ)을 장악하기 전에 우세했던 정치적/경제적 가치를 복원하고자 하였다. 둡체크의 뒤를 이어 집권한 구스타프 후사크는 대통령에 올라 둡체크의 모든 개혁을 무효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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