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오영진 '해녀, 뭍에 오르다'

clint 2024. 10. 27. 07:51

 

 

 

 

백만장자 백지윤이 죽었다.

그 유산을 둘러싸고 후취댁 김은정과 그의 오빠 김천석, 알코올 중독의 외아들 백경훈과

며느리 노정심 그리고 딸 백화옥과 사위 나연호 사이에 삼색전이 벌어질 기미였다.

그런데 유언장의 내용은 가족 전부를 아연실색케 하는 뜻밖의 것이었다. 

“본인 백지윤은 본인의 소유재산 전부를 백동훈에게 유증한다”

가족들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 백동훈이 엄청난 재산의 상속자로 지명되었으니,

혼란과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유서 작성시 입회날인하였던 공증인 강성운이 문제의 인물 백동훈을 찾으러 나선다. 

전국의 백동훈이 몰려드나 진짜 백동훈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강성운은 단념하지 않는다. 늙은 하인 위덕칠의 우연한 이야기로 

고 백지윤씨가 6·25 당시 제주도 황산포에 피난을 갔으며, 당시 그의 가명이 백동훈이었고,

거기에서 한 해녀가 그의 시중을 정성껏 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문제의 열쇠는 제주도 황산포에 있었던 것이다. 강성운은 제주도로 달려간다.

거기서 그는 백지윤을 모셨던 해녀 박보매와 그의 아들 백동훈을 발견해 서울로 데려온다.

고 백지윤은 그의 가명 백동훈을 해녀의 아들에 물려주었고,

이러한 것으로 보아 백동훈이 백지윤의 아들이라고 믿어지는 것이었다.

궁지에 몰린 후취댁 김은정과 그의 오빠 김천석 등은 박보매를 정신병자로 몰아

법정후견인의 자격을 뺏으려 한다. 그러나 이때 뜻밖의 일이 생긴다.

백동훈 소년이 뚝섬에서 실종된 것이다. 백경훈의 고발로 해녀 박보매와 공증인 강성운은

소년의 살인혐의를 받아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

뭍에 오른 해녀! 바다를 떠난 해녀에게 기다리는 것은 희극적 결말은 아니었다.

 

 

 

 

오영진(吳泳鎭)이 쓴 장막희곡. 당초 동아방송 라디오드라마로 방영되었던 것을 다시 희곡으로 재구성하여 월간 신동아(1967)에 발표하였고, 극단 자유극장에 의하여 국립극장에서 공연된 바 있다. 전통적인 것에서 소재를 가져오는 것을 좋아하고 현실풍자를 장기로 삼아온 오영진으로서는 비교적 예외적인 작품으로 꼽힐만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는 바와 같이, 이 작품은 문명비평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작품은 문명비판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대인들의 물욕을 자연극풍으로 고발한 측면도 지니고 있다. , 현대문명에는 전혀 접촉이 없고, 또 금전에 대한 욕심도 없이 바다에서 구조개와 갈매기의 자연에만 의존하여온 한 제주도 해녀가 우연한 기회에 장안 갑부의 재산상속 싸움에 말려든다. 해녀 모자는 전혀 상상하지도 못하였던 재산을 상속받게 됨으로써 유족측의 음해를 당하게 되고, 그들의 모략에 따라 아들이 실종되고, 또한 살인혐의까지 뒤집어쓰게 된다. 결국, 법정에 선 해녀는 아들을 잃은 충격과 정신이상자로까지 몰아가는 유족측의 사악성으로 말미암아 쇼크사()한다. 그 해녀가 처음 서울에 도착하였을 때 기자가 기분을 묻자, 그녀는 아이쿠, 메스껍고 무서워요!”라고 답변하였으며, 손을 잡은 남자에게 이 손목 하나로써 온몸이 더럽혀질 수 있으니, 차라리 손목을 끊어내어 몸의 더러움을 씻겠다.”고 말한다. 결국, 순진무구한 그 해녀는 종국에 가서 무섭고 더러운 문명에 의해서 파멸당하고 만다. 이상과 같이 이 작품은 현대의 문명비판을 자연주의기법으로 묘사한 것으로서 서정적인 면도 지니고 있다.

 
 



(吳泳鎭, 1916년 12월 9일~1974년 10월 29일)

<시집가는 날>로 이미 널리 알려진 극작가 오영진氏는 한동안 시나리오 집필과 정치활동으로 연극과의 거리가 멀어진 느낌이였으나 이 <海女, 뭍에 오르다>의 탈고를 계기로 다시 희곡에 전념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작품세계에서 느껴지는 숨결은 무엇보다도 리얼리즘의 정밀한 계산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심각한 문제의 제시나 폭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묘하고도 재치있는 화울속에 詩情과 휴머니즘으로 人間을 감싸주는 체온이다. 그만큼 그는 人間과 현실에 애착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어떤 때는 허무로 어떤 때는 절망이 그의 작중인물들을 죽음에 이르게까지 하지만 끝내 어떤 빛을 던져 삶을 긍정하는 작가 정신은 그가 가지는 따뜻한 인간애의 발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