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홍원기 '진짜 신파극'

clint 2024. 10. 25. 16:47

 

 

무인도로 알려진 남해안의 풍진도라는 섬.
이 섬에는 일본천황을 숭배하며 대동아공영권의 도래를 꿈꾸는 한 노인이 산다.

해방 후 외부세계와의 일체의 교류도 끊은 채 순 일본식으로 살아간다.

그 섬에 일제의 막대한 보물이 있다고 믿는 노인의 큰 손자 평한이

아들 학동과 섬에 들어간다.

관동군 소위로 참전해 죽은 형을 대신해 형수와 부부가 되어 사는 타다시,

그들 사이에서 난 남매 세이끼와 요시코, 그 남매끼리 결혼하여 낳은 아이와

두 형제를 남편으로 맞은 아이꼬. 누구하나 정상적으로 사는 사람이 없다.

남해안 일대를 휘어잡는 건달인 평한은 그 보물을 얻기 위해 자신의 아버지인

다께시를 닮은 아들 학동을 이용한다. 노인은 죽은 큰 아들을 닮은 증손자를 반긴다.

한편, 학동은 일본 군국주의 시대를 그대로 살고 있는 섬 풍경에 당황하면서

아버지가 숨겨온 가족의 비밀을 차츰 알게 된다.

그러던 중 노인은 학동이 선물한 라디오를 통해 천황의 병세가 위급함을 알고

학동에게 죽은 아들의 일본국 군복을 입혀 친서를 주며 천황에게 보낸다.

그러나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천황에게 가는 척하면서

천황의 가짜 답장과 칼을 구해온 학동은 노인에게 천황의 죽음을 알리며

역사의 미몽에서 깨어나라고 질책한다.

그러나 노인은 끝내 천황을 따라 할복자살하는데...

 

 

 

 

이 이야기는 극중극 형식으로 전개된다.
이 연극은 해방후 외부세계와 단절되어 순전히 일본식으로 살아가는 
3대에 걸친 가족들의 이야기이다. 관동군 소위로 참전해 죽은 형을 대신해 
형수와 부부가 되어 사는 타다시, 그들 사이에 난 남매 세이끼와 요시꼬, 
그 남매끼리 결혼하여 낳은 아이 히또시 등등. 
일본식의 친족 근친혼으로 뒤범벅이다.
노인은 천황을 따라 할복자살하며 섬안에서 군국일본식으로 자란 세이끼에게 
보물을 지키라고 명령한다.
형제는 보물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지만 때마침 훈련중이던 군용기의 오발로 
섬이 폭발한다. 보물의 실상은 일본군이 남기고 간 폭탄과 화약이었다.

 

 

 

작가의 글

이 연극은 신파극이 아니다 이 연극은 진짜 신파극이다. 이 연극이 표현하려는 역사가 진짜 신파이다 이 연극은 히로히토 일본 왕이 죽었을 때 할복자살한 어떤 반도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연극은 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다. 가족은 국가를 상징하는 최소 단위이다. 이 연극은 극중극 형식이다. 재미를 살리면서 주제를 은밀히 노출시키기 위함이다. 이 연극은 교훈극이나 계몽극이 아니다. 무척 재미있는 본격 오락연극이다. 이 연극은 반일 극일 한일 친선용 연극이 아니며 왜색 연극도 아니다 이 연극은 우리 시대가 해야 할 특수 연극이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이라는 나라가 지구상에 남아 있는 한 이 연극의 보편적인 문제성은 영원하다. 이 연극은 식민지 역사에 대한 우리 민족의 고해성사이다. 이 연극은 다가올 앞날을 위한 우리 겨레의 "씻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