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는 각기 서로의 상대방 여자를 죽인 두 사람의 남자(사냥꾼과 여우)가 죽음을 앞두고
절망하면서 자기 여자에 대한 애환을 환상적으로 처리하며 복수하는 전율적인 실험극이다.
무대는 설악산 계곡의 겨울 어느 날. 사냥꾼이 여우의 아내 <암놈>을 죽이고
여우를 절름발이로 만들고 그때의 총성과 아내의 죽는 목소리가 길게 여운을 남기며
세월 흐른 어느 날 사냥꾼은 <자기의 죽음을 의식하면서 환각의 통나무집에 스며 들어온다.
그리고 그 여우에 대한 회의와 절망속에 빠지며 괴로워 한다.
그러면서 자학하며 죽음전에 그 여우를 꼭 만나야겠다고 초조하게 기다린다.
한편 여우 역시 늙어 죽음의 그림자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면서
자기 아내에 대한 아내와 함께 사냥꾼에 대한 증오에 불을 키며
몇 년 전 아내에 대한 복수로 사냥꾼의 아내를 죽였던 기억에 전율을 고소한다.
그러나 이들은 역시 무기력한 하나의 생명체임을 공감하고 죽어간다.
그래서 죽은 자와 산 자의 무도회가 절정에 다달았을 때
이들은 모두가 이에 자기 본연의 얼굴은 간 곳이 없고
기괴한 형태의 가면으로 다른 인간들로 환생되어
죽음의 끝없이 곳으로 전락해 버린다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월간문학 4월호에 발표된 원제 <영폭>의 단막을 장막으로 개작한 반 평면적실험을 주제로한 드라마이다. 언제나 똑같은 <패턴>의 연출수첩을 결산하는듯한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깊은 의미를 전달해준다. 특히 계속 바뀌는 조명과 산과 바람 등의 음향효과가 숨가쁘게 펼쳐진다. 이 작품은 그로테스크한 또 하나의 값진 실험무대이다.
초여름의 초대 : 작가의 글 - 李龍熙
나의 여행 병이랄까 방랑 병이랄까… 꼭 가고 싶으면 가야 직성이 풀리지만 다시 되돌아오는 곳은 꼭 내가 편히 잠들 수 있는 곳이다. 연주 공연 좌석에 앉아 그 편한 자세로 나의 이야기에 결정하노라면 나의 마음은 한중 느긋해 지고 즐거워지고 그리고 선량해 진다. 요샌 시나리오나 혹은 방송극으로 나의 편한 자리를 더 넓혀 볼까 하지만 “낭만을 잃어버린 듯한 마음” 같은 대도시의 오염은 자꾸 또 나를 초여름의 여행으로 내몰아가려 한다.
이 연극을 이끌어 주신 극단 은하 한장수선생님, 연출가 김병렬선생님 그리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여러 선생님과 배우 여러분께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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