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작 「병사들의 합창」은 극단 신협에서 1974년 공연된 작품이다. (고학찬 연출)
부산의 한 세탁소를 무대로 수노인과 준이라는 세탁소 일꾼 청년이 등장하는 이 작품은 전쟁으로 세 아들을 군대에 보낸 노인과 역시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고 피난하다가 어머니를 잃은 준, 두 사람을 통해 전쟁의 아픔을 전하는 작품이다. 제목인 「병사들의 합창」은 이 세탁소 근처에 군부대가 있어서 수시로 들리는 배경음으로 그 분위기를 전한다.
매일매일 우체부를 기다리는 노인과, 매일매일 조간신문을 보는 준…. 노인은 군대간 아들의 편지를 기다리는 것이고, 준은 신문의 사람을 찾는 광고를 보는 것(어머니가 아들을 찾는)-이 그 일상사가 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실상은 더 참혹하다. 아들 셋을 키우다 상처(喪妻)하고 노인 홀로 키운 자식들은 큰아들은 6. 25때 북한군으로 징용됐고, 둘째는 피난 내려와 입대해서 전사, 셋째도 입대 후, 자주 보내오는 편지로 그나마 희망의 끈으로 잡고 살았던 노인인데… 얼마 전부터 소식이 뚝 끊겼다. 그리고 전쟁 고아인 준은 꼭 다시 만날 것 같은 어머니가 중공군에게 희생되며 자신을 살린 것이란 현실을 노인에게 말한다. 또한 신문에 난 막내아들의 부대가 전선에서 몰살된 것도. 노인은 인정하지 않지만.... 아마도 끝에 그 나마의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머지않아 이 노인과 준은 서로를 위하는 부자(父子)가 되어 서로를 의지하며 살 거라는 희망을 보이면서 작품이 끝나기 때문이다.
이재현 작가
1940년 6월 20일 평남 평양 출생.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극단 실험극장 동인(1966) 및 동 사무국장(1970), 드라마센터 레퍼터리극장 기획실장(1972) 등을 역임하였다. 한편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연극학을 전공하여 드라마센터, 서울예술전문대학, 한양대학교 강사를 지내기도 하였으며 현재 극단 ‘부활’ 대표로 활동중이다. 1965년 국립극장 장막 희곡 모집에 「바꼬지」가 당선되어 극작가로 데뷔하였다 「해뜨는 섬」(1966)으로 제3회 한국연극영화예술상 신인상을 수상하였으며, 이범선의 단편소설 「학마을 사람들」을 각색(1968)하여 제5회 동아연극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또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포로들」 (1972)이 5‧16 민족상 공모 희곡부문에 당선된 바도 있다. 그의 작품세계는 주로 사회 문제를 즐겨 다루면서 비판적 현실인식을 드러내고 있으며, 역사극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사할린스크의 하늘과 땅」(1967), 「몽유병 환자」(1970), 「내 거룩한 땅에」(1970), 「신시(神市)」(1971), 「포로들」 (1972), 「엘리베이터」(1972), 「성웅 이순신」(1973), 「태양관측」(1973), 「썰물」(1974), 「하늘아 무엇을 더 말하랴」(1974), 「병사들의 합창」(1974), 「북향묘」(1976), 「한밤의 산책」(1976), 「대한(大恨)」(1976), 「비목」(1977), 「멀고 긴 터널」(1978), 「님의 침묵」(1979), 「화가 이중섭」(1979), 「하얀집」(1980), 「강릉매화전」(1981), 「미국에 산다」(1981), 「적과 백」(1983), 「세종대왕」(1983), 「아파트 열쇠를 주세요」(1984), 「코메리칸의 무서운 아이들」(1985), 「유다의 십자가」(1987), 「배비장전」(1987), 「화랑 원술」(1988), 「코리아게이트」(1988), 「동반자」(1989) 등이 있다. 희곡집으로 『비목』(1978), 『화가 이중섭』(1979)이 있다. 2016. 05월 미국에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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