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최인석 '시간의 문법'

clint 2023. 8. 15. 14:09

 

1986년 대한민국 연극제 극단 춘추 공연 작품으로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됨. (문고헌 연출)

산업화과정에서 빚어지는 문제들을 시간의 변화와 인간의 변화와의 관계로 엮은 작품이다.

특히 돈에 놀아나는 인간의 변화를 중점으로 꼬집고 있는 작품이다.

4막의 2시간 정도 소요되는 대작이다.

 

 

조용하고 소박한 예주읍에 고속도로와 공장이 들어서면서

예주읍도 도시화 · 산업화의 과정을 밟기 시작한다.

가내수공업 형태로 운영되던 김씨와 문씨의 목공예점은

재벌그룹계열에 흡수되는 계약을 하고 이들은 공장장으로 앉는다.

주막집은 룸살롱으로 되고 땅값이 오르더니 건물임대료도 오르고

고속도로 인터체인지가 생기자 밀려드는 관광객을 맞기 위해

여관 스탠드바 나이트클럽들이 생겨 성시를 이룬다.

 

이런 과정에서 예주읍 주민들의 생활도 변하는데

주점 · 주방에서 일하던 금순이는 호스티스로 나간다

말이 공장장이지만 문만오와 김남식은 수출 물량을 대랴 정신없이 목각을 파는데

그것도 성에 안 찬 본사의 방침인 자동화에 따라 그 자리도 잃게 된다.

이곳에 산부인과가 들어서고 의사 석주가 개업하고 상숙이 간호사로 들어간다.

이들은 서로 사랑하나 돈 많은 오씨의 외동딸의 중매가 들어와 석주는 갈등하고

얼마 후, 결혼 발표가 나자 상숙은 병원을 그만 둔다.

 

 

 

작가의 말 최인석

지난 20년 동안 한국사회는 급격한 산업화를 체험했다. 흔히 한마디로 산업화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결코 '산업에만 관계되는 변화가 아니었다는 것은 누구나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어쩌면, 산업화와 더불어 우리들이 체험한 삶의 질의 변화. 그와 더불어 야기된 환경의 변화, 또한 우리 자신의 변화는 산업화 그 자체보다도 더 엄청나고, 더 회오리바람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바로 문명의 문제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문명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삶의 어떤 특정한 형태가 역으로 바로 그 문명을 강화시키는 순환작용을 한다. 그 순환작용과 더불어- 어떤 운명이는지 문제점을 지니지 않은 문명이란 없다고 한다면, 그리고 진정한 발전이란 바로 그러한 문제점들을 해명하고, 해결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 문명이 불가피하게 지니고 있는 어떤 문제점들까지도 강화되어 간다. 심지어는 그런 문제점들을 전인류의 역사에까지 일반화 시켜서 바로 그런 것이 세상살이거니 하는 자포자기적 생각까지도 유도된다. 그러나 역사가 우리에게 지시해 주듯이, 하나의 문명은 다음에 오는 또 하나의 문명에게 자리를 내어주게 되어있다. 다음에 올 그 문명이 인간에게 얼마나 더 적합하고 가치 있는 것이냐 하는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문제는 우리들이 다음에 올 문명을 얼마만큼이나 준비하고, 얼마만큼이나 인간에게 적합한 것이 되게 할 수 있을 것이나, 하는 데에 있다. 그런 준비를 전혀 다른 세계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바로 오늘날의 문명의 조건 안에서 우리는 새로운 문명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마치 우리의 선조들이 석기시대의 조건 안에서 철기시대를 준비하였듯이.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오늘날의 문명을 좀더 객관적으로, 거리를 두고, '인간'이라는 거울에 비추어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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