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름지기 살기 힘든 곳에서는 일찌감치 집을 떠나야 한다고 믿는 앳된 마데카솔과 앳된 신신파스가 있다. 물이 가득한 방에서 석유펌프로 물을 퍼내고 있는 가족들에게 그물을 던진다. 앳된 마데카솔과 앳된 신신파스는 그물로 그들의 형 젊은 후시딘과 엄마 아빠를 건져낸다. 그러나 물이 흐르는 지하방에 익숙한 가족은 햇볕을 눈부셔하고, 그걸 본 앳된 신신파스와 앳된 마데카솔은 그물에 걸린 세 사람을 다시 지하방으로 던져 버린다. 햇빛을 받으면 푸른 싹이 나버리는 감자처럼,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장마철이면 방바닥에 물이 시냇물처럼 고여 있어서 양말이 젖는 게 지겹고, 해질 무렵이면 누구든 집을 들어갈 생각을 하는데 이 쌍둥이 동생들은 신경질이 난다. 꼴에 젊은 후시딘은 그래도 형이라고, 앳된 마데카솔과 앳된 신신파스에게 어서들 집을 나가라고 재촉한다. 가출하는 것도 다 때가 있는 건데. 그 시기를 놓치면 안 되는 거라고 충고까지 해준다. 아빠는 방수 페인트를 칠하면 방에 물이 새지 않을 거라고 앳된 신신파스와 앳된 마데카솔에게 말하지만 그들이 그 말을 믿을 리 없다. 앳된 신신파스와 앳된 마데카솔은 이 집에선 살다가 발에 물갈퀴가 생길 거라며, 그 말을 비웃기까지 한다. 사람은 환경에 따라 변해가기 때문에, 젊은 후시딘의 쌍둥이 동생인 앳된 마데카솔과 앳된 신신파스는 집을 탈옥하듯 나간다. 물이 빠진 방에서 젊은 후시딘의 엄마는 새색시 입었던 색동한복을 입고 부채를 들고 사뿐사뿐 걷는 연습을 한다. 젊은 후시딘은 느닷없이 색동한복을 입고 미친 척하며 춤을 추는 엄마를 물끄러미 보며 묻는다. “어떻게 신내림도 받지 않고 갑자기 무당을 하려고 해요?” 그 말에 엄마는 “작두가 없어서 그래.” 작두가 있어야 작두 타고 연습을 하는데, 엄마는 그렇게 대답하며 무당이 되겠다고 선언한다. 엄마가 밑천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사업이 점집 밖에 없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가 너무 각박한 세상. 이미 앳된 신신파스와 앳된 마데카솔은 동굴 같은 집을 떠났고, 남은 세 사람은 잠을 자다 말고 일어나 시시때때로 방안에 고여 있는 물을 석유펌프로 집어낸다. 사는 게 녹록치 않다. 그리고 아주 깊은 밤 젊은 후시딘과 그의 아빠는 벌떡 일어나 약수터로 향하기도 한다. 약수터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동네 애들이 있는데, 그 모습을 보기 위해서. 젊은 후시딘과 아빠는 오히려 야한 동영상보다는 직접 눈앞에서 보는 게 실감이 난다며 좋아한다. 그게 그들이 사는 유일한 낙이다. 후시딘 아빠는 아주 오랫동안 목공소에서 남의 집 문짝을 만들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집 문짝은 만들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월세를 밀리고 있는 요즘. 그들의 집 주인 도도한 여자는 아주 높은 하이힐을 신고 젊은 후시딘 집에 들이닥친다. 도도한 여자가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이유는 늘 세입자 집에는 비가 세서 물이 고여 있기 때문이다. 늘 “통성명이나 하죠?” 를 입에 달고 다니는 도도한 여자다. 집을 세놓은 곳이 서른 곳이 넘기 때문에, 젊은 후시딘 가족은 월세를 달라고 재촉하는 도도한 여자를 보며, “다음에요”, 라는 말을 한다.
드디어 젊은 후시딘 엄마는 점집을 개업하고, 심지어는 손님까지 온다. 젊은 후시딘은 애인을 만나겠다며 집을 나서는 날이 많아지는데…. 그 애인은 새벽 4시에 재래시장에서 데이트하는 것을 좋아한다. 젊은 후시딘의 애인은 집을 가진 여자다! 후시딘 엄마와 아빠는 집을 소유한 여자라는 사실에 너무 흥분해 심장이 벌렁벌렁 뛰기까지 한다. 세상에 집을 가진 여자가 젊은 후시딘의 여자 친구라는 게 믿겨지지 않기에, 하지만 곧이어 밝혀지는 젊은 후시딘 애인의 정체는…. 70세 할머니였다. 결국 젊은 후시딘의 결혼은 불발이 되고, 가족은 비가 세는 지하보도 같은 방에서도 쫓겨나게 된다. 그들이 집이라고 들어간 그 집은…. 집을 나간 앳된 신신파스와 앳된 마데카솔도 그의 가족이 새로 살게 된 곳으로 가마를 타고 귀환 하는데… 마지막 엔딩은 차마 쓰기가… 스포일러.
윤미현의 <젊은 후시딘>은 방에서 쫓겨난 젊은 후시딘 가족이 만들어 내는 또 다른 방을 통해, 자본주의의 그늘진 삶의 한 순간과 공간을 더 적나라하게 바라보는 작품이다. 이들은 모두 삶의 후유증을 지니며 살고 있다. 젊은 후시딘의 가족은 이제 ‘집도 테이크-아웃이다'라는 개념으로 살게 될지도 모른다. 이건 달랑 창문 하나 손잡이 하나 등을 갖추고는 집이라고 우기는데, 노숙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불가능할 것 같은 상황을 가능케 한 우리 사회와 묵묵히 바라만 보는 동시대인들에게 전하는 서글픈 메시지가 담긴 작품이다.
작가의 글 – 윤미현
이 세상은 참으로 이상하기도 하지. 정상적으로 매일 일을 하는데 (하고 있는데, 했었는데) 정상적으로 살아내기가 힘들다. 쌀조차도 담길 쌀통이 있고, 간장도 담길 간장종지가 있고, 하물며 똥도 변기통에 들어가는데, 정상적이 사람이 들어가서 누울 공간이 없다. 그거야 말로 참 별일인 것이다. 들어가서 살 곳이 없어, 떠도는 사람이 많다. 하다못해 우유도 종이 곽에 담기는데 말이다. 인간은 끝끝내 누군가의 집에서든, 몸이든 간에 세 들어 살 수밖에 없는가? 중심부 사람들(가진 자들)이 도마 위에서 물고기 비늘을 긁어내듯이, 없는 자들을 긁어내고 있다. 빈곤한 사람들은 사람의 형태를 지니고서 마치 물고기 비늘처럼, 사람 몸에서 떨어진 살비듬이 되어 여러 곳을 떠돌며 살고 있다. 바로 우리 옆집에서 숨 쉬는 사람의 이야기일지도 모르는………. 자본주의의 그늘진 삶의 한 순간과 공간에 대해서. 젊은 후시딘의 가족을 통해 이를 표현해 보고자 한다. 이들은 모두 삶의 후유증을 지니며 살고 있다. 이제는 집도 테이크 아웃이다. 라는 개념으로 살게 될 이 가족을 정말로 불가능할 것 같은 상황을 너무나도 가능케 한 사회현실에 이 작품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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