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영수 '맨발의 청춘'

clint 2023. 7. 31. 09:38

 

서울 변두리 달동네 생맥주 '맨발의 청춘'에는 통닭과 생맥주를 팔고 살아가는 보는 여주인 미옥과 그녀의 외동딸 연극영화과 졸업반 혜진이 살고 있다. 맨발의 청춘의 유일한 종업원이며 주방장인 찬호는 조리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고, 맨발의 청춘이 자리잡고 있는 3 건물의 주인인 정무식은 건물 세를 받아 노후를 보내고 있다. 미옥 모녀와 무식은 한가족처럼 서로의 사정을 알고 사소한 일에도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며 서로 의지하며 오순도순 살아간다. 그러나 건물주인 무식과 주방장 찬호는 서로 만나기만 하면 입씨름이 벌어지고 사람의 실랑이 때문에 맨발의 청춘에는 웃음이 그칠 날이 없다. 아내와 사별하고 자식을 출가 시킨 뒤 건물 세를 받아서 노후의 생활을 보내는 정무식은 하는 일이 없어서 매일 맨발의 청춘에 와서 미옥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데 주방장 찬호는 안주도 없이 고작 맥주 한두 병 시켜 놓고 미옥에게 추근대며 자신의 요리솜씨를 트집잡는 무식을 못마땅해 한다. 그러나 무식은 아랑곳하지 않고 끈질기게 맨발의 청춘을 찾아오고 오히려 찬호의 긴 손톱을 지적하며 위생과 청결을 강조한다. 그러던 어느 날 무식이 아들의 사업자금 때문에 미옥에게 가게 세를 올려 달라고 어렵게 부탁하게 되고 찬호는 미옥에게 더 좋은 가게도 많으니까 이번 기회에 가게를 옮기자고 하지만 15년간 살아온 달동네를 떠나려 하지 않는다. 한편 혜진은 졸업공연에서 여자 주인공 배역을 맡게 되고 방송국에 근무하는 선배의 추천으로 주말연속극 오디션에 참가하게 되어 연극연습과 오디션 준비로 정신이 없고, 학벌과 나이 때문에 혜진을 좋아하지만 한번도 솔직하게 감정 표현을 못해본 찬호는 혜진이 T.V에 나가게 되면 더욱 멀어질 거라는 생각에 불안해한다. 그 무렵 맨발의 청춘에 동네 불량배가 들어와 혜진이를 희롱하며 난동을 피우게 되자 찬호는 주저하다가 겨우 용기를 내어 덤벼 보지만, 제대로 힘도 한번 못써보고 제압당하는 망신까지 당하게 된다. 혜진의 도움으로 겨우 위기를 모면한 찬호는 남자로서의 체면을 완전히 구기고 혜진이 찬호에게 실망을 노골적으로 표현하자 찬호는 옹색한 변명만을 하다가 통하지 않자 과장된 무술동작 시범을 보이려다 목만 다치게 된다. 차일피일 혜진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기회를 엿보던 찬호는 영업이 끝난 후 혜진이 혼자서 연극연습을 하고 있을 때 조리사 시험준비를 핑계로 접근하여 목캔디를 선물하며 사랑을 고백하려 하지만 뜻밖에도 혜진으로 부터 건물주인 아저씨와 혜진 모녀의 가슴 아픈 과거를 듣게 되고 숙연해진다며칠 후 두 사람이 나란히 오디션과 조리사 시험에 합격하여 맨발의 청춘은 겹경사를 맞게 되어 혜진 모녀와 찬호, 건물주인 정무식은 조촐한 파티를 열게 되는데 파티가 무르익고 흥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 무식의 대출은행 차장이 찾아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전한다. 부도를 맞아서 건물이 은행으로 넘어가게 되어 경매에 부쳐지게 된 것이다. 무식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맨발의 청춘이 문을 닫게 되면서 찬호는 고향으로 내려가고 미옥과 혜진은 슬픔에 젖는다. 그러나 역경 속에서도 이들은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희망과 삶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는데......

 

 

“맨발의 청춘은 서울 변두리 달동네에 자리잡은 허름한 생맥주 집을 배경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끈끈한 삶에 대한 욕구와 긍정적 삶의 자세를 코믹하면서도 인간적인 리얼리티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외동딸 혜진이가 좋은 사람 만나서 아들 딸 낳고 평범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엄마 윤미옥과 배우로 성공해서 엄마가 개안수술을 받게 해드려 다시 밝은 세상을 보여주려는 딸 혜진.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해서 조그만 일식집을 차리고 싶어하는 주방장 찬호, 달동네 사람들의 대소사에 일일이 참견하여 입 바른 소리와 매몰찬 행동으로 때로는 미움을 사기도 하지만 근검절약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건물주인 무식은 서울 변두리 달동네 도시 서민을 대표하는 인물들로 그들이 생맥주집 맨발의 청춘에서 서로 부대끼며 벌이는 웃음과 눈물을 통하여 삶의 참된 의미를 보여준다. 미옥과 혜진의 사무치는 모녀간의 정과 주방장 찬호와 건물주인 정무식의 따뜻한 인간애를 두 축으로 고통스러운 삶이지만 웃음을 잃지 않고 세상에 대한 절망을 용기와 희망으로 극복하는 끈끈한 인생살이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