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원작소설 토머스 H. 쿡 각색 김도영 '붉은 낙엽'

clint 2023. 7. 24. 09:23

 

미국 웨슬리의 작은 마을.
여덟 살 소녀 에이미가 집에서 실종된다. 
용의자로 지목된 인물은 실종되기 전, 에이미를 마지막으로 보았던 

중학생 지미. 아르바이트로 베이비시터 일을 하는 지미는 사건이 

벌어진 날 밤 에이미의 집에 머물렀던 것이다. 

곧바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고, 마을 사람들의 의혹과 편견 섞인 시선이 

지미에게 쏟아진다. 지미의 아버지 에릭 무어는 아들의 무죄를 철석같이 

믿고 자신의 아들을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의무가 있지만,

그날 밤 지미의 불확실한 행적에 본인조차 한 조각 의심을 거둘 수 없다.

애초부터 매사 뚱하고 인간관계에 서툰 지미가 마음에 차지 않았던 에릭은

점차 커져가는 마음속 불신과 사투를 벌이면서도 그날 밤의 진실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좀처럼 에이미는 발견되지 않고, 이제 에릭의 삶 전반에 걸쳐 모든 걸

부식시키는 의심과 거짓의 소용돌이가 몰아닥치기 시작한다.

능력 있고 사랑스런 아내, 무능하지만 인간미 넘치는 형,

뇌종양으로 8살에 삶을 마감한 여동생, 희망 없는 삶에 지쳐 자살한 어머니,

사업 실패로 재산 전부를 날린 아버지……

가족 모두가 에릭에게는 의심스럽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믿음과 의심의 줄다리기 속, 에릭의 집안을 물들여가는 붉은 낙엽의 흉흉한 적조.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2021년 해 동아연극상, 대한민국 연극대상, 서울연극제 등 주요 연극상을 휩쓸었던 화제작 "붉은 낙엽"이다. "붉은 낙엽"은 평범한 가정이 아동실종사건에 휘말리며 점멸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어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숨겨진 진실에 대한 집요한 추적과 의심속에 하나, 둘 맞춰지는 퍼즐은 과연 진실과 맞닿아 있을까.

 

 

 



이 작품은 피처럼 검붉은 나뭇잎이 천천히 쌓여가는 늦가을을 배경으로 한다. 아름드리 줄기를 자랑하는 커다란 나무가 가족 전체를 상징한다면, 그 줄기에 매여 있는 나뭇잎들은 당연히 가족 구성원 하나씩에 다름 아닐 것이다. 이 세상의 그 누구도 자연의 섭리를 거슬러 가을날에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듯이, 주인공 에릭 역시 바닥으로 한없이 추락해가는 낙엽 같은 가족의 운명을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가 자신의 유일한 혈육이 괴물 같은 범죄자가 아닐까 의심하는 동안 가족은 조금씩 해체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우리 인간이 얼마나 쉽사리 상대방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를 오해하고, 험난한 세상의 유일한 안식처인 가족들의 진면목까지 알아차리지 못하는지를 낱낱이 폭로한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몇 가지 사소한 일들에서 오해가 쌓이고, 거기에 의심이 더해져, 마침내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면 고통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결국 지옥같이 비극적인 결말이 펼쳐지는 것이다. 지금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을 믿고 또 믿어라, 그리하여 예정되어 있는 비극을 피하라! 아마도 작가는 이러한 간곡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 《붉은 낙엽》을 쓰지 않았을까.

 

 



각색의 글 - 김도영
오래된 주택으로 얼마 전 이사를 마쳤다. 이제 막 한 달을 넘겼는데, 웬일인지 아직 집에 정이 붙지 않고 있다. 1-2년 마다 잦은 이사를 해왔음에도 이번엔 유독 설명하기 힘든 낯넓이 있다. 마치 집과 나 사이에 얇은 유리박이 있어 분리되어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다. 신발에서 흔히 갖는 착화감이 집과 나 사이에 필요한 순간이다. 이 집엔 오래토록 어느 가족이 살았다. 듣기로는 꽤 오랫동안 내부를 전부 수락하고 들어왔지만, 아마 이 집은 아직 다른 가족의 기억에 젖어 있는 건가 싶다. 온전히 새로운 세입자로 지워내기엔 역부족인, 그런 오랜 가족의 기억 말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이전 가족의 흔적과 보이지 않는 집의 기력으로 <붉은 낙엽>의 각색 소개를 대신하려 한다. 그것을 상상하는 과정은 <붉은 낙엽>의 작업 과정과 닮았으며, 이 집에 살았던 이천 가족이 어쩌면 작품 속에릭의 가족이었을지도 모른 다. 소설을 화목으로 각색하는 과정은 내가 새로운 집을 나에게 맞는 집으로 다듬고 손질하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물론 나는 세입자다.
<붉은 낙엽>이 제품인 될 수 있도록 힘써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함을 남기며, 짧은 각색 소개를 이만 끝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