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과 영상, 연극이 한데 어우러진 퓨전 사극 작품 '천추의 한'이다.
'천추의 한'은 고려의 7대 왕인 목종과 그의 어머니 천추태후를 둘러싼 권력과 암투, 모정과 좌절된 꿈을 그린 작품이다. 현대 무용과 비보잉, 대사와 영상이 결합돼 유약한 목종의 모습과 자유롭게 비상하고 싶은 천추태후의 심정을 한 폭의 동양화처럼 그려낸다.
가장 의식이 자유분방하고 역동적이었던 고려시대. 때는 997년, 제7대 왕인 목종은 18세에 즉위하나, 목종의 어머니인 헌애왕후(천추태후)는 유약한 아들을 대신해서 나라를 다스린다.
작품 <천추의 한>은 목종과 그의 어머니 천추태후의 모정, 권력을 둘러싼 암투를 재해석해 역사 속 인물을 현재로 다시 불러들인다. 천추태후를 중심으로 한, 중국식 유교화를 거부하고 고려의 전통적이고 복고적인 정치의 회복을 추구한 신진세력과, 권력의 중심을 놓치지 않으려는 관료세력이 거세게 충돌하는 혼돈과 변혁의 한 가운데에 그들이 서 있다.
작가 김민정은 냉혹한 역사의 한복판에 선 천추태후에게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으며 인간이기에 갖는 고민과 번뇌를 시적인 대사들로 채워 넣는다. 유약하고 의지처를 찾는 목종, 자유로이 비상하고 싶은 천추태후의 욕망과 감정이 다양한 사물에 의탁하여 표현된다. 6세에 죽임을 당하는 불운한 운명을 타고난 검은 아기, 모든 시대적 비극을 묵묵히 내려다보는 달 속의 여인, 죽은 자의 환영 등 상징과 은유를 통해 인간의 나약함과 고독을 응시한다.
[천추의 한] 역시 시네마 댄스 플레이의 형식을 추구하는 작업으로, 다양한 장르와 형식의 소통과 충돌을 실험한다. 현대무용과 비보잉의 움직임, 디지털 사운드와 정가의 근원으로 회귀하는 발성, 속세와 이승의 인연이 무대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소통하고 충돌하면서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내듯 사유의 여백을 만들어낸다.
<천추의 한>은 고려 제7대 왕인 목종과, 권력과 암투치정으로 묘사되는 그의 어머니 천추태후의 모정과 좌절된 꿈 등 미세한 떨림을 포착해낸다. 역사 속에 간악하고 음란한 여자로, 유약하고 문란한 왕으로 묘사돼 주류 역사에서 소외된 채 어둠 속에 웅크린 그들에게 한 줄기 빛을 던진다.
연표
980 고려 6대왕 경종과 헌애왕후(천추태후) 사이에 아들 송(목종)이 태어나다
981 경종이 죽고 그의 유언에 따라 헌애왕후의 오빠인 성종이 왕위에 오르다
992 왕욱과 경종에게 함께 시집갔던 헌애왕후의 여동생 헌정왕후사이에서 아들 순(현종)이 태어나다
997 성종이 죽고 송(목종)이 고려 7대 왕위에 오름과 동시에 천추태후의 섭정이 시작되다.
1003 천추태후가 순을 대량원군에 봉하다.
1006 천추태후가 정적들의 음모에 위협을 느끼고 순을 출가 시켜 삼각산 신혈사로 보내다
1009 목종12년 정적들이 천추궁에 불을 지르며 정변을 시작하다. 정적들은 강조를 앞세워 '강조의 난'이라 전해지는 쿠데타를 감행하고 강조는 천추태후의 연인인 김치양과 둘 사이에서 난 6살난 아들을 살해하고 그녀의 세력들도 모두 제거하다. 목종은 천추태후와 함께 울면서 귀향길에 올랐으나, 태후와 충주에서 조용히 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이루지 못한 채 강조가 보낸 자객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하다. 쿠데타에 성공한 정적들은 순(현종)을 고려 8대 왕으로 추대하다
1010 현종 즉위 후 중대사가 된 강조는 목종시해를 명목으로 고려를 침략한 요나라(거란족)에게 붙들려 요나라의 신하가 되라는 회유와 압력을 받았으나 끝내 거절하고 살해되다.
1029 현종 20년 정월 66세의 나이로 천추태후가 세상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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