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가교는 1966년 3월에는 <퇴비탑의 기적>(이근삼 작, 이승규 연출)이란 작품으로 최초의 전국규모 순회공연을 벌이기도 하는데, 이 또한 이근삼의 첫 번째 뮤지컬로 평가받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성공으로 극단 가교는 더욱 적극적으로 순회공연을 기획한다. 이 작품은 배우 최주봉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퇴비탑의 기적>(1966) 역시 카톨릭 구호소의 요청으로 창작한 회충 퇴치운동을 위한 캠페인 극이다.
설명 : 자, 저 사람들이 바보와 같이 연장을 가지러 간 틈에 잠깐 한마디 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 중에는 위장에 회충이 있는 분이 없습니까? 한국 사람의 90%가
이 회충을 가지고 있답니다. 백 명에 90명, 열 명에 아홉은 이 회충을 갖고 있습니다. 회충은 우리들의 위장을 상하게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가끔 피부병도 일으킵니다. 가려움증, 그리고 두통, 위경련, 간장염, 맹장, 신경통, 폐병에 이르는 여러 가지 병을 유발합니다. 우리들 뱃속에 이 더럽고도 무서운 회충이 득실대고 있다니 얼마나 끔찍합니까?
한국 사람들의 90%가 회충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회충이 먹어 치우는 식량은 20% 정도 였고, 치료비까지 금액으로 환산한다면, 당시의 가치로 2억 7천만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수치였다. 심지어 회충 때문에 귀중한 어린아이들의 생명까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었다. 건강과 금전적인 측면에서 치료보다는 원칙적으로 회충을 보유하지 않을 수 있는 예방이 필요했다. <퇴비탑의 기적>은 그 감염 경로를 회충들을 의인화시켜 우화적으로 또 뮤지컬 양식을 통해 보여준다. 회충은 배설물을 통해 변소로 들어가고, 배설물을 농사의 비료로 쓰기 때문에 야채 밭으로 옮겨지며, 야채에 붙어 있다가 다시 사람의 입을 통해 배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겪는다. 따라서 이 순환의 고리 중 어느 하나를 끊으면 회충의 예방이 가능하다. 퇴비탑은 배설물과 잎사귀, 잿더미, 지푸라기를 쌓아 올린 것이다. 퇴비탑이 비료로 변화하는 동안에 질소산화작용이 일어나고, 그때 발생되는 열이 회충들을 죽이기 때문에 회충을 예방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퇴비탑은 그 자체로 훌륭한 거름이 된다. 퇴비탑은 1석2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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