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베르는 개다』의 주인공은 아무리 먹어도 허기를 채우지 못하는 거구의 여자이다. 취업면접에서도 큰 덩치는 바로 자기관리 실패 때문이 아니냔 노골적인 비난을 듣는다. 그래서 여자는 살빼는 약값을 벌기 위해 부잣집 개의 보모가 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거부당하고 동물과 일하는 그녀는 또 다시 개의 눈빛에서도 자신을 멸시하는 느낌을 받는다. 생계를 위해 치욕을 감수하며 사람보다 더 위에 있는 개에게 복종하는 현실이다. 그러던 중 어느 사건으로 개의 주인이 될 기회가 찾아온다. 그녀의 행동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이경희는 들뜨지 않고 흥분하지도 않는다. 구호를 앞세우거나 환상 속으로 숨지 않고 맨몸으로 세계와 맞선다. 만든 것이 아니라 현실을 한 조각씩 떼어내 보여주는 것 같다'는 소설가 이승우의 평처럼 그녀의 글에는 힘이 넘치고, 색채가 뚜렷하다. 이제 첫 단편집으로 독자에게 다가선 신인 작가답게 의욕 넘치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유감없이 쏟아냈다.
각색의 글 - 송호준
2008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경희 소설가의 작품 「도베르는 개다」를 희곡화 하였다. 당시 나는 40대가 되면 다시 희곡을 쓰겠다는 다짐도 잊고 배부른 돼지로 살아가고 있었다. 이경희 작가, 권대흥 디자이너(기린북스 대표) 등 몇몇 출판사 대표님들이 「도베르는 개다」라는 작품으로 연극을 하고 싶어 하셨는데, 어찌 연이 되어서 내가 희곡으로 만들게 된 것이다. 결국 소설과는 별개가 되고 말았지만 대다수가 50대인 그들의 무언가의 잃어버림을 얘기하고 싶었고, 현실의 나를 투영하고 싶었다. 그들의 역량에 맞게 짧은 소극으로 만들고 여러 번의 연습을 하였다. 다시 글을 쓸 수 있을까? 우습게도 솔직히 많이 두려웠다. 모임에서는 내가 프로가 되어야 했으니까. 다행히(?) 판이 깨져서 결국 공연되지는 못하고 짧은 희곡으로 남게 되었다. 워크숍 형식을 가정하였기에 짧은 소극으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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