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을 파헤치는 행위로 현 시국을 풍자한 연극이다.
의외의 장소에서 작은 싱크홀이 발생한다.
시청 작업반장 우반장과 주무관 강신념이 현장에 급파된다.
강신념은 정확한 원인파악 후 적절히 대처해야만 홀의 확장을 막을 수 있다며
다양한 측정 기구를 사용해 홀을 조사하자고 주장한다.
우반장은 이 정도 작은 구멍은 별거 아니니까 얼른 덮어버리고 철수하자고 한다.
작은 싱크홀 대처방법을 놓고 두 사람의 대립은 극도로 치닫는다.
김진만이 쓰고 연출한 연극 ‘홀(HOLE)’의 시놉시스다.
‘싱크홀’이라는 ‘땅 꺼짐’ 현상에 대한 정보를 듣고, 급히 파견된 시청의 작업반장과 신입 주무관 강신념이 각기 다른 입장과 관점으로 이 사건에 대처하기 시작하면서, 단순한 사고일 수도 있는 사건이 의외로 엄청난 비밀과 함께 ‘진실’을 드러내면서,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사실 강신념은 대기발령 상태인 인물이고, 지하에 부적절하게 매설된 고압선의 실체를 알게 되자, 시청으로부터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 이른, 이른바 ‘주의’가 필요한 인물이다. 무사안일주의로 사건을 쉽게 마무리하려던 우반장과 철저하게 원인을 규명해 보고자 하는 강신념은 지금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있는, 복지부동형 공무원과 개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의 대립과 일치한다. ‘홀’은 연극적 텍스트의 재현을 위한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무대와 객석을 하나의 공간으로 묶어서, ‘구멍’을 파는 현재진행형의 작업과 지하수의 범람이라는 결과로서의 현상을 관객이 직접 체험하도록 유도하는 연극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무시무시하고도 위험한 현실의 가상적 공간에 놓인 우리들의 불완전하고도 매우 위협적인 환경에 대한 고발이며, 무책임과 무사안일주의로 버텨온 우리들의 ‘일상에 대한 도발’이다.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진 두 인물이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행동을 펼치면서 지속적으로 충돌하게 되고, 이에 따른 극적인 행동을 흥미진진한 퍼포먼스로 펼쳐 보인다. 이 작품은 ‘파헤치려는 자와 덮으려는 자의 충돌’을 극적인 형태의 땅을 파는 행위를 통해 펼쳐 보임으로써 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은유한다.
이 작품의 작가 김진만은 시대적 화두를 자신만의 화법과 형식으로 독창적인 공연을 구현해내며 ‘젊은 연극인상’과 37회 서울연극제에서 연극 ‘다목리 미상번지’로 2관왕을 수상하는 등 공연계에서 큰 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진만은 작가 겸 연출가다. 세종대학교 공연·영상·애니메이션학과 박사를 수료했다. 현재 ITI(국제극예술협회) 한국본부 축제분과 위원장이다. 월드 2인극 페스티벌 창안자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2019 예술분야 문화체육관광부 표창장을 수상했다. 『우중산책』, 『홀(HOLE)』, 『다목리 미상번지』, 『보석보다 찬란한』, 『안아 주세요』, 『씨름사절단』 등 다수의 희곡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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