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박새봄 '인당수 사랑가'

clint 2016. 11. 9. 09:45

 

 

 

아름다운 소녀 춘향은 밤낮으로 눈 먼 아비를 살피고 집안 일을 돌본다. 춘향은 단오날 그네터로 나가 인당수를 내려다보며 노래 한 자락과 함께 신나게 그네를 탄다. 몸종 방자와 함께 인당수 곁 정자로 쉬엄쉬엄 걸어나오던 몽룡은,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끌려 그네터를 바라보니, 바로 거기 춘향이 있었다. 신분 높으신 사또 자제 몽룡과 소녀 춘향은 첫 눈에 사랑을 느끼고, 두 사람은 각자의 아비들의 눈을 피해 앞뒤를 잴 수 없는 사랑에 빠진다. 그들은 서로의 지극한 사랑으로 야반도주를 결심한다. 춘향은 눈 먼 아비 걱정에 방자를 시켜 아비를 모셔오려고 하지만 덜미를 잡혀 야반도주는 하룻밤의 꿈으로 끝난 채, 둘은 강제로 헤어진다. 결국 몽룡은 한양으로 떠나고, 춘향은 반드시 과거 급제하여 돌아오겠다는 몽룡의 약속을 믿으며 마을에 남는다. 이 마을에 세상을 살만큼 살고 즐길 만큼 즐긴 변학도가 사또로 새로 부임을 한다. 공무에는 철두철미하며 풍류 또한 아는지라 마을 기생들은 안달이 나고, 시찰을 나왔다가 강가에 들른 변학도의 눈에 울고 있는 춘향이 보인다. 춘향이 좋아진 변학도는 춘향을 설득하지만, 그녀는 흔들리지 않는다. 깊어지는 사랑에 응답 받지 못한 변학도는 몽룡이 과거에 급제했다는 소식에 마지막 수단을 강구한다. 변학도는 몽룡이 이미 사대부가의 여인과 혼인하였음을 이야기하고, 춘향은 무너져 내린다. 춘향은 몽룡과 백년가약했던 인당수 앞에서 마지막 노래를 부르며 푸르른 물 아래로 몸을 던지는데...

 

 

 

 

      
 
구성진 가락으로 시작하는가 싶었던 창극은 알아차릴 듯 말 듯 랩으로 구사되기도 하고 신중현의 ‘미인’ 도입부가 음악에 인용되어 곁들여지기도 한다.<인당수 사랑가>에서의 크로스오버는 무대마저 예외가 아니었다. 무대는 물론 객석과 무대 뒤까지 넘나들며 때로는 양팔로 인형극까지 구사해내는 배우들의 동선 속에서 어느새 관객들은 이야기의 한 가운데 녹아 들어간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캐릭터에 대한 전복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인데 예를 들면 우리가 알고 있던 변학도는 온데간데없이 수려한 외모에 중후한 목소리를 가진 변학도가 등장해 춘향이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해준다는 식이다.
<인당수 사랑가>는 이러한 각각의 요소들이 과하거나 부족함 없이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며 잘 버무려져 있는 작품이다. 쉴 틈 없는 변주의 향연에도 불구하고 발단, 전개, 절정, 결말에 이르기까지 탄탄하게 고조되어 가는 이야기 구조속에서 ‘판소리 춘향가’ 의 부분 부분이 온전히 재현되고 있는 모습에선 이 작품이 고전을 차용한 볼거리 수준 정도에서 머물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엿보인다
인당수 사랑가>는 극적인 이야기를 소리로써 표현하는 우리의 ‘판소리’가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만났을 때 얼마만큼의 상승작용을 할 수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공연이다. 6년여 공연 기간 동안 보완을 통해 발전해 온 이 ‘지독히 한국적인 뮤지컬’은 이제는 조심스럽게 ‘완성’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 하다
 
 

 

 
심청전과 춘향전을 하나의 이야기로 재구성한 이 작품은 기존 춘향전의 이야기에서 춘향의 아버지가 심봉사라는 설정과 몽룡이 장원급제하지만 두 사람이 이승에서 해피엔딩을 이루지 못한다는 결말 부분이 차이가 있을 뿐 줄거리는 새로울 게 없다.
그 대신 이야기를 합치면서 개성 넘치는 조연이 많아진 게 극의 재미를 극대화한다. 심청전의 심봉사와 뺑덕어멈, 춘향전의 방자와 변학도가 원작과는 다른 새로운 캐릭터로 태어났다. 심봉사는 춘향을 변학도 후처로 앉히고 싶어 하는 철없는 노인네로, 뺑덕어멈은 요염미를 뽐내는 술집 마담 뺑마담, 방자는 춘향과 몽룡의 연애를 돕는 센스 넘치는 조력자로, 변학도는 춘향을 통해 나이 들면서 식어버린 열정을 되찾으려는 중년 남성으로 탈바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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