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작가 이근삼 선생의 1980년대 작품으로써 '솟대쟁이패'의 재주거리였던 '병신굿'을 소재로 희곡화한 작품이다 남사당패가 유랑극단이라면, 솟대쟁이패는 오늘날의 서커스에 비교된다. 그런데 이 솟대쟁이패의 여러 가지 놀이 가운데 하나인 '병신굿'은 아주 잘 짜여진 세련된 연극이다 대사가 거의 없는 벙어리굿인 병신굿은 크게 두 마당으로 나뉘는데 '상놈이 양반 부려먹고 헤롱대는 거리'와 '양반이 상놈 못살게 굴다가 함께 망신하는 거리'로 진행된다. 흔히 이야기되는 민중극에서의 저항정신이, 일반적 비판을 넘어 싸잡아 흔들어보는 한 수 더 뜬 극술로 나타난다. 너 나 할 것 없이 병신같은 세상을 풍자하고 있는 '병신굿'을 이근삼 선생에 의해 '요지경'이란 작품으로 탄생했다.
줄거리
권대주의 머슴이었던 고을갑은 돈으로 양반의 신분을 샀다. 무식한 고을갑은 돈의 힘으로 권대주를 부리며 은근히 조롱한다. 권대주는 고을갑의 무식함과 자신의 체면손상 때문에 보복을 결심하고 곧 실행에 옮긴다. 아무것도 모르는 고을갑은 엉성한 제사를 지내고 양반의 딸을 희롱하려는 등 기고만장하나, 권대주의 사기에 넘어가 그만 빈털터리가 된다. 하루아침에 거지가 된 고을갑은 다시 권대주의 머슴으로 들어가고 대주는 그를 비웃는다. 그런데 갑자기 명문가문인 권대주의 집에서 암탉이 우는 괴이한 일이 벌어져, 권대주는 무당을 불러 굿판을 벌인다. 신기가 들린 무당은 권대주와 고을갑에게 서로 싸우는 벌을 내리고 두 사람을 조상의 무덤으로 보낸다. 두 사람은 극한 상황에서도 서로 헐뜯고 싸운다. 그렇지만 오가는 사람들과 짐승에게 거지 취급을 받을 뿐이다. 결국 외나무다리에 이르러서야 점차 화해하게 되고 서로 도와 외나무 다리에 오른다. 그러나 중간 지점에 이르러서 사나운 개들에게 밀려 두 사람은 물에 빠지고 서로 꼭 붙은 채 죽는다. 춤판과 함께 막이 내린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근삼 '국물 있사옵니다' (1) | 2016.10.18 |
---|---|
이근삼 '거룩한 직업' (2) | 2016.10.18 |
이근삼 '이상무의 횡재' (1) | 2016.10.16 |
이근삼 '몽땅 털어 놉시다' (1) | 2016.10.16 |
이근삼 '나 어딨소' (1) | 2016.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