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근삼 '요지경'

clint 2016. 10. 16. 13:00

 

 

 

극작가 이근삼 선생의 1980년대 작품으로써 '솟대쟁이패'의 재주거리였던 '병신굿'을 소재로 희곡화한 작품이다 남사당패가 유랑극단이라면, 솟대쟁이패는 오늘날의 서커스에 비교된다. 그런데 이 솟대쟁이패의 여러 가지 놀이 가운데 하나인 '병신굿'은 아주 잘 짜여진 세련된 연극이다 대사가 거의 없는 벙어리굿인 병신굿은 크게 두 마당으로 나뉘는데 '상놈이 양반 부려먹고 헤롱대는 거리'와 '양반이 상놈 못살게 굴다가 함께 망신하는 거리'로 진행된다. 흔히 이야기되는 민중극에서의 저항정신이, 일반적 비판을 넘어 싸잡아 흔들어보는 한 수 더 뜬 극술로 나타난다. 너 나 할 것 없이 병신같은 세상을 풍자하고 있는 '병신굿'을 이근삼 선생에 의해 '요지경'이란 작품으로 탄생했다.

 

 

 

 

줄거리

권대주의 머슴이었던 고을갑은 돈으로 양반의 신분을 샀다. 무식한 고을갑은 돈의 힘으로 권대주를 부리며 은근히 조롱한다. 권대주는 고을갑의 무식함과 자신의 체면손상 때문에 보복을 결심하고 곧 실행에 옮긴다. 아무것도 모르는 고을갑은 엉성한 제사를 지내고 양반의 딸을 희롱하려는 등 기고만장하나, 권대주의 사기에 넘어가 그만 빈털터리가 된다. 하루아침에 거지가 된 고을갑은 다시 권대주의 머슴으로 들어가고 대주는 그를 비웃는다. 그런데 갑자기 명문가문인 권대주의 집에서 암탉이 우는 괴이한 일이 벌어져, 권대주는 무당을 불러 굿판을 벌인다. 신기가 들린 무당은 권대주와 고을갑에게 서로 싸우는 벌을 내리고 두 사람을 조상의 무덤으로 보낸다. 두 사람은 극한 상황에서도 서로 헐뜯고 싸운다. 그렇지만 오가는 사람들과 짐승에게 거지 취급을 받을 뿐이다. 결국 외나무다리에 이르러서야 점차 화해하게 되고 서로 도와 외나무 다리에 오른다. 그러나 중간 지점에 이르러서 사나운 개들에게 밀려 두 사람은 물에 빠지고 서로 꼭 붙은 채 죽는다. 춤판과 함께 막이 내린다.

 

 

 
이근삼의 「요지경」은 전통연희의 요소를 다시 재창조한 극이다. 텅빈무대가 설정된 것은 전통극의 ‘마당’과 동일한 효과를 지니는 것으로 열린 공간에 해당된다. 그리고 이 공간에서 놀이가 진행되거나 확장된다. 또한 열린 공간의 상징성은 부차적 인물들의 역할이 바뀌는 계기로 이어지고 관객과 소통 할 수 있는 매개로 작용하며, 개연성과 시공간적 인과성이 초월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위의 논의는 거칠게 말해 ‘마당’의 함축성을 해석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풍자’의 개념을 중심에 놓고 봤을 때, 부수적인 요소로 간주되는 주변적 요소들이다. 작가가 궁극적으로 말하려고 하는 바는 전통적 요소들에 힘입어 이야기 되고 있다. 풍자의 개념을 살펴보았을 때 ‘풍자’는 ‘공격’과 ‘우회’의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면 여기서 이근삼의 「요지경」이 ‘공격’적 요소로 불릴 만한 강한 비판적 요소가 드러난 지점이 있는가?라는 질물을 할 수 있다. 이에 부합되는 부분은 무당의 입을 통해 신의 음성과 무당의 음성이 장단에 맞춰 교차되고 두 양반을 욕하는 부분이 이에 해당된다. 이 부분은 강한 공격성을 지니고 있다. 이밖에도 기타 여러 지점에서 조롱과 해학을 통한 우회적 씨비걸기가 희곡 전체에 연이어 드러난다.

 

 

 

      
 이근삼의 희곡 「요지경」에 드러난 풍자성이 드러난 지점은 일면 타당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공격’과 ‘우회’의 방법이 적당히 녹아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여기서 또 다시 질문을 할 수 있다. 이근삼이 전통적인 방법을 지향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이에 대해 홍창수는 “작가의 전통 연희의 수용은 개인적인 관심사라기보다는 60년대와 70년대에 본격화되었던 문화의 풍토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아도 좋다. 학계에서는 민족주체성을 바탕으로 왜곡된 식민지 사관과 문화를 시정하려는 노력이 진행되었고 연극계에서도 전통연희에 보다 많은 관심을 쏟았다.”라고 보고 있다. 이는 시대적인 담론에 작가들이 부응한 측면을 서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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