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 이윤택
<연극-삶의 형식>은 연희단거리패 창단 10주년 기념공연작이다. <오구-죽음의 형식> <불의 가면-권력의 형식> <바보각시- 사랑의 형식>에 이은 형식시리즈인데, 이 마지막 시리즈를 그냥 연극으로 하고 싶어서, <연극-삶의 형식>이 됐다.
연극 자체에 대한 질문으로 이 시리즈를 끝낸다.
이 작품은 연극 하는 사람들 이야기이다. 한국사회 속에서 연극한다는 의미는 무언가? 연극과 현실의 관계를 우리식의 감동과 성찰로 엮어보려 했는데, 갈수록 대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유롭지 못한 구성이 되지 않았나 걱정됩니다. 그러나 <바보각시-사랑의 형식>을 부산 가마골 소극장에서 만들 때, 그때의 참담하고 어려웠던 느낌을 재료로 하여 꾸몄다. 어느 극단 대표 겸 연출가가 사채업자에게 얻어맞았다는 소문도 글을 쓰는 계기가 되었다. 원래 이 대본은 그분에게 드릴 예정이었는데, 지금 작품을 연출하고 제작할 겨를이 없는 것 같다. 그분의 재기를 기다리면서, 이 작품을 연희단 거리패 10주년 공연 작품으로 정했다. 이 대본은 한 극단에서 한편의 연극이 만들어지는 과정 중의 뒷 이야기- 연극하는 사람들 이야기지요. 예술 이전에 생존을 위한 연극의 고통스런 과정이 극의 주제를 이룹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대본은 개인의 창작이라기보다, 연희단 거리패의 식구들이 겪었던 경험과 사유의 집합일 것입니다. 한국현실 속에서 그래도 막을 올리는 연극인들의 의지, 그리고 이런 연극을 따뜻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익명의 관객들이 있기에 쓰여질 수 있는 대본입니다. 여기에 참가하는 배우들 또한 거리패의 현역, 신인, 옛 작업자들이 함께 모여 10주년 기념의 의미를 빛냅니다. 화려하지 않은, 그러나 감동과 진실을 안겨주는 단단한 연극 한편이 선을 보일 수 있다면, 연희단 거리패와 가마골의 10년의 의미로서는 충분할 것입니다. 연출을 맡은 최정일 교수, 그리고 작가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연기자들의 자율적 재량이 이 불완전한 대본을 완성시켜줄 것입니다.
어느날 10년간 연극을 해온 극단이 문닫을 지경에 이른다. 이때 터진 한 기업체의 전속극단 제의는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스러워 하는 단원에겐 귀가 솔깃한 일. 단원들은 옛 터전을 사수할 것인가, 돈에 팔려갈 것인가를 놓고 급기야 갈등을 빚게 된다. 연극의 형식미를 눈여겨 볼만하다.사당패놀이,동.서양악기의 만남,사람과 인형의 공존등 이질적 요소들의유기적인 결합이 한편의 연극속에 어떻게 녹아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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