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희곡 '허생전'의 이야기 자체는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의 '옥갑야화(玉匣夜話)'에 있는 것이다. 서울 남산골에 사는 가난한 선비 허생은 과거(科擧)에 계속 실패하고 아내의 불평이 커지자 책을 덮고 표연히 집을 나와, 장안 제일의 변 부자를 찾아가 돈 만 냥을 빌린다. 그 길로 안성 시장으로 가서 온갖 과일을 사들여 물건이 귀할 때에 팔아 10만 냥을 번다. 이 돈으로 농기구, 옷감 등을 사서 제주도에 가서 이를 팔아 다시 말총을 사서 다시 열 배의 이익을 남긴다. 이때 마침 변산 땅에 도적이 창궐하였는데, 허생은 이들을 달래어 무인도로 데려가 교화시키며 3년을 보낸다. 일본 장기에 흉년이 들자. 허생은 먹고 남은 곡식으로 은 100만 냥을 벌어 가지고 나온다. 그 뒤 허생은 섬 사람들에게 많은 교훈을 남기고 은 50만 냥을 가지고 육지로 돌아와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변씨에게도 10만 냥을 되돌려 준다. 그 후로 허생은 변씨와 지기지우가 되어 지낸다. 이후 변씨와 친한 조정의 어영 대장 이완이 허생을 찾아와 국사를 도와 달라고 요청한다. 허생은 조정과 양반 계층의 모범과 각성을 요구하는 이른바 '시사 삼난(時事三難)'을 해결책으로 제시했으나 호응받지 못한다. 다음 날 이완이 변씨와 같이 허생을 다시 찾아갔는데 허생은 간 곳이 없었다. (본문은 전3화(話) 5장(章) 가운데 2화의 하장(下章) 부분)
허생전은 오영진 ( 吳泳鎭 )의 후기 장막 희곡으로 18세기에 크게 성행하였던 실학사상의 실사구시 ( 實事求是 )의 바탕 위에서 정치의 고루성과 무기력한 양반사회, 위학(爲學) 등을 비판한 박지원 ( 朴趾源 )의 단편소설 〈허생전〉·〈양반전〉, 그리고 채만식 ( 蔡萬植 )의 소설 〈허생전〉을 골격으로 창작된 이 작품은 〈맹진사댁 경사〉와 함께 대표작에 속한다.
그러나 박지원과 그가 살았던 시대, 오영진과 그가 처하였던 현대가 다른 것처럼 두 사람의 사상적 배경도 크게 차이가 나서 흥미롭다. 즉, 박지원은 그 시대에서는 진보적 생각을 가지고 봉건체제의 모순을 지적한 데 반하여, 오영진은 보수적인 사회관을 지니고 현실정치를 비판하였다.
따라서 오영진의 〈허생전〉은 박지원의 〈허생전〉만큼 시대적으로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오영진은 허생이라는 인물을 현대화하여 1960년대의 권력구조를 매판(買辦:개인 이익을 위해 외국 자본에 붙어 자기 나라의 이익을 해치는 일)정치로 몰아서 산랄하게 비판하였다. 그는 1960년대의 상황을 18세기와 비교하여 명나라를 오늘의 일본에 비유하고 있다. 이 작품에 나타난 또 하나의 사상은 처녀작 〈배뱅이굿〉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허무주의이며, 다른 많은 작품에서 나타나는 해학성이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으며, 판소리투의 운문성도 돋보인다.
전작(前作) 〈모자이크게임〉의 인형극적인 간결함, 함축성 있는 대사와 빠른 속도감에 비하여 〈허생전〉에서 보이는 것은 창으로 부를 수도 있도록 구성한 리드미컬한 대사와 범시대적 원형질이 보인다. 즉 전통 예술의 여러 측면을 수용하여 그것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는 방법을 구사해 본 것이라 하겠다. 그것은 소재에서 뿐만 아니라 구성·문체·인물 등에 있어서 다양한 실험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참고문헌≫ 한국현대희곡사(柳敏榮, 흥성사, 1982).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 작품은 박지원의<열하일기>에 실려 전하는 한문 소설 "허생전(許生傳)"을 원본으로 하고, 채만식의 소설 "허생전"을 참고로 하여 희곡화한 것이다. 무능력하고 무위도식하는 양반에 대한 비판과, 피폐해진 나라 경제를 일으키려는 실학적 세계관이 반영되어 있다.
연암의 실학 사상이 원숙한 경지에 이르렀을 때에 지어진 것으로, 날카로운 현실 비판과 뚜렷한 유토피아 지향이 엿보인다. 교과서에 수록된 것은 이 작품을 희곡화한 것으로 허생 이외의 등장 인물들이 희극적으로 그려져 허생의 인품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조선 후기의 사회상과 연결하여 이 작품에 반영된 실학 사상을 평가해 본다면 더욱 깊이 있는 작품 감상이 될 것이다.
이 작품은 연암 박지원의 소설<허생전><양반전>과 채만식의 소설<허생전>을 바탕으로 하여 쓰여진 희곡이다. 전체적인 극의 구성은 이전의 작품과 유사하나,<양반전>의 ‘양반 매매’ 부분을 인용함으로써 총체적인 사회의 혼란상을 드러내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며, 작가 특유의 희극적인 인물 설정 및 상황 묘사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특히 서울에서 허생을 등용하러 백석도에 내려온 이완과 허생의 진지한 대화 사이에 술과 안주만을 찾는 허생의 엉뚱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진행시켜 희극적 상황의 절정을 이루게 된다. 따라서, 이 작품은 단순한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것뿐만 아니라 이 극에서는 인물의 전형화(典型化)를 통해 희극성을 획득하며 주제를 강조하고 있다. 본래 연암이나 채만식의 소설에서는 허생을 경학과 윤리에 밝고 조성기나 유성원을 능가하는 도가(道家)로 묘사했으나, 오영진은 기인(奇人)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변승업을 전형적인 도매상으로, 매화를 전형적인 작부(酌婦)로, 억쇠를 전형적인 하인으로, 박몽인을 부패한 관리의 전형으로 묘사하고 있다.
허생과 매화의 애정을 매개로 한 쫓고 쫓기는 상황, 밀무역으로 잡혀간 변승업이 오히려 진사 벼슬을 얻어 오는 상황, 양반인 박몽인이 상인처럼 거액의 구문을 바라다가 오히려 혼쭐이 나는 상황 등은 극적 재미를 더해 준다. 현실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경제 구조의 취약성, 수많은 도적떼의 창궐에서 드러나는 민생 도탄, 지배층의 명분을 위한 북벌론 등 조선 후기 사회의 모순점을 비판한 것은 오영진의 극이 연암이나 채만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점이다.
그러나 오영진의 경우, 상황을 보다 구체화하고 있으며, 특히 비판할 부분에서 극도의 희극성을 창출해 내어 ‘조롱’을 곁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과일을 구하러 온 박몽인, 허생을 천거하러 찾아온 이완에 대해 허생은 조롱 섞인 가벼운 농담으로 일관한다. 이는 진지함과 심각함에 대한 세련된 대결의 자세라 할 수 있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차범석 '성난 기계' (1) | 2016.10.05 |
---|---|
오태석 '춘풍의 처' (1) | 2016.10.05 |
이어령 작 '세번은 짧게 세번은 길게' (1) | 2016.10.05 |
송기원 1인극 '늙은 창녀의 노래' (1) | 2016.10.05 |
이재현 '하얀 집' (1) | 2016.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