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재현 '하얀 집'

clint 2016. 10. 5. 07:49

 

 

 

 

현대인의 모습을 다각화하여 조명한 작품으로 극단 星座1980년 대한민국 연극제의 참가작이다세실극장에서 19801023~29일까지 공연됨. 이재현작 김학천 연출.

 

극도로 유형화된 현대인의 모습을, 그들을 지배하는 온갖 소리들과 조작적 문명의 요인들을 배경으로 보여준다.

부조리극 계열의 작품이다등장인물은 성별 나이 성격을 분명히 구별하지 않는다. 모든 인물은 흰 옷을 착용하였으며 그 색처럼 일체의 성격이 배제되어 있다. 그리고 행동은 극도로 유형화되어 마치 인형을 방불토록 한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인물의 묘사가 아니라 상황의 묘사며 인물이 극에서 차지하는 역활은 상황의 발전뿐이다

 극단 성좌의 <하얀 집>은 작가 이재현(40) 씨가 "재래의 표현 방법이 아닌 뭔가 다른 표현 방법을 찾기 위해 쓴 작품이다. 이 작품은 "줄거리도 없고 등장 인물의 성격이나 성()의 구별이 없고 인물의 상호 관계도 불분명하다는 것. 그런 상식적인 틀을 모두 벗어 던지고도 작가가 하려는 말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그가 이 작품의 희곡 양식을 만들어낸 이유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현대 문명으로 상징되는 하얀 집안에 사는 A, B, C와 그 건물의 문명을 좌우하는 물, 전기, 에어컨, 전화 등 물질이다. 문명으로 상징된 하얀 집에서 빠져나오려는 인물이 이 작품의 주인공이 되는 셈이다<하얀집>이라는 로맨틱한 제목은 재래의 모든 양식이 탈색됐다는 뜻으로 쓴 전혀 로맨틱하지 않은 제목"이라고 설명한다.

 

작가의 글

작가가 자기의 작품을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다. 이번 작품은 재래의 연극이 음으로 양으로 강요하였던 그 형식에서 탈피하려는데 첫째 목적이 있다. 우선 등장인물들이 일정한 성격을 갖고 카타르시스를 통해야만이 작품의 주제가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또 반드시 인물들이 성적으로 구별되어야할 필요도 없다. 인물은 꼭 성격을 가져야하는 것도 아니다. 구태의연한 성격으로 인한 설정과 연기, 남녀 성의 구분으로 인한 연기등이 너무나 번잡할 때가 있다. 하얀 집은 이러한 모든 것이 모두 탈색된 무성격, 무성의 인물들에 의해서 하나의 작품을 형상화 하려한 것이다. 그러므로 성격으로 인한 대립 갈등 등은 완전배제 되었고 오직 상황의 발전만이 있을 뿐이다. 물론 위와 같은 극작법은 소재에 따라 많이 좌우되는 것인데 이 작품은 인간보다 문명을 다루려 했기 때문에 그러한 생각이 가능했다.우리의 문명은 도취될 만큼 많은 발달을 하여 왔다. 그러므로 人間存在자체는 文明 속에서 점차 망각되어 지고 있는 듯하다. 현재가 그렇고 미래는 더욱 그럴 것이다. 결국 문명을 잉태한 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그 속에 묻혀 있는 것은 어쩌면 숙명이기도 하나 그 존재가 점차 희미해져 가는데 아쉬움이 있는 것이다. 문명은 아무리 발달을 하여도 그들의 영혼마저 수용할 수는 없지 않은가. 미국의 연극계를 둘러보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표현의 다양화다. 아직까지 재래의 공연을 그대로 답습하는 면도 많으나 한쪽에서 무섭게 일고 있는 갖가지의 표현형태를 충분히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맹목적인 실험극의 도입도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부단한 새로운 표현의 개발은 주제나 소재 못지않게 무대예술에서는 중요한 것이다.

 

이재현

1940년 6월 20일 평남 평양 출생.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극단 실험극장 동인(1966) 및 동 사무국장(1970), 드라마센터 레퍼터리극장 기획실장(1972) 등을 역임하였다. 한편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연극학을 전공하여 드라마센터, 서울예술전문대학, 한양대학교 강사를 지내기도 하였으며 현재 극단 ‘부활’ 대표로 활동중이다. 1965년 국립극장 장막 희곡 모집에 「바꼬지」가 당선되어 극작가로 데뷔하였다 「해뜨는 섬」(1966)으로 제3회 한국연극영화예술상 신인상을 수상하였으며, 이범선의 단편소설 「학마을 사람들」을 각색(1968)하여 제5회 동아연극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또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포로들」  (1972)이 5‧16 민족상 공모 희곡부문에 당선된 바도 있다. 그의 작품세계는 주로 사회 문제를 즐겨 다루면서 비판적 현실인식을 드러내고 있으며, 역사극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사할린스크의 하늘과 땅」(1967), 「몽유병 환자」(1970), 「내 거룩한 땅에」(1970), 「신시(神市)」(1971),  「포로들」 (1972), 「엘리베이터」(1972), 「성웅 이순신」(1973), 「태양관측」(1973), 「썰물」(1974), 「하늘아 무엇을 더 말하랴」(1974), 「병사들의 합창」(1974), 「북향묘」(1976), 「한밤의 산책」(1976), 「대한(大恨)」(1976), 「비목」(1977), 「멀고 긴 터널」(1978), 「님의 침묵」(1979), 「화가 이중섭」(1979), 「하얀집」(1980), 「강릉매화전」(1981), 「미국에 산다」(1981), 「적과 백」(1983), 「세종대왕」(1983), 「아파트 열쇠를 주세요」(1984), 「코메리칸의 무서운 아이들」(1985), 「유다의 십자가」(1987), 「배비장전」(1987), 「화랑 원술」(1988), 「코리아게이트」(1988), 「동반자」(1989) 등이 있다. 희곡집으로 『비목』(1978), 『화가 이중섭』(1979)이 있다. 2016. 05월 미국에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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