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한혜연의 '수박을 만드는 세 가지 방법'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쉽게 공감할 만한 여자들의 우정을 그리고 있다. 쌍꺼풀 수술을 앞두고 수박을 한 통 들고 옛 친구를 찾아온 덕용을 시작으로 연극은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그녀들의 우정과 삶을 되돌아본다.
덕용은 대학 시절 만난 진주를 통해 자신의 외모가 썩 훌륭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신보다 상대적으로 아름다운 진주를 통해 외모 콤플렉스를 갖게 된 덕용. 이후 그녀들의 우정에 한 남자 선배가 끼어들면서 둘의 사이는 소원해진다.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쌍꺼풀 수술을 결심한 덕용이 진주를 찾아오며 멈춰있던 둘의 우정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작품은 그녀들이 다시 만나 함께 지내는 며칠을 뒤따라가며, 여자들의 우정과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북악산 기슭에 위치한 삼청각의 별채, 유하정에서 공연하는 이 작품은 일반 공연장에서의 관람과는 다른 신선한 재미를 준다. 유하정은 전문 공연장소가 아닌 한옥이기 때문에, 마치 친한 친구의 집에 놀러와 있는 듯한 푸근한 느낌을 준다. 바닥에는 딱딱한 의자대신 방석이 깔려 있어 관객들은 편안하게 앉아 휴식 같은 마음으로 공연을 관람하면 된다.
러닝타임 50여분 동안 과거와 현재, 진주의 집과 병원, 지하철 안 등을 오가며 시간과 공간이 수차례 바뀌는데, 이에 장면 전환을 위한 장면 전환수를 따로 두고 있다. 장면전환수는 몇 가지 연극적 장치로 순식간에 장면을 전환하며, 관객에게는 공간을 상상하게 하고 극에는 활력을 불어넣는 감초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이 작품은 골목골목 뮤지컬 [빨래] 등의 공연으로 알려진 명랑씨어터 수박의 공연으로, 2005년 한국뮤지컬대상 작가극본상을 받은 추민주의 연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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