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장성임 '감시자'

clint 2015. 11. 13. 17:21

 

 

줄거리
- 1 막 -
어느 동네 골목 안, 거리. 동사무소와 마주보며 골목을 이루는 동네 반장 집 뒷벽에 두 달 전부터 누군가가 쓰레기를 무단으로 투기하자, 반장 여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치를 떤다. 그러나 그 일은 결국 반장만의 일. 동네 사람들은 형식적으로만 혀를 찰 뿐 아니라 슈퍼 집 남자는 주민들이 길 건너 대형 마트에 들락거린다며 이젠 동네일엔 신경 쓰지 않겠다고 심통을 부리기까지 한다. 심지어 동사무소나 파출소에서조차 권한 밖이라며 손을 놓고 있자, 반장 여자는 아들 준기의 힌트로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기로 한다. 쓰레기의 악취보다 자신의 고충을 외면하는 주민들에 대해 오기가 발동한 것이다. 한편 준기는 밤새 컴퓨터 게임에 빠져 늦잠을 자느라 미처 학교에 가지 못한 터였다. 대학 강사이며 시민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태주가 그 결정에 반대를 해보지만 먹혀들지 않고, 오히려 통장이나 동장, 파출소장은 각자의 이유로 은근히 반기기까지 한다. 한편 몇 번째인지도 모를 사법고시에 또 낙방을 한 고시생은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자 카메라에겐지 자신에겐지 모를 분통을 터뜨리고, 카메라가 설치된 걸 미처 모르는 몇몇 주민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카메라 앞에서 평소와 다름없는 행동들을 한다.
- 2 막 -
파출소. 영미 네와 미장원 집 여자가 서로 고소하겠다며 파출소로 들어오고, 뒤이어 말리다 지친 반장 여자가 들어온다. 사연인 즉, 영미 네의 불륜이 반장네 카메라에 의해 확인됐고, 그것을 말 많은 미장원 여자가 소문을 내 급기야 영미 네의 귀에까지 들어간 것이었다. 영미 네는 펄펄 뛰며 미장원 여자를 윽박지르지만 곧 입장이 불리해지자 반장 여자에게 천벌을 내려달라며 귀신에게 치성을 드린다. 그때 경철 네가 파출소로 기어들어 와 미장원 여자의 아들인 명호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신고를 한다. 반장 여자는 의기양양하게 자신의 카메라로 확인해준다. 파출소로 불려온 명호가 반장 집 뒷벽에 쓰레기 버린 놈을 쳤을 뿐이라고 진술하자 경철 네는 멍든 눈의 아픔도 잊고 잡아떼기에 바쁘다. 숨기고 싶은 모습들을 감시 카메라에 찍힌 주민들이 하나 둘 파출소로 달려오지만 주민들의 갈등은 더 커지기만 하고, 반장 집 아들 준기마저도 감시 카메라와 케이블로 연결된 자신의 모니터를 보느라 학교에 무단결석한 것이 드러난다. 그 소란 중에 술에 취한 고시생이 옷을 벗으며 술주정을 하는데, 어디선가 묘한 기계음이 들려온다. 서로를 비웃는 것으로 착각한 주민들은 또 다시 짝을 이뤄 입씨름을 해댄다.
- 3 막 -
골목 안, 거리. 주민들은 언제부턴가 그 골목을 지날 땐 눈치 보듯 카메라를 힐끗거리며 빠르게 골목을 빠져나가게 되었다. 을씨년스러워진 골목을 찾는 건 통장 집 딸과 슈퍼 집 아들뿐인데, 고교생인 그들이 마음 놓고 입을 맞추기 위해선 감시 카메라만 피하면 되기 때문이다. 사각 지대! 카메라의 바로 밑이 그들이 선택한 위치이다. 입맞춤을 끝내고 다시 한 번 안전을 확인하던 슈퍼 집 아들은 방금 전까지도 있었던 카메라가 없자 깜짝 놀란다. 그러나 동네 어른들과 다시 그 골목에 왔을 땐 카메라가 천연덕스레 제자리에 있는 것이었다. 확인해 본 결과 모니터엔 골목 안뿐 아니라 동네 곳곳이 다 찍혀 있다며 반장 여자도 경악을 금치 못한다. 감시 카메라 중독에 빠져 초췌해진 몰골에 정신이 반쯤 나간 준기의 말에 의하면, 주민들이 파출소에서 싸우던 날부터 모니터에 이상한 장면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슬슬 두려워진 주민들은 카메라에 귀신이 들렸다는 영미 네의 말에 큰 공포를 느낀다. 일단 케이블을 끊고는 주민들이 뿔뿔이 사라지자 텅 빈 골목엔 정적만이 감돈다. 잠시 후 술과 절망에 절은 고시생이 그 골목을 지나가고, 얼마 전에 새로 이사를 온 신혼부부가 등장한다. 처음과는 달리 어쩐지 살수록 동네가 을씨년스러워진다며 사라지는 그들을 카메라가 쫓아간다. 신혼부부의 안방 창문에서 그들의 은밀한 모습을 찍고 있던 카메라 렌즈가 갑자기 어떤 곳을 향한다. 그리곤 누군가를 줌인 한다. 카메라는 … 살아 있는 것이다.

 

<감시자>는 감시카메라를 소재로 삼았다. 공권력에, 또는 남모를 타인에게 몰래 감시당하고 시청당하면서 개인의 삶이 위태로워지는 사회문제를 주제로 삼은 것도 같다.  <감시자>는 사회의 축소판인 ‘동네 골목’을 무대로 해서 공동의 이해관계가 물린 무단투기 쓰레기를 놓고 사건이 벌어지면서 사회성을 높였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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