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27 2

하종오 '시극 어미와 참꽃 '

1988년에 공연된 이 시극은 광주 민주화운동에 외아들을 잃은 한 어미의 애절한 절규이다. 아직 풀리지 못한 응어리, 가슴속에 차 있는 답답함을 어떤 방법으로도 풀 실마리를 찾고 싶다는 갈망이 어미의 입에서 구구절절 가슴을 찢는 애절한 시구로 읊어진다. 이 작품에서의 "참꽃"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간략히 언급하면 참꽃은 본디 먹을 수 없는 개 꽃 – 철쭉꽃과 대비되는 말로 진달래꽃의 호남지방 사투리인데, 이 작품에서는 묘지 가득한 꽃을 가리키면서부터 어미의 한과 아들의 죽음 전체를 상징하는 단어로 쓰여졌다고 한다. 그 어미의 정성을 딛고 참꽃이 활짝 피기를 바란다. 어머니 역을 맡은 배역만 무대에 등장하며 생전, 사후의 아들은 소리로 나온다. 그리고 여러 소리(진압군과 저항시민 함성, 방송), 그리고 총소..

한국희곡 2024.01.27

임선영 '작은 집을 불태우는 일'

자신에 대한 의심으로 시작한 불씨는 집을 불태운다. 봄, 여왕벌은 집을 만들고 어린 장수 말벌인 89와 90은 길러주는 엄마인 5를 통해 집에 대한 규칙을 배운다. 89는 자신들보다 오래 사는 꿀벌이 밉다. 시간이 지나 성년식이 다가오고, 89와 90은 성년식을 거쳐 집을 지키는 일과 집을 돌보는 일을 맡게 된다. 한편, 5는 성년식 동안 다른 뜻을 품는데.... 장수 말벌의 세계에 빗대어 인간 세계의 다양한 화두들을 논의해 보려는 작품이다. 시적 언어와 소재의 선택은 흥미로웠으나, 전반적인 개연성이 부족하여 작품이 그려내고 있는 세계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가 인간중심 세계에 대한 은유로서만 쓰인 것인지, 혹은 인간중심 세계를 벗어나 장수 말벌인 비인간 존재세계 자체를 내밀히..

한국희곡 2024.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