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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한 '백돌비가 - 미망이 된 여인에 대한 사초'

연극 는 연산군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며, 제3회 벽산희곡상 당선작이다. 연산군과 장녹수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이미 비슷한 소재의 작품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언어와 구조가 다른 후보작들에 비해 정교하고 안정감이 있었다는 평가다. 연산군의 폭력성 이면에 감춰진 외로움과 연산을 사로잡은 장녹수의 사랑을 역사를 비틀어 보는 시선과 섬세한 무대언어로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작가는 "백돌비가는 신화가 된 왕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한 여자의 이야기"라며 "아첨쟁이 빼곤 자신을 믿어주는 신하가 없었던 연산군과 노비의 신분으로 핍박과 업신여김을 당하던 장녹수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서로에게 빠져드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했다. 늙은 연산의 처소. 문득, 연산은 꿈속에서 어머니의 환영을 보고는 ‘..

한국희곡 2015.10.28

배삼식 '먼데서 오는 여자'

기억을 상실한 여자와 그 남편의 이야기로 이뤄진 ‘먼 데서 오는 여자’는 ‘여자가 왜 기억을 잃게 됐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향해 움직여 나간다. 그 과정에서 개인의 기억을 넘어 집합기억인 역사를 소환하며, 한국현대사의 근대화 과정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전쟁 직후 극심한 궁핍의 기억, 학대를 받아 심성이 비뚤어진 아이, 식모살이와 청계천 미싱 시다로 생계를 유지했던 소녀들, 월남전 파병 등 흘러간 역사가 이들의 삶과 중첩된다. 때문에 노부부가 살아온 수많은 기억의 파편들은 우리네들이 함께 겪어온 이야기와 우리의 기억도 함께 같이 스며들어 있다. 기억과 이야기의 형식을 통해 한참을 풀어나가던 극은 결국 삶의 붕괴를 가져오는 내외부적 사건을 비추며, 우리 사회가 지나온 압축 성장의 어두운 이면을 들춘다..

한국희곡 2015.10.28

배삼식 '하얀 앵두'

어느 가을, 강원도 영월 산골에 반아산이 전원주택을 얻어 내려온다. 50대의 잊혀져 가는 작가인 그는 텅 빈 마당을 보며 하얀 앵두가 있던 할아버지의 정원을 복원하고자 한다. 어느 날, 이 집의 늙은 개 원백이가 동네 암캐를 겁탈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암캐 주인인 곽지복 노인이 노해서 반아산의 집에 들이닥친다. 곽 노인은 이 집 마당의 개나리 고목이 어떤 나무인지를 순간적으로 알아본다. 그리고 과거를 회상한다. 하얀 앵두와 함께 극의 흐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삼엽충 화석 이야기이다. 이 화석은 5억년이라는 긴 세월의 여행을 한 후 영월 땅에서 발견된다. 작가는 그러나 이 화석을 통해 우리의 인생이 짧고 덧없다는 상투적인 이야기를 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소소한 일상에 따뜻한 시선을 던집니다. ..

한국희곡 2015.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