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세한 '백돌비가 - 미망이 된 여인에 대한 사초'

clint 2015. 10. 28. 15:41

 

 

 

 

연극 <백돌비가- 미망이 된 여인에 대한 사초>는 연산군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며, 제3회 벽산희곡상 당선작이다.

연산군과 장녹수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이미 비슷한 소재의 작품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언어와 구조가 다른 후보작들에 비해 정교하고 안정감이 있었다는 평가다. 연산군의 폭력성 이면에 감춰진 외로움과 연산을 사로잡은 장녹수의 사랑을 역사를 비틀어 보는 시선과 섬세한 무대언어로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작가는 "백돌비가는 신화가 된 왕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한 여자의 이야기"라며 "아첨쟁이 빼곤 자신을 믿어주는 신하가 없었던 연산군과 노비의 신분으로 핍박과 업신여김을 당하던 장녹수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서로에게 빠져드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했다.

늙은 연산의 처소. 문득, 연산은 꿈속에서 어머니의 환영을 보고는 ‘신’이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과거회상을 하는 연산. 제안대군은 녹수를 연산에게 소개시켜주고, 연산은 녹수의 모습에서 돌아가신 폐비 윤씨의 모습을 본다. 녹수를 얻으면서 점점 미쳐가는 연산. 헌데, 녹수는 사실 너무 강해진 신하들의 세력 때문에 힘을 쓰지 못하는 연산을 마음대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 집어넣은 정치적 인물이다. 녹수는 권력 속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연산의 모습에 연민을 느끼고, 연산에게 붙여놓은 신하들의 말을 듣지 않게 된다. 결국 녹수는 연산에게 권력을 잡겠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말고 자신과 유유자적하며 살자는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김세한 작가에 의하면, "야사에 보면 연산군의 총희. 장녹수는 사실 그렇게 외모가 예쁜 축에 낄 수 없는 외모였다고 한다. 잘해야 중상정도의 외모에 키도, 아주 작아 30살 나이에도 16살 정도로 보였다고 한다. 궁 안에서 유일하게, 연산을 어린 시절 아명인 '백돌'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녹수의 매력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연산은 참 외로운 왕이었다. 주위에 아첨쟁이들 빼고는 자신을 믿어주는 신하들이 없었으며, 갑오사화나 무오사화등 몇 번의 사화를 거쳐 절대 왕권을 이뤘음에도 분명, 자신 주위에 진실로 자신을 대해줄 이가 없었다는 사실에 외로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외로움을 채워줄 역할로써 녹수가 총애를 받았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녹수는 문의 현령이었던 장한필의 첩의 자식으로 태어나, 노비의 신분이었으며, 자신의 남편과 자식들까지 버려가며, 제안대군을 찾아가 기생이 되고, 결국 왕의 성은까지 얻을 정도로 욕심이 심했던 여자였다. 자신에 대한 핍박이나 업신여김을 견디지 못했던 성격이었던 걸로 예상되는데, 그 일화로 지나가던 무수리가 자신의 치맛자락을 밟자 능지처참을 시켜버렸다는 일화도 있다. 서로 부족한 두 사람이 만나, 그 부족함 때문에 서로에게 빠져드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가 쓰고 싶었다"고 한다. "연산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 많이 차용되었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기에 쓸만한 매력이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작가 의도를 전했다.

 

김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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