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용락 '행선지'

clint 2015. 11. 13. 10:54

 

 

「행선지」는 1976년 월간문학에 발표한 단막극이다.

이 작품은 무료함 때문에 참지 못하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인의 행선지 없는 절망을 표현하고 있다.재치있는 네 인물의 대사가 깜찍한 인상을 준다.

'종착역' 이라는 역앞 다방에 거의 막차가 올 시간쯤에 한 남자A가 다방 전화를 붙잡고 장황한 전화를 한다. 여러군데... 사업얘기인 것 같은데... 들리는 소린는 좀 섬뜩한 얘기같기도 하다. 다방 레지인 여자A는 이 남잘 빨리 보 내고 문닫을 심산인데 막차 시간만 묻곤 계속 딴청이다. 여기에 여자 B가 누굴 만나기로 했다며 들어와선 조금 기다린단다. 이 여잔 대학 2년 철학 전공이다. 늙은 교수를 좋아하고 그를 기다린다고 한다. 막차도 떠나고 이들은 연결이 안되는 얘기를 한다. 남자 A는 처음엔 여자A에 접근했다가 이젠 여자 B에 기웃거리는 것 같다. 누군가를 죽이고 왔고 또 누굴 죽이러 가야한다는 남자A, 그럴 필요가 없다는 여자B... 자신이 그 늙은 교수를 죽이고 왔다며 그럴 필요가 없다며 그 둘은 다방을 떠난다. 무슨 치정 살인인듯한 이 얘기는 또 다른 남자 B가 늦었다며 다방에 들어서며 조금 풀릴 듯한데... 그 여자가 어떤 젊은 남자와 눈이 맞아 갔다고 하자 그 역시 알듯 모를듯 한 얘길 하고 떠난다. 이제 시를 쓸수 있을 것 같다는... 여자A는 놓고간 남자의 가방을 열고 그 안에 있는 성경책을 본다. 그는 신학생이었고 그의 전화는 모두 고장난 전화에 대고 한 허튼 소리였던 것이다.

 

여 A : (성경을 꺼내 보며) 이 커다란 트렁크 속에 겨우 성경책 한 권이라! (회의에 빠졌다가 다시 가방을 여기저기 살핀다. 다음 순간 놀라서) 아니 그 사람 신학 대학생 아냐? 신학 대학생! (다음 순간) 그런데 사람을 죽인다? 사람을? 그것도 신이? 아냐! 그럴 리가 없어. 그는 사람을 죽이지 않아! 모든 건 쇼였어. 그래, 그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어! 또 죽이러 간다는 것도 거짓이었고! 그러니 어떻게 되는 거지? 무슨 짓들을 벌이고 있는 거지? (완전한 회의에 빠져서) 그들 모두가 어디를 향해서 가고 있는 거지? 어디를? (고개를 젓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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