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총각 만득이 술에 취해 보름달이 환하게 뜬 산속을 걷고 있다.
눈에 띄지 않게 변신한 도깨비가 만득에게 싸움을 걸었지만
지는 바람에 몽당빗자루가 된다.
다음 날, 만득은 호기심에 다시 산으로 갔다가 몽당빗자루를 들고
내려온다. 인간에게 싸움을 걸었다가 졌기에 낮엔 몽당빗자루가 되고
밤에만 도깨비로 돌아올 수 있는 깨비는 만득에게 도깨비나라로 이끈다.
만득은 어머니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대리 만득을
집에 남기고 깨비를 따라 도깨비 나라로 간다.
도깨비 임금은 깨비에게 낮에도 도깨비가 되려면
"귀하면서도 흔하고, 추하면서도 아름답고, 환하면서도 어두운 것을
찾아오라"고 한다. 만득은 깨비를 안고 이 마을 저 마을로 찾으러
다니다가 도깨비 마을로 들어간다. 꼬깨비(어린 도깨비)들은 만득에게
자기들을 이기면 찾는 것을 알려주겠다며 여러 놀이를 하게 한다.
그러나 만득은 줄넘기도, 여우야 놀이도, 뜀틀넘기도, 축구 승부차기도 모두 진다.
도깨비 임금이 약속은 지켜야한다며 깨비를 몽당빗자루로 만들자
만득은 깨비를 살려달라며 안고 운다.
그 덕택에 깨비가 도깨비로 돌아오고 어머니가 눈을 뜬다.
귀하면서도 흔하고, 추하면서도 아름답고, 환하면서도 어두운 것은
바로 진심 어린 눈물이었던 것이다.

아시테지 창작 희곡선 <콧구멍이 벌렁벌렁>에 실린 설용수의 희곡작품이다.
만득이 보름날 밤 산속을 걷다가 꼬마도깨비를 만나 씨름으로 이기고,
다음날 꼬마도깨비의 부탁으로 만득은 도깨비나라 임금을 만나 문제를 받는데...
"귀하면서 흔하고 추하면서도 아름답고 환하면서도 어두운 것"이 무엇이냐는 것.
만득은 꼬마 도깨비와 함께 그 답을 찾아 길을 떠나는 이야기다.
창작 아동극이지만 재미있고, 가슴 뭉클한 교훈을 주는 잘 쓰여진 작품이다.
공연이 안된 작품으로 적극 추천함.

작가의 글 - 설용수
어른이 된 우리는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도깨비 이야기를 들으며 환상의 세계를 여행하였다. 그 환상은 우리들에게 풍부한 정서와 꿈과 희망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그 정서를 전자오락, 비디오, 만화 등에 빼앗기고 있다. 아이들은 기계와 마주앉아 스스로의 세계 안에 갇혀 간다. 그러므로 인성이 삭막하고 난폭해져 간다. 서슴없이 동생을 죽이는 일까지 할 만큼.... 이 작품은 도깨비를 등장시켜 인간과 함께 어울리게 함으로써 아이들에게 우리들이 가졌던 순수하고 아름다운 꿈과 희망을 주려는데 가장 큰 뜻을 두었다. 또한, 점차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래 동요나 민요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놀이를 통해 춤과 노래로 재미있게 엮었다. 아이들의 입에서 유행가 대신 전래민요를 흥얼거릴 수 있도록 쉽고 간단하게 꾸민 것이다. 또한 어머니의 눈을 뜨게 하겠다는 만득의 일념을 통해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효와 깨비와 만득의 우정을 통해 느껴지는 인간애를 찾게 하려는데 그 작품의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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