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정성주 '장생가'

clint 2025. 3. 26. 14:58

 

 

때와 장소가 불분명한 우리의 부족국가시대, 사민국으로 칭한다.
이곳에 은자, 은자의 신랑 혜선우과 은자의 모친 묘온이 있다.
은자가 외갓남자와 정분을 맺어 임신을 했다.
아이들이 노래로 그런 짓을 비꼰다.
당시의 법은 엄벌에 처하는 것. 
그러나 이곳 권력자인 상지와 친분이 있는 묘온은 무마시키려 하고
남편 혜선우도 자기 자식으로 삼으려 은자를 달래는데...
은자와 정을 통한 사내가 은밀히 찾아와 은자를 만난다.
이웃나라로 같이 떠나자는 듯 서두르려다 둘 다 잡히고,
이웃나라에서는 전통을 보내 둘을 모두 넘기지 않으면
전쟁포고로 간주하여 사민국을 공격하겠다고 협박한다.
혜선우가 이들을 만나 최후의 통첩을 하나 안되자
은자와 사내를 죽인다.
그리고 상지는 군사를 이끌고 이웃나라를 쳐들어간다.

극단 쎄실의 공연장면



1980년 3월에 공연된 극단 쎄실극장의 「長生歌(장생가)」를 쓴 작가 정성주는 우리 감각에 맞는 독특한 무대언어를 구사하는 우리 연극계의 새얼굴이다. 그는 지난 79년 梨大 가정관리학과를 갓 졸업하던 해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하늘이여'라는 작품으로 당선, 데뷔한 이래 문학지 등에 '바다 천 년후에는', '단색판화' 등 계속 희곡을 발표하는등 활발한 창작활동을 벌였다.

장생가'는 인간의 자유로운 정신세계는 어떤 완벽한 통제속에서도 억압할 수없다는 내용을 다룬다. 
이 「장생가」공연의 연출은 연세대 공대 출신의 김태수가 맡고있는데 정성주씨와는 부부사이여서 작은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작가 정성주의 글
「장생가」는 제가 대학 4학년때 이대학보 현상 문예에 내놓아 당선됐던 작품이에요. 지금 읽어보면 다소 거친 느낌은 있지만 감정이 예민하고 의식이 투철했던 시절의 습작이라서 상당히 애착이갑니다. 극작가나 연극 행위자 사이의 관계가 치밀하지 못한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됩니다. 좀 엉뚱한 생각이지만 「희곡뱅크」같은 것이 설치되어 창작극을 원하는 극단은 언제든지 좋은 작품을 고를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었으면 좋겠어요. 또 외국 희곡 작품을 말뜻 그대로 번역한 나머지 도저히 우리말 같지 않은 연극대사가 번역극에서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아 우리 창작극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기에, 좀더 우리 말에 가까운 연극대사들이 정립되어 관객들의 저항감을 줄여야만 창작극이 발전할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정성주 씨는 1980년대 중반이후로는 TV드라마 작가로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신데렐라', '매혹', '추억', '장미와 콩나물', '그대를 알고부터' '아내의 자격',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 등의 드라마 극본을 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