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이찬규 재구성 '카르멘시타'

clint 2025. 3. 16. 07:27

 

 

<카르멘>공연 도중 남 주인공인 돈 호세가 여 주인공 카르멘을 칼로 찔러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명실공히 국내 최정상급인 연기자가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오랜만에 연습실에 나타난 호세. 안무가에게 뮤지컬<카르멘 시타>제작 계획을 말한다.

이곳에서 제멋대로인 나성마와 만나게 되고 첫눈에 그녀가 '카르멘'임을 느낀다.

강한 무언가에 끌려가듯 그녀에게 다가가 벽력처럼 '카르멘' 하며 외치는 호세.

사람들은 불길한 앞날을 예감한다. 예술에 대한 열정인가 광기인가.

드디어 뮤지컬<카르멘 시타>의 연습을 시작되고... 단원들을 무섭게 몰아치는 호세.

'최고의 재황이 만드는 최고의 무대'를 위하여 늦은 밤까지 연습을 멈추지 않는다.

호세에게 의식적으로 반발하는 카르멘. "잘 들어! 난 카르멘이야. 어느 다른 누구도

아닌 카르멘이라구! 네가 지금까지 해왔던 너절한 삼류 배우역이 아니란 말야"

당돌한 카르멘을 향해 외쳐보지만 그녀의 시선 앞에 욓려 점점 약해지는 자신을 느낀다.

카르멘의 유혹에 무릎 꿇고 마는 호세는 앞으로 일들에 대한 불길한 예감에 괴로워한다.

연습이 거듭 될수록 에스카밀리오의 젊음과 자신의 한계에 열등감을 느끼는 호세는

에스카밀리오에게 유혹의 손길을 내미는 카르멘에게 심한 질투심을 느끼는데...

에스카밀리오와의 '결투장면' 연습 도중 에스카밀리오가 칼을 놓치자 그를 찌르게 된다.

에스카밀리오의 부상으로 공연을 취소하게 된다. 모든 것을 정리하기 위해 연습실에 나타난

호세에게 카르멘은 공연을 예정대로 진행해 줄 것을 애원하고 공연은 막을 올리게 된다.

막이 오르면 무대는 세빌리아의 어느 골목. 음악과 함께 서서히 춤이 시작된다.

에스카밀리오에게 다가가 그를 유혹하는 춤을 추는 카르멘.

두 사람의 2인무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갈수록 농염해지는 카르멘의 춤과 교탸 섞인 웃음소리.

마침내 카르멘을 부르며 그녀를 향해 달려가 연거푸 찌른다.

결국 호세는 자신의 변명도 없이 계획 살인으로 되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간다.

 

 

 

오페라 카르멘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원래 비제의 오페라로 잘 알려진 <카르멘>의 내용을 무시하고 카르 의 창녀적 기질과 호방한 성격만을 따와 한국적인 상황으로 재창조해낸 것이 <카르멘 시타>의 특징이다. 내용은 우리 나라 제일 가는 배우 '호세' 가 '카르멘'을 무대에 형상화하는 과정, 즉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여기서 '이해리' 를 만나면서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제일'만을 주장하는 호세는 당대의 장래가 촉망되는 배우 '지영민'과 정면 대결할 것을 염두에 두고 그에게 투우사의 역을 맡기나, 카르멘은 지영민에게도 추파를 던진다. 이를 눈치챈 호세는 연습도중 지영민과 결투를 하게 되나 실수를 가장하여 고의로 지영민에게 상해를 입히게 되고 공연은 취소하게 된다. 결국 카르멘의 간곡한 요청을 받아들여 무대의 막이 오르게 되나 마지막 공연에서 호세는 카르멘을 살해하게 된다.

 

 

 

 

극단 맥토의 「카르멘 시타」(이찬규 작/ 이종훈 연출)는 비제의 원작 오페라 「카르멘」의 모티브를 원용하여 재창조한 록 뮤지컬로 감각적이고 현란한 스펙터클을 보여주는 무대다. 열악한 우리 연극 현실에서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되는 뮤지컬의 모험을 다소 덜기 위해 작가는 안전하게 서구 오페라의 모티프에 기댄 것으로 보여진다. 어쨌든 이 작품을 보면서 특정극단 몇 개를 제외하고 우리 연극계가 감당해내는 대형 뮤지컬의 토착화 작업이 매우 곤고한 것임을 느끼게 해준다. 이 작품의 구성은 영락해 가는 현실의 늙은 배우 강민우가 자신의 재기를 꿈꾸며 뮤지컬 드라마 「카르멘」을 준비하는 예술적 투혼과 극중극으로 전개되는 「카르멘」 연습장면에서 극중 인물로 몰입되어 나타나는 돈 호세의 사랑과 질투라는 두 개의 극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즉, 배우 강민우에게는 현실세계와 극적 가상의 세계가 서로 넘나드는 등가적 관계임을 보여준다. 그는 '배우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별'이라는 환상을 가질 만큼 예술 도착증세가 심각하다. 그것은 자꾸만 퇴락해 가는 자신의 인기에 대한 편집광적 자의식에 근거한다. 재기를 노리며 「카르멘」 공연을 준비하던 중 그는 한 눈에 반해버린 어린 여배우에게 카르멘 역을 맡긴다. 그녀와 더욱 깊은 사랑에 빠지면서 그는 자신을 '돈 호세'로 그녀를 '카르멘'으로 점점 동일시하게 된다. 마침내 그는 자신의 라이벌인 인기스타 지영민이 극중에서 '카르멘'의 마음을 빼앗자 질투심에 불타 마지막 공연 중 그녀를 살해하고 만다. 「카르멘시타」는 전형적인 멜로드라마 적 구성에 예술가적 투혼을 덧입힘으로써 뮤지컬 드라마에 취약하기 마련인 예술성의 제고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극중극이 주는 서구적 감각적 분위기가 지배적일 뿐 강민우가 고뇌하는 예술적 열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데는 실패한 것 같다. 대형 뮤지컬 무대에 익숙한 이종훈의 연출은 이 작품을 예술성보다는 대중적 호사취미 쪽에 더 밀착시키고 말았다. 다만 잘 꾸며진 뮤지컬 무대의 현란함과 감각적 연기와 춤을 보는데 만족할 수 있는 점이 그런 대로 이 작품이 지니는 즐거움의 하나로 보여 진다.

 

 

 

작가의 글 - 이찬규
때론 이런 생각도 든다. 우리 연극계에 있어서 뮤지컬이라는 형태적 시도가 과연 어떠한 자리매김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사실 우리 연극계의 현실에서 뮤지컬이라는 (돈 많이 드는) 형식이 과연 '쓸모 있는' 것인가 하는 회의마저도 때론 없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칫하다간 '총체예술'이 참으로 한심한 언어적 유희의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게 우리의 솔직한 현실인 것이다. 참으로 조악한 현실속에서, 지극히 세련된 표현을 필요로 하는 뮤지컬이 자리를 잡는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그래도 뮤지컬은 하고 싶었다. 이제 겨우 백년의 역사를 바라보는 나이 어린 무대예술 양식이지만 뮤지컬이 주는 매력은 참으로 각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몇 년 간의 준비기간과 수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거침없이 투입되는 미국식의 대형 뮤직컬플레이를 넘볼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런 물량 투입식의 공연은 언감생심이겠지만, 그래도 우리 현실에서 가능한 것이 어디까지인가를 몇 번이나 주관질 해가면서 이 공연이 기획되었던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라는 걸작 뮤지컬이 탄생했듯, '카르멘'이나 '아이다', '리골레토' 같은 걸작 오페라에서 뮤지컬의 소재를 얻어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 하는 의견을 낸 건 이종훈 형이었다. 재미 있고도 실리적인 발상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솔직히 썩 내키는 일은 아니었다. 기존의 작품을 원본으로 삼는다는 건 작가로서는 참으로 손해나 는 짓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종훈 형과는, '카르멘'에서 주인공의 성격만을 따오자는 선에서 타협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해서 무대와 과거와 현실이라는 삼중구조를 갖는 액자드라마 형식의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시도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염려되는 면도 없지 않았으나, 다행히 분에 넘치는 호의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작가 이찬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