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후, 신랑집에서 벌어지는 결혼 피로연이다.
앞으로 세상을 함께 살아가야 할 한쌍의 젊은 부부를 위하여
친지와 친구들이 모인다. 그러나 그들의 심성은 어딘지 비틀려 있고,
저마다 자신의 이기심과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신랑 친구는 노골적으로 음담섞인 노래를 부르며 신부를 희롱하고,
이웃집 여인은 사사건건 시비를 걸면서 젊은 부부에게 상처를 준다.
한 부인의 남편은 무기력하게 세상에 대한 원망하고, 신부의 아버지는
과거에 사로잡혀 끊임없이 일방적인 말을 늘어 놓고,
신랑의 어머니는 아들을 장가 보내서도 아들의 먹는 것 입는 것을 간섭한다.
이런 악의적인 결혼 피로연이 펼쳐지면서 새로 만든 여러 가구들이
하나씩 부서지고 무너진다. 신랑은 어떻게든 이런 무너지는 분위기를
붙들어 보려고 애쓰고, 신부는 모욕감을 견디며 둘의 사랑을 지키려고
항변한다. 저주와 독설의 파티가 끝나고 모두들 휩쓸고 지나간 신방은
흡사 폐허와 같다. 신랑과 신부는 이런 폐허 속에서 첫날 밤을 맞이한다.
분위기 잡고 침대에 눕는 순간, 침대는 와지끈 무너져 내린다.
"소시민의 결혼"은 1919년에 쓰여졌고, 1926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초연됐다.
"소시민의 결혼"은 브레히트의 교육극이나 서사극과는 무관한 그의 초기작품이다.
브레히트가 그의 밑에서 공연에 참여한 적이 있는 남쪽 바이에른 지방의 농민 및
민중 소극이나 익살극 공연으로 유명했던 당시 독일의 세계적 희극 배우
카롤 발렌틴의 영향을 받아 브레히트는 "연극은 관객을 즐겁게 해주는 예술"이라
믿고 이 작품을 썼다. "소시민의 결혼"에서 그는 인간적이고 세속적인 것,
그리고 이와 결부되어 있는 삶의 즐거운 면을 독특하게 부각시켰다.
작품의 내용은 소시민의 결혼식 축하연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다.
이 연극에서 대화보다는 동작이 중요하다.
찰리 채플린의 익살스런 동작에 상응하는 동작이 필요하다.
1976년 스위스 취리히 노이마르크트 극장에서 이 연극이 공연되었을 때
연출(Philippe Pilliod)은 이 작품을 마치 서커스처럼 무대화하여 배우의 동작에
큰 비중을 두었던 것도 소시민의 독특한 관심과 태도를 조명하기 위함이었다.
<소시민의 결혼>은 그로테스크 코메디다. 다분히 표현주의적인 이 브레히트 이 작품은
부패한 현실과 소시민들의 짐승적 본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풍자하면서도
브레히트 답지 않은 코미디다.
하객들은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고 떠들고 깽판을 치는 모습에서
우리는 인간의 본성과 혼돈스런 현실의 실상을 풍자한다.
허위와 모순을 숨기고 반듯한 외양을 갖추었던 무대는
하나씩 무너지고 무너지면서 그 모순과 허위를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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