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뉴욕 근교의 주택 거실이다.
남편 소오 월드는 아내 노라가 갑자기 외출복 차림에 여행가방을 들고
나타난 사실을 모른 채,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TV에서는 여권신장에 대한 대담프로가 진행된다.
소오는 여자가 말할 때는 찡그리며 야유하고, 반대로 남성이 강하게
반대하면 좋아라 박수치며 환호한다.
집을 떠나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지고 나가려는 로라를 대수롭잖게 보다가
사태가 이상한 걸 느끼고, 가방을 빼앗고 노라를 데려와 소파에 앉힌다.
그리고 둘의 대화가 이어진다.
결혼 13년차. 애들 셋에 다시 임신까지 한 노라.
혼자 애 키우고, 집안청소, 정원가꾸기, 장보고, 식사 준비하고...
그런 그녀가 이제 나 자신을 찾겠다며 일자리를 구해 나가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오는 남자가 생겼냐, 돈은 있냐...등 비꼬다가 노라의 낌새를 채고
애들은 어찌할 거냐고, 조금만 기다리면 회사 사장까지 할 자기를 믿고
좀 기다리라고 설득도 해본다. 그러나 노라는 두툼한 편지에 가정일 모든 걸
적어놨고, 그간의 퇴직금을 달라고 한다. 53, 000$. 산출근거도 있다.
그녀의 "퇴직금" 요청은 그를 놀라게 한다. 그녀가 자신의 삶을 추구하고
정체성을 찾는 이유를 신중하게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오는
아내가 불만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 나가서 뭘 할건데...?"
영문학 석사출신인 그녀는 타임지에 기자로 취직하고 그리고 여성의
여권신장과 여성 사회진출 등의 기사를 쓰려한단다.
지금 못하면 평생 이 집을 못 벗어나고 애들 키우다가 할머니가 될 거란다.
결국 노라의 진정을 이해 못하고 코웃음 치는 소오를 뒤로 하고
노라는 집을 나간다.
"인형의 집 1970"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이 작품은 헨릭 입센의 "인형의 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나중에 "문을 살며시 닫아요"(Slam the Door Softly)란 제목으로 바꿔 희곡집을 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기로 결심한 여성에 대한 강력한 욕구에서 오늘날의 여성해방 운동을 예고한 입센의 고전드라마와 그 맥을 같이 한다. 작가 루스 부스의 상상력 넘치는 리텔링은 이 시대를 초월하는 주제에 새로운 통찰력과 타당성을 제공한다. 1970년을 배경으로 쓴 작품이라, 베트남전쟁이나, 소련, 여성운동 초창기의 미국 상황 등이 시대 색깔을 드러내나 심각한 이야기가 남편과 아내, 남여의 각각 다른 사고에서 대비되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클레어 부스 루스 (Clare Boothe Luce)
1903년 3월 10일~1987년 10월 9일. 미국 작가, 정치인, 미국 대사, 보수주의자였다. 다재다능한 작가인 그녀는 모두 여성 출연진인 1936년 히트작 <The Women>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그녀의 글은 드라마와 스크린 시나리오에서 소설, 저널리즘, 전쟁 보도에 이르기까지 광폭이다. 타임지 (잡지), 라이프 (잡지), 포춘 (잡지) 및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출판사인 헨리 루스와 결혼했다. 미국의 여성신장론자이며 그에 앞장선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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