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F. 뒤렌마트 '당나귀 그림자 재판'

clint 2024. 12. 21. 11:52

 

 

 

사막을 지나기 위해 당나귀 한 마리를 빌린 치과의사가 뜨거운 볕을

피하기 위해 그림자 속에서 쉬려 하지만 그림자 값을 따로 내라는 당나귀 주인인

마부의 요구에 발끈한다. 결국 주먹다짐이 오고 가는 두 사람.

당나귀 그림자 소유권에 대한 재판이 벌어진다.

두 사람은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마을 역시도 이 기괴한 사건에 말려들게 된다.

평화롭던 마을은 의사를 지지하는 "그림자 당"과 마부를 지지하는 "당나귀 당"으로

양분되어 피비린내 나는 폭력과 복수가 자행된다.

사소한 다툼으로 시작된 분쟁은 결국 마을이 불타버리는 대참극으로 끝나고 만다.

그러나 사랑과 용서를 노래하는 두 어린 소년과 소녀의 노랫소리에

폐허가 된 마을이 다시 일어서고 서로 화해한 마을 사람들 모두가

희망과 미래를 노래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솝 우화를 바탕으로 한 『당나귀 그림자 재판』은 서로의 욕심과 이해만을 따질 때,

결국 사회가 분열되고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것과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때

비로소 우리 모두의 진리를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작품이다.

마부의 당나귀를 빌린 의사가 당나귀 그림자에서 쉴 권리까지도 양도 받은 것인가에 대한

소송과 그를 둘러싼 권력집단들의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인 충돌이 이 작품의 주를 이룬다.

이 소송으로 인해 실제 존재하는 것인지도 확실치 않은 사상의 대립이 불거져

마을은 분열된다. 마지막에 과격분자들에 의해 마을이 불타게 되는데

이 와중에 당나귀가 이 모든 사건의 원인으로 몰려 쫓기게 된다.

 

 

 

 

뒤렌마트는 재치를 보여준다. 즉 당나귀가 갑자기 말을 하면서,

우화가 자기의 교훈을 관객들에게 친절히 먹여주는 것이다.       

당나귀 : 신사 숙녀 여러분! 안트락스의 당나귀인 저는 점점 더 포위를 당한 채 잔뜩 겁에 질려 불타버린 압데라시의 골목길로 도망을 치면서, 추격자들의 돌이 날아오기 전에 그들의 칼이 내 몸을 찌르고, 그들의 개가 내 몸을 물어 뜯기 전에-당나귀가 말을 안다는 것은 조금 외람된 일이기는 하더라도-여러분께 한가지 질문을 할 수 있도록 제발 허락해 주십시오. 사실상 저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니까 여러분은 더우기 화를 내시지 말고 정직하고도 양심적으로 대답해 주십시오. 지금 당신들의 형제들에게 돌 팔매질을 당한 채 비참하게 죽어가는 나는 이 이야기 속에서 정말 당나귀였을까요?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향한 대립을 위한 대립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