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조형물과 영상 조명 소리 음악의 다양한 매체를 동원하여
셰익스피어 '햄릿'을 해체하고 새롭게 해석하는 공연이다.
골판지, 나무 천 끈 등의 매체로 만든 움직이는 조형물들은 무대 곳곳에서
햄릿, 오필리어를 비롯한 등장 인물들의 열정과 갈등과 죄의식을 표현해낸다.
천천히 움직이는 조형물들에 투사되는 영상은 인물의 심리상태를
표현한다. 흔히 미래 연극의 요소라고 언급되는 빛과 소리와 색과 질감의
충돌을 통해 역동적인 열정을 표현하려는 작품이다.
관객들은 극적 상황과 인물의 심리를 오감을 통해
온몸으로 느끼는 색다른 체험을 하게 된다.
운반할 수 있는 조형물은 마스크 연기에 이은 또 하나의 추상이다.
마스크 연극은 사람의 얼굴을 가리고 그 위에 다른 얼굴,
즉 발생기의 얼굴, 양식화된 얼굴, 상징적인 얼굴을 씌움으로써
많든 적든 그것의 표현적인 특성을 담아낸다.
그러나 마스크는 역시 자동차처럼 의도한 방향을 따라 공간 속을
움직이는 하나의 형식이며, 마스크는 실제생활의 연장이나 도구처럼
도면과 선, 점, 질량과 같은 형태의 공간을 유영하면서
쪼개고, 돌리고, 점을 찍고, 두드려 그 공간의 형태를 완성시킨다.
운반되는 조형물은 생명을 부여하는 리듬 속에 공간을 조직하는
추상적 건축물처럼 보인다.
조형물들은 방향이나 힘을 쫓아 공간 속을 옮겨 다니며,
마스크처럼 연기되어지기도 하고, 실체 위에 운반되거나
혹은, 팔 끝에서 조작되어지기도 한다.
조형물들은 “우리가 눈과 입을 가진 인간의 형상과 만나길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일상적 삶의 상황들에서 생겨나는 갈등을 분리되어 조작하는
마리 오네뜨의 존재처럼 연기해서는 안 된다.
운반되는 조형물은 이어지는 움직임과 부동 속에서
또 다른 의미를 잡아냄으로써 실용적인 연기의 기능 외에
다양한 사물들의 연기를 드러나게 한다.
이 추상적 연기 (공간과 대적하는)는 근거 없는 연기가 아니다!
이것은 '일화'를 벗어나 조형 적인 공간속에서 (본질적이 된) 매우 실제적인
동기와 주제들에 의거한 것이다.
이번 스펙트럼 2001의 작업에서는 텍스트 <햄릿>의 각 장면공간의
움직임과 각 인물의 성격과 열정 그리고 색깔, 빛, 질감 등이
그 실제적인 동기와 주제가 되어 무대 위에 운반되는 조형물의 연기 속에,
영상 속에, 소리 속에 스펙트럼화 된다.
텍스트 <햄릿>에 의해 연극되어지고 나와진 조형물들은
배우의 신체를 상호적으로, 때론 함께, 때론 살짝 비켜가면서
조형물 자체의 연기 속에 포함되어 있거나 혹은,
조형물을 연기하기 위하여 완전히 분리되어 있기도 한다.
이 움직임 건축 (Mime srchitecture) 과정은 무대장치에서 벗어나
그것을 다시 무대장치로 향하게 하고, 그 조형적이고 다이나믹한 느낌을
다시 사물에 되돌려주는 데에 그 방향을 취하고 있다.
하여, 우리 연구 작업은 인물과 공간 그리고 상응하는 반응의
내적인 공간과 상태 등을 새로운 움직임 건축을 통해 표현하려하는 것이다.
텍스트로써 세익스피어의 <햄릿>을 택하는 것은 물론 그 막마다의 무대장치를 배우기 위함이 아니라, 미래의 무대장치가에게 그가 제작해야 할 공간을 발견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 작업을 통해 햄릿의 무대장치를 공간속에서 기술해 나가게 될 미래에 그는 극의 밀도와 비중을 전달하는 운반자가 될 것이며, 우리가 단순히 어떤 무대장치 앞에서가 아니라 상황에 따른 배우의 연기를 위해 구성된 하나의 공간속에서 연기를 하는 것임을 이해하고 느낄 것이다.
모든 연극적인 주제는 그 원활한 전개에 알맞는 장소를 필요로 한다. 연기자의 신체는 내재하는 움직임을 붙잡기 위해 빈 공간속에서 극의 주제를 더듬는다. 바로 이 순간부터 그 움직임들의 표현을 위한 공간의 보다 나은 창조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배우의 연기, 움직임 속에서 공간에 대한 시선을 발전시키고 있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창조를 가르치고, 움직임과 신체를 가지지 못한 이에게 그것을 획득하게 해준다. <움직임 연구소>의 연구과정은 어떤 문자의 전달로도 대치될 수 없는 실질적인 경험을 축적하여 연기자로 하여금 그 자신과 바로 마주설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연기자들에게 제공되는 교육은 균형, 평정상태, 고정, 신체의 움직임의 경제성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항들을 절대적인 것으로 간주해서는 결코 안되며, '깊은 유머'가 나올 수 있도록 불안정적인 영역 (변화하기 쉬운 성질)을 늘 간직해야 한다. 평정은 서로 부합되지 않고 충돌하는 두 개의 상반된 힘으로 유지된다. 균형은 움직임 속에 드러나고, 그 고정점은 그의 주변을 맴돌며, 움직이며, 신체 움직임의 경제성은 각 연기자의 신체 안에서 새로이 쇄신된다. calder가 만든 모빌은 그것이 움직이기 때문에 흥미로운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돌면서 연속적인 부동의 순간 (그것은 움직임을 잉태하는 것이다)을 창조해내는 역동적인 공간이고, 그 부동점이 일련의 조각 작품같은 삶의 관계를(그래프를) 다시 역으로 규정해주기문에 흥미로운 것이다.
재구성, 연출의 글 - 임도완
좋은 텍스트에는 아주 정확하게 들어 있거나, 드러나 있는 열정들이 있고, 그 열정들이 심리적인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상태"라는 고급스러운 언어로 표출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연극의 형태는 심리적인 상태를 통한 대사, 성격을 통해 모든 것이 하나의 연기자(인물)에 의해 무대 위에서 통용된다. 그런데 그것 말고 다른 것의 형태는 없는가? 지금 이 시대는 너무나 빠른 속도로 변화해 간다. 새로운 시도를 찾아보자. 그렇다면 먼저 이 시점에서 '무엇이 미래 연극인가? 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시공간은 벌써 3~4차원적인 공간개념으로 연기자가 무대 위에서 공간이라는 것과 대적했을 때 어떠한 움직임을 해야 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집중적이고,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감동을 관객에게 던져 줄 수 있을 것인가를 탐구하여야 한다. 열정이라는 것이 우리 내부에서 어떤 움직임, 시간, 공간, 리듬을 가지고 있는지 분석해서 그것을 구상에서 추상화까지 연구하여 현시의 공간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이번 공연의 주 초점이다. 이번 공연 <스펙트럼 2001>은 인물의 내적인 또는 장면 공간들의 움직임을 신체로 움직이며 분석하고 스케치한 후 공간조형으로 건축되어 의상이 되고, 무대장치가 된다.
그랬을 때 충돌되는 정선된 물질 언어와 조형물과 신체 움직임이 어떤 관계를 맺고, 충돌을 할 것인가가 새롭게 분석될 것이다. 또한, 공간과 영상과 소리, 빛의 리듬을 질량화 시키는 작업을 통해 새로운 조화의 총체적이며 유기적인 연관성을 찾아보려 한다.
이번 2000년 드라마 센터에서의 작업은 공간, 영상, 소리, 빛의 새로운 조화를 찾아내고자 하는 <스펙트럼 2001>의 목적성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드라마 센터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기자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음에 무엇보다 큰 의미를 지닐 것이다. 드라마 센터의 기자재들의 실험과 활용가능성이 하나의 작품을 통해 점쳐질 수 있고, 이것이 외부에 공개될 수 있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번 2000년 <스펙트럼 2001>은 텍스트 <햄릿>을 통해 인물들이 가지는 열정을 중심으로 다양한 매체들이 시공간을 통한 오감으로 접근하는 새로운 시도이며, 1999년 초기작업을 승화시키는 작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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