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여자와의 행복한 결혼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화물열차의 탈취 음모에
가담하는 주인공 허이즈, 하지만 그 열차에는, 승무원으로 일하는
둘도 없는 친구와 목숨처럼 사랑하던 미이펑도 타고 있다.
30여 년 동안 본인의 임무에만 충실했던 열차장은 열차 탈취 음모를 눈치 채고
총을 든 강도와 대결하는데.... 고민하던 허이즈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급기야 비수를 꺼내들고.... 멈출 수 없는 열차 속,
숨 가쁘게 벌어지는 숨막힌 대결 그리고 뜨거운 사랑....
절규하는 호른 소리는 그들의 이상을 향한 거침없는 질주에 붙인 행진곡이다.
작품은 가오싱젠이 중국을 떠나 프랑스로 망명하기 전에 쓴 초기희곡으로, 당시 그가 갓 입단해 활동했던 베이징(北京)인민예술극원이 1982년 초연했다. 「절대신호」는 달리는 열차 안에서 벌어진 강도사건 속에 젊은이들의 사랑, 실업, 현실의 부조리 문제 등을 복합적으로 그린다. 열차 안에서 벌어지는 연애의갈등과 열차강도 사건의 복합 속에서 삶과 세계의 부조리함을 그리고 있는데, 필경은 주인공으로 하여금 내면의 절망으로부터 이상과 신념을 향한 재탐색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가오싱젠 문학의 전체적 주제가 허무와 반역이라면, 그것은 이상과 신념에 대한 추구라는 모티프를 포기하지 않는 허무와 반역이다. 우리가 보기에 중요한 것은, 중국문학이라는 지평에서의 가오싱젠과 보편이라는(유럽이 아니라) 지평에서의 가오싱젠, 그리고 동아시 문학이라는 지평에서의 가오싱젠인 것이다.
<절대신호>는 가오싱젠의 희곡 중 가장 먼저 출판되고 무대에 올려진 작품으로 형식을 배제하고 비사실적인 실험연극으로 공연되어 첫날부터 대성황을 이룬 작품이었다. 가오싱젠은 문화혁명이후 정치· 사회적으로 겪고있던 젊은이들의 상실한 감정과 혼돈의 체험을 <절대신호>속에 충분하게 반영했다. 등장인물은 6명이다. 주인공 헤이즈는 21살의 실업자이다. 병으로 2년째 쉬고 있는 절망적인 인물이다. 돈을 빼앗아 여자친구 미펑과 결혼하기 위해 화물열차강도를 모의한다. 그녀 또한 잠시 꿀벌을 키우며 생활한 적이 있는 실업자이다. 화물열차는 헤이즈의 가까운 친구 샤오하오에 의해 경계되고 있었다. 샤오하오는 이 열차차장의 조수로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었고, 또한 헤이즈의 애인 미펑을 사랑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랑의 삼각관계 속에 샤오하오의 완고한 아버지이면서 열차의 차장이 중국사회에서 권위를 즐기는 전형적인 인물로 상징되어 등장한다. 결국 강도와 헤이즈의 수상한 행동이 차장의 눈에 뜨이면서 젊은들의 사랑을 둘러싼 갈등이 형성되고 '옳고(차장의 행위) 그름(강도의 행위)의 선택이 강요되어진다. 결국 강도가 화물열차를 폭파 한다고 위협하고 다른 승객들에게 총을 발사했을 때 헤이즈는 강도를 덮치면서 그를 찌른다. 그러나 헤이즈는 깜짝 놀란다. 그의 속죄의 행동 때문이었다. 열차 차장은 그를 용서했고 의붓아버지가 될 것을 제안한다. 화물열차 차장과 강도는 각각 서로 반대되는 도덕적 성향을 갖고 있다. 즉 차장은 사회주의적 규범을 안전하게 지켜 나아가고자 하는 사회주의자들의 재현이고, 열차강도는 열차의 진행(사회주의자들의 행위)을 위태롭게 하는 부도덕과 탐욕을 재현한 것이다.
바로 <절대신호>는 모택동주의의 정통성과 모던니스트들의 반란이 혼합된 최초의 작품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정치·사회적 상황 속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를 가르치고자 하는 교조주의적인 멜로드라마적 성향과 현대연극의 양식이 혼합된 작품인 것이다. 그러나 극작가는 이데올로기적 갈등의 현안을 지적하기 위하여 화물열차와 세 젊은이(사회주의 세대의 미래에 대한 희망) 그리고 세 젊은이의 정신적 비전을 활용(사회주의 과정)하여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고 연극적 실험에 착수한 것은 분명하다. 가오싱젠의 극적사건이 전형적인 모택동 시대의 멜로드라마와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멜로드라적 구조를 재구성할 수 있고, 상황을 해석적으로 변형시킬 수 있는 것은 이 같은 극장주의와 상징적인 연출 때문이다. 화물칸의 경비창, 열차가 막 지나간 혼란스런 느낌, 캄캄한 어둠, 터널을 지나 훨씬 심각한 걱정스러움을 향해 달리는 소리 등은 모두 상징적인 미장센인 것이다.
연출에 관한 몇 가지 건의 - 가오싱젠
1· 이 극본은 처음부터 일종의 사태를 만들려고 의도하여 극 중의 모든 사람이 이 사태에 빠져들어 어떤 행동이라도 취하지 않으면 안 되게 하였다. 때문에 연극의 줄거리의 진전이 보통 의미의 줄거리가 아니어서 이야기를 서술하지 않아도 된다. 연출과 감독의 처리는 주요하게 이런 사태에서 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리허설을 하는 과정에는 처음에는 극본 중의 대사를 쓰지 않고 연기자가 사태에서 행동을 해보고 즉흥으로 나오는 필요한 말을 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다. 연기자가 이런 사태에서 생활할 수 있을 때 그때 가서 무대 연습을 하는 것이다.
2. 이 연극은 인물의 심리활동을 중심으로 하는데 일반적인 심리극과는 다르다. 인물의 내면의 언어 외의 의미를 찾는데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특히 이런 언어의 의미는 거이 다 대사에 나타났다. 문제는 이런 심리를 어떻게 무대에서 선명하고 정확한 동작으로 나타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3· 극중의 음향리듬을 극중의 여섯 번째 인물이라고 처리하길 바란다. 이것은 극중 인물만큼 생동적이고 적극적이어서 단순히 음향이 반주의 작용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극중 인물의 심리 묘사의 전체적인 외부 표현일 뿐만 아니라 또 연기자와 관중의 느낌을 서로 교류하는 다리가 되어 주는 것이다.
4. 극 중의 연기는 회상, 현실, 상상 등 세계의 분명한 단계가 있어야 한다. 세 가지 서로 다른 색조로 구별하면 된다. 연기를 보면 인물이 회신 할 때는 연기가 비교적 평온하고 절제하여 거리감을 만들어야 하고 상상을 할 때의 연기는 충동적이고 강한 것이며 인물이 현실 중의 연기는 응당히 소박하고 진실해야 한다.
5· 인물의 상상하는 장면은 그 인물에서 출발하여 그 인물의 상상 중에 출현하는 기타 인물들은 단지 그의 구상일 뿐이지 이런 인물들의 본모습과는 다르게 연기하여 타 인물들은 단지 그의 구상일 뿐이지 이런 인물들의 본모습과는 다르게 연기해 응당히 구별해야 한다.
6· 연기지가 인물의 내면 묘사, 혹은 상상중의 교류를 표현할 때는 경극의 연기 중에서 내레이션과 무언극의 일부 기교를 참고로 하되 절대로 규격화해서는 안 된다.
7· 이 연극의 인물의 언어는 자연스럽고 소박하고 어휘의 수식에 신경을 두지 않으려고 했다. 이런 언어는 배역의 형체동작과 심리묘사와 결합하여야만 표현력이 있으며, 연기자가 대사를 처리함에 있어 대사와 형체동작과 심리묘사의 생생한 살아있는 연결을 찾아내야 한다.
8. 희극은 극장의 예술이다. 이 연극의 출현은 이런 극작 성을 강조한다. 진실에 대한 추구가가 극장 성을 덮어 감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기자는 경극 연기자에게 많이 배워서 극장의 즉흥효과를 불러일으켜야 한다. 이상의 건의는 참고로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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