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뢰펠 교수의 사망 후, 그를 추종했던 조교, 안내, 학생들이 모여,
교수의 업적을 기리는 추모의 의식을 펼친다.
이들에 의하면, 교수는 모든 존재의 커뮤니케이션(소통)과 관련된
언어와 기술의 문제를 밝혀낸 위대한 학자이시다.
하지만 관객의 눈에는 그의 연구가 기괴하고 우수꽝스럽다.
교수는 강의의 녹화를 마치고, 아내가 목욕 중 감전사를 했을지 모른다는 걱정으로
급히 귀가 하나, 집에는 영원히 교수를 떠난다는 아내의 메시지만 있을 뿐이다.
결국 교수는 홀로 남는다.
환상 속에 빠져 사는 프뢰펠 교수를 통해 현대 지식인의 공허한 삶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시작부터 시종일관 이해하기 힘든 주제를 이야기 한다.
언어학, 의사소통 방법론 등 학문적 주제를 관객에게 소개한다.
이해하기 힘든 상황들과 알듯 말듯한 내용전개로 호기심을 발생시킨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과 의미작용’ 이라는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문제를 관객에게 제기한다.
프뢰펠 교수는 천재적인 언어학자 - 그가 정말 천재인지 아닌지는 극 중에서 알 수 없다.
오히려 두드러지는 것은 그를 추앙하는 추모식의 우스꽝스러움이고,
그의 연구의 궤변스러움이다.
극은 그가 죽고 난 후 제자들이 그를 추모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천재’라고 추켜세우는 과장된 추모의 과정이 끝나면 극은 그제야 그를 무대로 불러낸다.
시간을 거슬러 생전의 프뢰펠 교수를 비추는 것이다. 노쇠한 프뢰펠,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 언어를 연구하는 프뢰펠, 지적 호기심에 눈을 번뜩이는 프뢰펠 …
극 초반, 우리에게 보여 지는 프뢰펠은 학자로서의 프뢰펠이다.
극은 학자적 열정에 사로잡힌 프뢰펠과 그의 연구결과를 다채롭게 보여준다.
‘언어’에 대한 그의 연구는 지극히 우스꽝스러운 연극 대본과 뜻을 알 수 없는
그의 옹알이 같은 대사로 희화된다. 그러나 희화된 연구들이 비추는 건 ‘언어’로 표현하고, ‘
언어’로 거짓말하는 우리의 모습이다.
후반 부인과의 대화가 서로 어긋남을 보이는데 바로 소통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 같다.
언어의 달인이라는 작가의 분신 같은 박사는 화려한 그 이면에 공허함을 느끼게 한다.
시인이자 극작가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장 타르디유가 창조해낸 좀 우스꽝스런 인물<프뢰펠 교수>를 중심으로 몇 작품을 꼴라주하여 탄생되었다. 프뢰펠 교수는 이중적 모습의 광대이다. 그는 자신의 연구에 광적인 집착을 보이는 학자이며, 만화「땡땡의 모험」에 나오는 해바라기 박사와 전설상의 파우스트 박사(혹은 알프레드 자리가 창조한 그의 우스꽝스런 현신인 파우스트 롤 박사)의 중간적인 인물이고, “상상적 해법학의 마아스트로”이다. 또 프뢰펠 교수는 문헌학과 철학적 사유의 캐리캐추어이고, 그의 익살스런 외형 아래 미친 천재 언어학자의 모습을 감추고 있는데, 이는 비이성과 절대에 대한 탐구라는 시의 근원적이면서 모순적인 양면성과 상응한다.
프뢰펠 교수는 장 타르디유가 가볍게 그려낸 인물이지만 사실 상 작가 자신의 여러 모습임에 틀림없다. 작가는 프뢰펠 교수를 통해 광기를 가지고 놀면서 다시 그 사실을 조롱하기를 즐기는 자기를 드러낸다. 또 자기가 어떤 근거로 의미작용에 대한 언어학적 탐구에 몰두했는지, 어떻게 정신병원에 가게 되었는지, 왜 인간의 지성에 몸을 낮추게 되었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나무의 말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수행하다 사망한 인물을 통해 작가 자신도<의미작용에 관한 일반사전>을 썼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동시에 위대하면서 웃기고, 숭고하면서 그로테스크한 프뢰펠 교수는 이렇게 판타지와 깊이, 유머와 형이상학이 뒤섞인 작가의 예술세계를 나타내면서, 이 세계가 쉽게 부조리극이라고 평가된 것에 항변하고 있다.
장 타르디유
1903년 프랑스 동북부 쥐라 산맥의 생제르맹드에서 화가인 아버지와 음악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 1995년 파리에서 사망. 1927년 NRF에 시인으로 대뷰. 베트남에서의 군복무 후 국립박물관에 근무하며 44년까지 4편의 시집 발간. 전후 44년부터 라디오 방송국에서 방송드라마 책임자로 근무하면서 시집, 산문집, 실내극 등 발표. 69년 방송국을 은퇴한 후, 작가 활동에 전념하여 희곡집, 산문집, 자전적 에세이 등을 발표. 이오네스코보다도 더 뛰어난 언어의 마술사로 알려져 있다.
주요 희곡집으로《실내극》,《프로방스 지방에서 하룻밤》, 《잘 수 없는 도시》 등이 있고, 우스꽝스러운 판타지로 가득 찬 《프뢰펠 교수》는 1978년에 발표. 국내에는 < 지하철의 연인들>이 단행본으로 소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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