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이 어두워지면 서양 광대차림의 그림 형제가 나와 자기 소개를 하고
“헨절과 그레텔”을 공연할 어린이 배우를 모집한다는 얘기를 한다.
관객석에 있던 재롱이와 아롱이가 뛰어 올라 와 그림 형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아버지 생일 선물로 어머니가 사온 케익을 둘이서 먹어버 렸다는 것이다.
그림 형제는 이들에게 황금과자 궁전에 가서 커다란 케익을 얻어올 수 있으니까
헨젤과 그레텔 역을 해보라고 제안한다.
재롱이와 아롱이가 그러겠다고 하자 그림 형제는 동화의 세계로 두 어린이를 안내한다.
-제1막-
요정의 세계이다. 요정들이 모여 열심히 과자를 만들고 있다.
이 과자 공장의 우두머리인 냠냠할멈이 나타나 과자를 맛있게 만들라고
요정들을 야단치고는 과자 궁전의 여왕이 되고 싶다는 자신의 꿈을 노래한다.
노래가 끝난 뒤 요정들을 모두 잠재우고, 과자궁전 설계도를 들여다보며
흐뭇해 하고 있을 때, 헨젤과 그레텔이 된 아롱이와 재롱이가 나타나
잃어버렸던 자전거가 이곳에 와 있는 것을 발견한다.
여행하는 동안 배가 고파진 두 남매는 식탁위의 빵을 몰래 집어 먹으려다가
냠냠할멈한테 들킨다. 화가 난 남남할멈이 이들을 빵굽는 화덕에 집어 넣으려 할 때,
그림 형제가 나타나 과자궁전을 만들려면 향기와 맛을 얻어야 되고,
그것들을 구하는데 이 남매를 보내는 것이 어떻겠냐고 설득한다.
남매는 이제는 냠냠할멈의 자가용이 된 자전거를 타고 떠난다.
냠냠할멈은 달이 세 번 뜰 때까지 맛과 향기를 구해오면 먹어 치워버린
아버지 생일 케익을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한다.
향기의 나라. 향기의 여왕과 시녀들이 사는 곳이다. 이들은 좋은 향기로
이 세상 모든 생명들에게 사랑과 평화를 일깨우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
헨젤과 그레텔이 이 나라에 도착한 직후, 악취의 나라에서 쳐들어와 향기의 여왕이
나쁜 냄새를 맡고 쓰러진다. 이를 본 남매는 연막 소독기를 뿌려
나쁜 악취나라 군대를 모두 물리친다.
여왕은 그 보답으로 일곱 가지 향기를 선물로 준다.
맛의 나라. 이 나라에는 별의 별 맛이 다 있다. 맛 대왕이 여러가지 맛을 시식할 때
헨젤과 그레텔이 자전거를 타고 도착한다. 맛나라 왕자들이 모두 숨어 버리고
남매는 이 맛 저 맛 보다가 이들에게 잡힌다. 이때 뭐든지 게걸게걸 먹어 치우는
게걸 신이 나타난다. 먹을 것을 제대로 바치지 않으면 이 나라를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악한이다. 헨젤은 포도주를 만들어 게걸신을 취해 쓰러지게 해서
이 나라에 평화를 가져온다. 맛대왕은 고마워하며 온갖 맛을 저장해 놓은
맛 항아리를 선물한다.
-제2막-
냠냠할멈이 두 남매가 맛과 향기를 가져오면 뺏어 버리고 과자궁전이 완성되는 날
그들을 잡아 축하 케익을 만들겠다고 노래한다.
이때, 두 남매가 돌아온다. 냠냠할멈은 남매를 달이 없는 어두운 그믐밤에
과자궁전으로 초대한다. 그리고는 숲속으로 사라진다.
헨젤과 그레텔은 할멈의 뒤를 쫓아 과자궁전을 찾으러 떠난다.
호수. 백조들이 노래하며 놀고 있다. 멀리서 소라 나팔소리가 들리자 백조들이
모두 도망친다. 헨젤과 그레텔도 배를 저어 바위 뒤로 숨는다.
한쪽에서 유령선이 나타나고 유령들이 노래한다. 모두들 과자 궁전을 찾아가던
황금 왕국의 무사들이었는데 마녀의 요술에 걸려 호수에 갇힌 유령이 되고 만 것.
헨젤과 그레텔을 발견하고는 마녀의 지팡이만 뺏어오면 유령의 허물을 벗고
다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애기한다.
그리고는 마녀를 기절시킬 수 있는 소라 나팔을 건네준다.
과자의 궁전. 두 남매가 과자로 만든 창문을 뜯어먹고 있을 때,
마녀가 나타나 과자왕국 완성 축하연을 시작한다.
그때 과자 궁전 기둥 하나가 쓰러진다. 기둥을 뜯어먹던 헨젤과 그레텔이
마녀의 신하들에게 붙들린다. 마녀는 바로 냠냠할멈이었다.
헨젤이 소라 나팔을 불자 두 남매를 집어 넣으려고 가져왔던 기름가마에
마녀가 빠져 죽는다. 다시 소라 나팔을 불자 마녀에게 붙들려 왔던 요정들도
모두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유령선. 기다리고 있던 유령들에게 두 남매가 돌아와 지팡이를 흔들자
모두 유령의 허물을 벗고 고향으로 돌아갈 차비를 한다.
두 남매는 과자 궁전에서 얻은 황금 케익을 갖고 요술 지팡이를 타고
동화의 나라를 떠나 집으로 돌아간다.
어수룩한 여백의 세계로 - 극본/ 김상열
그림 형제는 생전에 200여편에 가까운 독일의 민담 설화를 정리하여 동화책으로 내놓았습니다. 독일의 언어 학자이며 문헌학자인 두 사람은 헤센 주에 있는 하나우라는 작은 도시에서 1년 상간으로 태어나 죽은 후에도 베를린의 같은 무덤에 나란히 잠들어 있습니다. 그림 형제의 동화는 간략하고 단조로운 것이 특색인 듯합니다. 백설공주를 제외하고는 거의 그런 듯 싶습니다. 우리의 전래 민담같이 구구절절 아슬아슬하고 신기묘묘하며 끊어질 듯 하다가 이어지는 그런 구수하고 익살스런 구석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 차이는 우리의 전래 민담설화는 이야기 중심으로 구전되어 왔고, 그림형제의 동화는 언어학적으로 또는 고전문학적인 측면에서 재구성된 연유인 것 같습니다. 이 "황금과자 궁전"(헨젤과 그레텔)도 짧고 간략합니다. 3개의 우여곡절이 있는데, 두 남매의 가출, 과자집에 마녀와의 생활, 그리고 탈출입니다. 우리 동화책으로 7장 정도니까 빨리 읽으면 10분이면 끝납니다. 그러나 그림형제의 동화는 그 많은 여백에 재미가 있습니다. 마치 어린 아기들의 낙서와 같이 간단하고 쉽습니다. 간혹 얘기가 황당하여 어른의 생각으론 싱거우나 아이들의 시각에서 볼 때 자신들이 직접 동화속으로 뛰어 들어갈 여지가 무척 많습니다. 영락없는 어린이 놀이터 같아서, 얼기설기 철구조물만 구성돼 있지만, 어린이들이 매달리고 엎드리고 곤두서서 응용하고 늘 창의적 구성이 훌륭하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피터팬"이 문학적이나 연극적인 구성원칙에서 볼 때 헛점투성인데, 바로 그 헛점의 여백이 동화의 생명이라는 말과 일치합니다. 우리는 근래 지나친 완벽주의 그리고 감각적 흥미위주의 어린이문화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혹은 공상 과학이 지나쳐서 망상과 정신 착란적인 영상 문화를 자주 만납니다.......
아이들이 참여할 여백이 없습니다. 어수룩한 친근감도 없습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건 어린이 문화 앞에서 바로 주인인 어린이들이 방관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잘 짜여진 텔레비전 프로그램 앞에서의 어린이는 철저한 구경꾼입니다. 자리에 누워서 주는 음식을 받아먹는 주는 자와 받는 자의 그런 야박한 관계입니다. 그것도 시각적 호기심과 자극의 중독증세에 빠져 이젠 우주 총 1방에 백여명씩 죽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립니다. 요즘 순정만화나 동화책을 읽으며 우는 어린이가 얼마나 되나 궁금합니다. 울음 자체가 정서순화의 으뜸이라는 얘긴 아닙니다. 과자 종류에 지치고 영양과다로 입맛이 무디어진 어린이들에게 오늘의 과자궁전이 얼마나 군침이 돌고 뜯어먹고 싶어 질지는 과연 의심스럽습니다. 헨젤과 그레텔이 살던 그 배고프던 시절, 빵 한조각 절약하려고 두 남매를 산중에 내버리는 계모가 살던 시절에 모든 어린이들의 호기심과 꿈의 대상으로 설정됐을 과자집 얘기가 그저 동화책의 얘기로만 끝난다면 참으로 섭섭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오늘 이 무대위에 어수룩하고 싱거운 동화의 여백을 마련해봅니다. 헨젤과 그레텔은 어린이 여러분들의 손을 잡고 재창작인 연극무대 속에서 그림형제가 생각했음직한 그 모험을 다시 한번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모든 어린이가 자리에 누워 있지 않고 무대위에 뛰어 올라와서 말입니다.
'외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우쯔 도시로우 '뮤지컬 샐러리맨의 금메달' (3) | 2024.11.10 |
---|---|
페터 한트케 '보덴호를 건너는 기사' (4) | 2024.11.10 |
몰리에르 작 김완수 번안 '수전노' (4) | 2024.11.08 |
후쿠다 쯔비아리 '알아들었을까?' (6) | 2024.11.06 |
스와보미르 므로제크 '바다 한가운데서' (16) | 2024.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