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 일 없는 휴학생인 ‘나’는 게임에서 만난 ‘꽃사슴’
그녀와의 제주도 여행을 위한 아르바이트를 구한다.
시급 3만 원의 책 읽어주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나’는
온몸이 나무 같은 옹이로 가득한 노파에게 ‘젊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내용’의 소설들을 읽어주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기로 결심하고 노파의 집을 찾은 날,
그 동안 책 읽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젊은 남자들이
왜 그만 둘 수 없었는지 그 비밀을 알게 된다.
“남자는 죽은 사향나무를 톱으로 켜 그 안에 웅크린 아이를 두 손으로 받았습니다. 그러고는 누가 볼세라 집으로 들어가 죽을 때까지 영영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죽었지만 살아남은 아이는 다시 정원의 다른 사향나무와 사랑에 빠지고 그 결실로 아이가 태어나길 반복해왔습니다. 기묘한 건 태어나는 아이마다 모두 사내아이라는 거였지요. (……) 하지만 내 아버지 대에서 대가 끊기고 말았죠. 놀랍게도 딸이 태어난 거예요. 바로 저 말이죠.” (〈사향나무 로맨스〉 중에서)
누설할 수 없는 비밀과 험담이 일렁이는 비정한 세계를 관통하는 서늘한 상상력!
강지영 작가의 단편은 비밀스러우면서 충격적인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다. 다양한 이야기 문법과 플롯을 활용한 폭넓은 스펙트럼과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다. 강지영 작가는 단편들마다 ‘비밀’을 깔아두어 서스펜스를 유발한다. 작가는 ‘비밀’을 밝히는데 집중하는 듯 보이지만, 결말에 이르러서는 철저히 독자의 기대를 배반함으로써 더 큰 충격과 놀라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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