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소설

강지영 '굿바이 파라다이스'

clint 2024. 5. 10. 11:23

 

 

들풀이 가득한 벌판에 신도림 행 2호선 순환 열차가 멈춰 선다.

마흔 다섯 살의 지하철 세일즈맨 한명수가 검은 양복을 갖춰 입은

남자를 따라 내린다. “어때요, 마음에 드시나요?”

남자는 명수가 지하철에 뛰어들어 자살했다며,

지난 기억을 떠올리라고 말한다.

지옥 같은 생과 천국, 명수가 있던 곳은 지옥일까 천국일까?

앞으로 그는 어디로 향하게 될까?

무한으로 순환하는 열차에 탄 한명수가 생의 마지막 도착한 역에서

만난 남자와의  이야기다.

 

 

추천사 - 김봉석/문화평론가
죽음은, 그들의 가장 큰 욕망이다.
강지영의 세계는 참혹하고, 아름답다. 사지를 절단하고, 눈에 포크를 찔러넣고, 발목에 전선을 감아 태워버리는 광경을 ‘참혹함’이라고 한다면, 참혹함 그 자체가, 강지영의 세계에선 통용되는 아름다움이다.
강지영의 소설에 범죄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그녀가 창조한 인물들이 극히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 혹은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서, 그들은 살인을 택한다. 희생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강지영의 희생자는 기묘하게도 죽음으로써 자신의 존재증명을 한다. 강지영의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스릴이나 수수께끼가 아니라 살인자와 희생자의 마음이다. 그리고 죽음이야말로, 그들의 가장 큰 욕망이다. 강지영은 이 세상의 지옥을 구현하는 작가다. 그리고 그 지옥은, 곧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그 지옥에서 살고 있고, 어쩌면 언젠가 우리도 그 지옥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죽음은 때로 구원이 될 수 있다. 강지영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좋아하는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지영 'Happy deathday to you'  (0) 2024.05.12
강지영 '캣 오 나인 테일즈'  (0) 2024.05.11
강지영 '사향나무 로맨스'  (0) 2024.05.09
강지영 '하나의 심장'  (0) 2024.05.08
강지영 '점'  (0) 2024.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