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최보윤 '말할 수 없이'

clint 2024. 4. 28. 15:59

 

희수, 수민, 은수 삼 남매를 맡아 키우고 있는 할머니, 금영.
딸 진아와 함께 살고있는 고모, 주화.
시를 쓰는 장녀, 희수.
공장에서 일을하는 둘째, 수민.
그리고 쌍등이 동생, 은수.
각자의 상처와 고단함을 끌어안고 꿋꿋이 살아가는 이 가족의 
일상에 어느날, 수연이 찾아온다. 삼 남매의 이복동생리다.
즉 엄마가 재혼해서 낳은 딸이 엄마의 발인을 마치고 온 것....

 

 



극중 큰딸인 희수는 시인이지만 '예술인 생활보호지원금'을 받을 정도로 경제력 없는 인물이다. 둘째 딸 수민은 가정 경제에 무책임한 언니와 몸이 불편한 할머니, 딸을 잃고 정신이 온전치 못한 고모,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는 이란성 쌍둥이를 위해 자신의 욕망을 감춘 채 하루하루의 노동을 힘겹게 이어간다. 자신이 무너지면 이 불쌍한 가족들은 모두 길거리로 나앉거나 굶어 죽을 것이라는 위기감에, 자식들을 버리고 재혼한 엄마의 부고와 함께 온 위로금조차 거절한다. 정신 질환으로 외출이 불가능한 고모와 자폐증으로 평범한 일상이 불가능한 쌍둥이 남매 은수는 이 가정의 일상성을 뒤흔드는 존재들이었다. 거기에 할머니는 눈이 실명한 수준이라 생활이 불편하지만 유독 이 집에서 정신이 가방 멀쩔한 인물이다. 그런 와중에 둘째는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해왔고 이틀 전에 말한다. 가서 돈도 벌고 기술을 배워 돌아와 돈을 벌 거라고. 연극은 모두에게 서로 미안하다며 끝나지만 뭔가 희망을 준다.

 



가장 가까운 존재가 가장 큰 상처를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가까운 존재이기에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것이 가족이다. <말할 수 없이>는 그러한 애증적 가족상을 세밀히 들여다 보며 현세대가 상실해 가고 있는 가장 보편적인 가치인 '가족'의 의미를 재고한다. 어쩔 수 없은 상처에 대한 이해와 가장 인간적인 화해를 말하고자 한다"

 

 

작가의 글 - 최보윤

어린 시절 그토록 쉽게, 당연하듯 삼켜온 밥에 대해 삶이 불현듯 정산서를 들이밉니다. 언제, 어떤 형태일진 저마다 달라도 그 의미는 같습니다. 밥값 해라. 이제껏 먹어 온 '밥값'과 앞으로 남은 '밥값' 그게 무서워 얼마간 영수증 구기듯 낭비한 시간들, 언젠가 하나하나 펴 정산해야 할 도망치고 싶어 엎어지고 자빠져 봐도 여전히 살아있고, 여전히 입엔 밥이 들어갑니다. 죽지 못하면 살아야 하고, 이왕 살 거면 제대로 살아야 하는데, 지리멸렬하고 상처로 가득한 삶은 할 말이 많습니다. 배고프단 말을 배우기도 전, 자기 밥값을 내 입에 떠 넣어 준 이들에게 따질 정도로 ''을 하고 나면, 결국 말로 할 수 없는 것들이 남습니다. 말을 할수록, 말을 펴낼수록, 그 밑에, 저변엔, 말이 안 되는, 말로는 도저히 안 되는 무엇이 있음을 감지합니다. 그래서 ''을 써봅니다. 추억, 상처, 아픔, 사랑, 후회, 행복, 희망, 절망, 죄값, 밥값... 말 할 수 있는 것 들을 최대한 명확히 말해 봅니다. 그 무수한 말을 거치고 난 다음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생生이 무엇인 지 확인하고자....말이 안 되더라도, 삶은 계속 되고, 죽어도 살아야 한다고 뉘우치는 밤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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