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임혜은 '카페 삿뽀루'

clint 2024. 4. 24. 11:50

 

 

 

 

자신의 과거의 죄값을 치루고자 살아가는 명림이 운영하는

삿뽀루의 작은 여관에 자살을 하고자 한 사내가 찾아온다.

그녀는 어리고 순수한 사내와 금세 친구가 되고, 자신의 과거이야기도 들려주게 된다.
20년 전, 서울 진고개에 위치한 카페 삿뽀루.

그곳에서 여급으로 일하며 친자매처럼 지내던 명림과 은옥에게

어느 날 벼락같은 사건이 터진다. 바로, 여고보에 재학 중인 은옥의 딸 정희가

카페 손님 기춘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것.

명림의 설득으로 은옥은 딸의 미래를 위해 정희의 낙태수술을 강요한다.

그러나 정희는 엄마가 의사인 기춘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병원에서 돌아오자마자 엄마와 크게 싸운다.

그 둘사이에 기춘과 그런 기춘을 남몰래 바라보고 있는 명림..
기춘은 은옥과의 결혼을 결심하지만 낙태를 강요한 사실을 알고는

정희 와 떠나고자 한다. 그런 기춘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던 명림은

네꼬라이즈(쥐약)를 섞은 칵테일을 정희에게 먹이게 되는데....

결국 죄값을 치르기 위해 20년을 그렇게 살아온 명림 역시

네꼬라이즈를 마시고 정희와 같은 죽음을 선택한다.

 

 

 

 

 

이 작품은 1930년대 경성의 남대문로 일대에 위치한 카페와

1950년대 일본 삿포로의 여관을 오가는 교차된 공간을 배경으로

세 여자의 사랑과 꿈을 그렸다.

사랑을 동경하는 정희, 결혼과 안정을 쫓는 은옥, 돈과 막연한 성공을 꿈꾸는 명림,

이 세 여자가 펼치는 인생 이야기다.

이들의 고민은 사랑과 결혼, 돈과 꿈 사이에서 고뇌하는 현대 여성들의 삶을

대변하기도 한다. 전통과 모던이 공존하는 화려한 공간이었던 카페를 사실적인

무대로 재현했다. 또 그 시대의 용어나 말투를 사용하는 등 치밀한 대본이

극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있다. 당시 동경과 원망을 동시에 받았던 직업인

카페 여급의 진솔한 사랑과 그들을 통해 삶의 휴식을 얻고자 했던 고독한 지식인들,

여급과 기생 사이의 좀처럼 허물어지지 않는 벽을 그려낸 작품이다.
일제강점기를 소재로 한 작품 속 주인공들은 정치와 시대적 불운이라는

장애 앞에서 대부분 힘없이 표류했다면,

이 작품은 이러한 전형적인 주제를 비켜가고자 했다.

남성 중심적인 정치적 배경 안에 여성 중심적인 이야기를 담아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