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정숙 '불효자 꺼꿀이전'

clint 2024. 4. 25. 15:42

 

 

호랑매호씨는 어린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한다.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앞서 토끼와 거북이에게 사슴 아주머니
생일잔치 소식을 듣고는, 이야기를 마친 후 참석하기로 한다.
호랑매호씨는 하느님을 찾아온 문방구의 하소연으로 꺼꿀이의 만행을 듣는다.
호랑매호씨는 하느님의 명령으로 꺼꿀이 찾아 나선다.

꺼꿀이는 서당에 가라는 부모에게 가마차를 사주면 가겠다고 떼써서,

결국 부모가 집을 팔아 가마차를 사게끔 만든다.
꺼꿀이는 서당 가는 길에 친구나 동물을 괴롭히는 등 온갖 못된 짓을 하더
니, 끝내는 서당에도 가지 않고 연못에서 논다.
호랑매호씨는 하느님께 꺼꿀이에 대한 보고를 올린 뒤, 하느님 명령에 따라
장난감 장수로 변장한다.
꺼꿀이는 호랑매호씨가 파는 장난감에 매혹되어 부모님과 장난감을 바꾼다.
꺼꿀이는 정말로 부모가 없어진 것을 깨닫고 황급히 호랑매호씨를 따라가
지만, 부모는 이미 동물로 변해버렸다.
꺼꿀이는 부모를 사람으로 되돌리기 위해 하늘나라 금생 연못으로 떠날 것
을 결심한다. 꺼꿀이는 첫 번째 길에서 도깨비들의 유혹에 잠시 마음이 흔들리지만,

다시 마음을 잡고 길을 떠난다.
꺼꿀이는 두 번째 길에서 자신에게 복수하려는 귀신 문방구들에게 해를 입
을 위기에 처하나, 진심으로 사과하여 용서를 받는다.
꺼꿀이는 세 번째 길 눈물바다에서 부모의 눈물을 먹고 사는 눈물 뱀을 만
나 싸우는 도중, 부모님과 문방구를 금생 연못에 던진다.
꺼꿀이는 원래대로 돌아온 부모, 문방구와 화해한다. 
꺼꿀이는 부모님과 함께 할머니 댁으로 출발하고, 호랑매호씨는 바르게 성
장한 꺼꿀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다 토끼와 거북이를 따라 사슴 아주머니 생일
을 축하하러 간다.

 



「불효자 꺼꿀이전」의 주동인물인 꺼꿀이는 이름에 성격적 특성을 담고 있는데, 거기에 ‘불효자’라는 수식까지 붙어 자연스럽게 “청개구리 설화”의 청개구리를 연상케한다. 극에서 꺼꿀이는 “청개구리 설화”의 청개구리처럼 부모의 말을 듣지 않고 반대로 행동하기 일쑤다. 이때 꺼꿀이의 욕구는 일차원적인 것으로 거기에는 어떠한 악의도 숨어있지 않다. 이는 어디까지나 그 순간의 즐거움에 충실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며, 그로 인해 주변에서 희생해야하는 부분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꺼꿀이의 욕구는 쉽게 채워지지만 금방 또 다른 대상으로 이동하는데, 이를 다시 부모가 충족해주기를 강요하면서 문제를 야기한다. 이처럼 욕구의 빠른 전환은 꺼꿀이가 욕구하는 대상 그 자체보다는 그를 얻어내는 과정에 목적이 있음을 알게 한다. 꺼꿀이는 부모가 자신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기를 끊임없이 기대하며 그것을 당연한 사랑이라 치부한다. 다시 말해 이는 꺼꿀이가 아직은 지극히 본능에 충실한 상태이며, 비이성적이고 비도덕적인 단계에 놓여있음을 의미한다. 
이로써 꺼꿀이는 그 동안 속해있던 비이성, 비도덕을 자각하는 계기를 얻게 된다. 결국 꺼꿀이는 부모님을 다시 사람으로 돌리려면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금생 연못 까지 가야한다는 사실을 듣게 되는데, 이를 받아들이느냐 아니냐는 꺼꿀이 본인에게 달려있다. 하지만 이미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꺼꿀이는 기꺼이 여정에 오르기로 결정을 내린다.

여기서 극은 “청개구리 설화”에는 없던 모험 이야기를 더하여 꺼꿀이가 어린아이에서 소년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꺼꿀이는 하늘나라 금생 연못으로 가는 길에서 세 가지 시험에 들게 되는데, 각 시험은 꺼꿀이의 욕구, 과거, 모든 과오를 상징한다. 시험에 처한 꺼꿀이는 두 번째까지는 호랑매호씨를 찾으며 도움도 청해보지만, 그때마다 호랑매호씨는 단호히 거절하며 앞서 간다. 하지만 꺼꿀이는 포기하지 않고 부모를 사람으로 되돌린다는 목표로 흔들림 없이 나아간다. 이러한 꺼꿀이의 태도는 변화가 점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어, 그의 성장에 공감하고 기대하게 만든다. 꺼꿀이는 금생 연못에 다다르기 직전에 세 번째 시험인 눈물바다와 마주한다. 눈물바다에는 부모님의 눈물을 먹고 사는 눈물 뱀이 있다. 이때 눈물바다는 단순한 바다 이상의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바다는 무의식의 공간이자, 죽음과 재생의 공간이며, 물은 정화, 속죄, 부활 등을 상징한다. 즉 꺼꿀이가 눈물바다에서 자기의 모든 과오와 마주하고 이에 맞선다는 것은, 꺼꿀이가 진정한 속죄를 하고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가 된다. 꺼꿀이는 처음으로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눈물 뱀을 물리치기 위해 달려드는데, 이로써 꺼꿀이는 어리광만 피우던 어린아이의 모습에서 벗어나게 된다. 결국 꺼꿀이는 부모와 문방구 모두를 원래대로 돌려놓기에 성공하고,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거듭난다. 성장하기 전의 꺼꿀이가 제멋대로여서 모든 인간관계와 지켜야 할 규율에서 불협화음을 일으켰다면, 성장한 후의 꺼꿀이는 사람들과 사회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게 되었다. 

 

 

 

김정숙 작가는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강조하는데, 그가 말하고자하는 ‘인간다움’은 이성, 도덕, 배려, 규율, 조화 등 지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갖추어야 할 선(善)에 속함을 알 수 있다. 이때 ‘인간다움’은 타인의 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의지로 이룩해야하는 바로, 가장 순수한 상태의 의지작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꺼꿀이를 통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즉 사람은 노력하면 얼마든 달라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는데, 김정숙 작가는 그의 작품을 통해 결국 인간은 모두 더 나은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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