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작
"울어 봤자 얻어맞고, 얻어맞아서 더 울고, 악순환.
그걸 왜 모를까?"
산 끝자락과 닿아 있는 '유경돈사'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상경했던 유경이 6년 만에 돌아왔다.
엄마 희자를 설득해 돈사를 폐업시키고 같이 서울로 떠나기 위해서다.
그런 유경을 맞이하는 건 어렸을 때 자신처럼
희자 곁에서 일을 하고 있는 아이다.
축사에 버려진 아이를 기르며 살겠다는 희자,
희자를 갖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
유경은 희자와 아이 사이에서 과거 자신을 직면하게 되는데......
심사평 – 김수미. 성기웅
「돼지의 딸」을 읽으며 짜릿한 흥분을 느꼈다. 돼지를 치는 집이라는 독특하면서도 간결한 설정에서부터 무심한 듯 툭툭 던져지는 대사들이 힘있는 자장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네 등장인물이 둘씩, 셋씩 만나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차근차근 이어 나가는 서사도 흥미를 자아냈다. 모놀로그나 유령의 등장 같은 연극적 어법이 쓰이고, 투박한 듯 리듬감 있는 대사들 가운데 사변적인 대사가 끼어들곤 하는데, 어쩌면 상투적이랄 수도 있는 그런 요소들도 글쓴이가 일부러 어떤 스타일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라 여기며 읽어 나가게 되었다.
흥분이 컸던 만큼 결말은 성에 차지 않았다. 풍부한 상징을 띠는 것 같았던 키워드들의 의미가 쪼그라들어 흔한 관념 속에 갇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이 희곡은 아직 미완성이라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8장 중 2장은 길이가 유난히 짧은데, 쓰고 싶은 바를 마음껏 풀어내지 못한 상태로 투고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희곡을 당선작으로 뽑지 않을 도리는 없었다. 다른 응모작들의 수준을 현저하게 넘어서며 새 극작가의 출현을 예고하는 작품이라는데 이견이 없었다. 이 희곡이 공연되는 기회를 얻는다면 그 과정에서 미진했던 글쓰기가 보완될 수 있을 것이다.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은 '유령'의 존재를 매개 로 후반부에서 더 드라마틱한 절정이 빚어 지기를 바라고 있다. 또 한 사람은 이를테면 유령과 아이의 대화 같은 새로운 장면이 더해지며 이 희곡의 지평이 넓어질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당선소감 - 이다은
내가 말했던 문장들이 내게 돌아오고 있다. 그럴싸하게 한 대답이나, 뜻도 모르고 인용한 격언, 또는 다짐들 지금 하는 말들이 또다시 어떤 무게로 돌아올지 몰라 두렵다. 그래도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이제 그만 무서워하자고, 나 자신에게 부탁한다. 자기비난을 오랫동안 해왔던 내가 스스로에게 부탁할 수 있을 정도로 누그러진 것은 글을 쓰기 시작한 후부터다. 글을 쓰면서부터 나는 인물들에 대해 쓰기 위해 주변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미워하는 사람의 뒷면, 좋아하는 사람의 옆면, 그리고 나 자신의 정면. 오래전 그 문장을 말했던 내 모습을 돌아본다. 이제야 제대로 솔직하게 응시할 수 있는 기분이다. 이 기분을, 글쓰기를 좋아하는 마음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 언젠가 이곳에 적은 문장들이 다시 내게 돌아올 그날을 위해 노력하겠다. 항상 글쓰기에 대한 마음을 일깨워 주시는 조경란 선생님. 글을 쓰는 일이 외롭지 않다고 느낄 수 있게 함께해주는 연작 멤버들. 숭실대에서 절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가르쳐 주신 조성기 선생님, 최승호 선생님, 김인섭 선생님, 이재홍 선생님, 백로라 선생님, 김선아 선생님, 김미진 선생님.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랫동안 남을 가르침을 주신 고연옥 선생님. 함께하며 더 많이 배울 수 있게 해준 동덕여대 B207호 멤버들. 특히 가영과 현경.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절 지탱해주시는 안보윤 선생님, 주원익 선생님, 은승완 선생님. 발표 날이 다가올수록 자신의 일기장에 내 당선을 빌어줬던 태영. 지금은 각자 다른 집을 갖고 있지만 분명 같이 살게 될 우리 이씨 셋. 본느, 상희, 나 대신 동전을 던져줬던 현정 항상 내 자랑인 혜린. 같이 있기만 해도 즐겁고, 헤어지면 다시 만날 날이 기대되는 소중한 다솔과 원이. 짓궂은 나를 늘 웃으며 받아주는 선우. 늘 생각하는 안양예고 친구들, 소식을 듣자마자 연락준 숭실대사람들. 내가 미워하면서도 사랑하는 가족들부족한 글을 읽어 주시고, 좋은 말씀을 해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 그리고 이름을 적지 못한 분들까지.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사람들에게 한없이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가 실수를 저질렀던 이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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