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에 이동진이 쓴 <카인의 빵>은 구약성서의 창세기를 재창작한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살아가는 인간이 생각하는 바가 등장인물의 대화에 현실감 있게 표현되고 있다. 특히 극중극으로 펼쳐지는 에덴에서의 선악과를 먹게 되는 과정과 카인이 아벨을 죽이게 되는 요인이 창세기의 내용보다 더 리얼하게 표현되고 있다.
뱀의 유혹에 선악과를 먹게 되는 건 이브의 욕망을 부추기는 뱀의 “이 선악과를 먹으면 저 창조자 노인과 같이 모든 걸 알게 된다”는 이 말이 결정적이다. 그리고 이브도 아담을 그렇게 권유하고 사과를 먹고 난 아담은 그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 이 사과나무를 동산에 그대로 둔 것은 먹으라고 둔 것이라며 노인에게 불만을 터트린다. 그리고 아담과 이브는 에덴을 떠나며 이제 우리 인간은 우리 종족을 많이 퍼트리겠다고 말한다.
그 후 카인과 아벨, 마트가 태어나 자라 나자 이러한 갈등이 재현된다. 특히 혼자 땅을 가꿔 곡식을 거둬 빵을 만드는 카인은 늘 불만이다. 동생들은 적당히 놀며 양떼를 방목해서도 양들은 살찌고 그 수량도 매년 배로 늘어나는데… 또 여동생인 마트는 매일 물가에서 노래 부르며 지내는데 하루 종일 일만하고도 계속 바쁘기만 한 자신이 불쌍하기만 하다. 그걸 아버지인 아담이 다독여주지도 못하고 동생들 편만 들어주니 그는 불만이 고조된다. 카인은 그가 고생해서 만든 빵을 아벨에게 양 두 마리와 바꾸자고 빵 값을 올려버린다. 그리고 아버지에 보내고 제사에 올리는 빵을 부실한 빵으로 바꾼다. 그의 생각은 좋은 빵은 내가 먹어야 힘을 더 내어 농사를 지울 수 있다는 자기의 소신이다. 그러자 당장 아담이 와서 카인에게 동생은 제일 살찐 양을 공양하는데 넌 제일 형편 없는 빵을 보낸다고 나무란다. 모든 일이 동생과 비교되고 자신의 처지가 답답한 카인은 인류 최초의 살인자가 된다. 그 피해자는 아벨. 그리고 창조자 노인의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카인은 노인에 대항해 조목조목 따진다. 이렇게 되는 걸 알고 있으면서 왜 사전에 경고나, 어떤 규칙이라도 만들어서 지키라고 해야지, 사고쳤다고 벌만 주느냐고… 마치 에덴에서 아담이 했던 것처럼… 노인은 논쟁하기 귀찮다고 무시한다. 그리고 카인은 자신이 만든 “카인의 빵을 지켰다” 며 끝난다. 그리고 음성으로 “카인은 헤녹을 낳고….” 구약 내용들이 마치 족보책 읽듯이 울려퍼진다.
모두 카인의 후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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