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박효선 '모란꽃'

clint 2023. 11. 18. 06:22

 

 

 

감독은 5.18민주화운동 트라우마로 고통을 겪고 있는 한 여인 이현옥의 치료를 위하여 심리극을 시작한다 이현옥은 5.18민주화운동에 참여하였다는 이유로 시댁 식구들에게 폭도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기 위하여 5.18민주화운동에 참여하였다고 말한다. 이현옥은 계엄군의 사격에 사망한 임산부와 태아를 목격하고 거리로 나가 가두방송을 시작했다고 참여하게 된 계기를 설명한다. 이현옥은 계엄군과 시민군이 전투를 하면 가두방송으로 알려 주었으며, 전남도청이 탈환되고 궐기대회가 열리자 궐기문을 낭독하면서 적극적으로 5.18민주화운동에 참여하였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현옥은 1980 5 27일 마지막 도청 전투가 끝나고 상무대에 끌려가는 도중 시민군의 시체를 보고 충격을 받는다. 상무대에서 수사관은 식구들까지 잡아와 고문을 하면서 위증하도록 강요하지만 이현옥은 끝까지 거부한다. 이현옥은 상무대에서 받은 고문의 후유증으로 불임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계엄군을 몰아내고 광주 시민들이 이룩한 해방 광주를 재현한다. 이현옥은 자신의 분신과 대면하고, 분신의 도움으로 문제로부터 벗어날 힘을 얻는다. 이현옥은 관객들에게 심리극을 통하여 많은 용기를 얻었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말한다. 감독은 관객들에게 5월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5월 전사들을 기억하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말하면서 극은 마무리된다.

 

 

 

「모란꽃」은 5.18민주화운동 피해자가 겪었던 일을 심리극 무대에서 재현하면서 관객들에게 증언하고, 이 증언을 통하여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고 고통을 같이 나눈다. 그래서 5.18민주화운동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그 방법에 대해서 모색한다. 「모란꽃」은 한 여인의 심리 치료를 통하여 1980 5월의 진실을 밝히고 그 정신을 계승하려는 작품이다. 뛰어난 작품성으로 박효선과 극단 토박이를 대표하는 작품이며, 1993년 광주광역시에서 초연된 이후 대전, 청주, 부산광역시 등과 북미주 7개 도시 순회공연을 하며 2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였다. 1994년 제4회 민족예술상을 수상하는 등 지역 연극으로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연극평

광주 5월항쟁을 소재로 한 "모란꽃"은 극단 '토박이'의 창단 10주년 기념공연으로, 지난 93 10월 정기공연을 마치고 94, 95년 계속 공연되고 있다. "모란꽃" 80 5, 그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며 보는 이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모란꽃"은 광주항쟁이라는 충격적인 역사적 사건 속에서 받은 한 개인의 상처를 보여주고 그로부터 파생된 정신적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심리치료극(psychodrama)과정을 보여준다. 살육의 장면을 목도하고 항쟁에 참여하게 된 이현옥은 도청 진압 후 상무대로 끌려가 고문을 받게 된다. 그후에도 계속해서 따라다니는 안기부의 회유와 방해로 제대로 살기가 힘겨웠지만, 무엇보다도 가족들의 따가운 눈초리는 그녀를 더욱 견딜 수 없게 한다. 그때의 공포의식, 무력감, 자괴감, 죄책감이 낳은 정신장애가 바로 '오월병'이다. 광주 5월민중항쟁과 관련된 정신장애에 대한 사례분석에서 전남대학교 심리학과 오수성교수는 '오월병'이 기질적 정신장애, 정신분열증을 비롯한 주요정신병 그리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힌다. 어쩌면 연출가 박효선과 오수성 교수가 만난 것은 필연이었는지도 모른다. 박효선은 광주진압 당시 체포되어 수사관에게 받은 고문으로 그 자신 '오월병'을 앓았던 사람이다. 이제 그들이 만나 환자와 치료사로서 한판 치병 굿을 벌인 셈이다. 이 연극의 치료적 장치는 고문과 학살의 기억에서 해방공간에서의 자유와 행복이라는 승화를 위한 상승로를 준비함으로써 환자로 하여금 새로운 감정을 살게 하는 것이다. 새로운 이미지 작용을 통해서 과거의 억압되고 고통스러운 무거운 영혼은 상승의 기운을 타고 올라와 미래를 향한 해방의 자연스러운 행복한 가벼운 영혼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연극모란꽃"은 해방공간에서의 자유와 행복을 그려보임으로써실패와 좌절, 절망'에서 '성공, 희망, 승리 또 삶, 민주주의, 해방'이라는 상승의 이미지 속으로 새로운 꿈꾸기 속으로, 관객을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이미지 속에서 짓눌렸던 관객의 집단의식은 안도의 한숨과 연민의 눈물 속에서 가벼운 비상을 준비한다. 빛을 향해 날아오르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으로 배우는 휘몰아치는 격정의 핵으로 빠져들어가, 고통의 심연에서 자신과 정면으로 맞서게 된다. 또 다른 자아 그림자와의 대화를 통해 현옥은 학살자들에 대한 미움, 먼저 간 동지들에 대한, 병들어 쓰레기처럼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부끄러움을 토해내고, 그러나 '아름다운 오월의 공동체를 생각해보라’고, ‘이젠 일어서! 두 발로 땅을 딛고 허리에 힘을 주고 슬픔을 딛고 불끈 일어서라고 현옥에게, 관객에게, 5월병을 앓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그녀의 그림자는 소리친다. 이제서야 관객은 억압과 고통으로 갈라터진 한 영혼의 틈새로 푸릇한 희망의 어린 싹이 돋아나, '이젠 희망과 용기를 갖고 그 찬란했던 봄을 항시 기억하며 꿋꿋하게 살아가겠노라고 다짐하며 무대를 떠나가는 배우를 본다. 그녀는 자신의 현실을 향해 가는 것이리라. 아마도 여지껏 만나기를 꺼려왔던 정임언니를 만나러 갈 테고 잠든 형제동지의 찢겨진 영혼을 어루만져주러 망월동 묘지를 찾아갈 것이다. 광주 일반의 문제를 한 개인의 문제를 통해 보여준 '모란꽃'은 광주항쟁에 대한 90년대식 담론의 한 유형의 준거틀을 마련해 준다. 무엇보다도 연극과 집단의 심리치료가 만난 것은 궁합이 잘 맞는 일이며, 그 사이에서 피어난 '모란꽃'은 만들고 싶어 했던 앞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공연을 통해 '살아있는 광주'를 연출의 시선의 폭이 광주를 벗어나 한 차원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 이은주(연극평론가)

 

 

작가의 글 - 박효선

이 작업은 너무 촉박하게 이루어졌다. 기초대본과 취재내용이 있어 대본작업은 쉬웠지만 전국체전에 공연일자를 맞추려다 보니 연출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여름내내 어린이들, 시민들에게 연극교육하다가 진이 다 빠져버려서 일까? 심리치료의 한 방법인 심리극과 전문극단과의 만남은 과연 가능한가? 그 것은 심리극의 대중화를 위한 시도일진대 진정 얼마만큼의 연극성을 획득해낼 수 있을까? 이번 작품에서 그 해법을 찾으려 애써봤다. 5월에 대한 문민대통령의 담화문이 있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현실화된 것은 없다. 외지인이 망월동을 찾고 도청 앞 분수대나 금남로 거리를 걸어봐도 5월은 살아있지 않다. 살아있는 5월을 만들어야 한다. 관객 여러분은 이 작업을 그 한 시도로 봐주시기 바란다. 오월항쟁과 여성활동, 그 여성의 정신적 장애를 역추적하는 방식을 선택 해보았다. 한 개인의 심리추적을 통한 오월항쟁의 의미 발견, 정신 계승이 기본 목표다. 그래서 실제 활동했던 몇 분의 사례를 모아 이현옥이라는 한 상징적 인물을 내세울 수 있었다. 가진 거라곤 애오라지 연극과 민중에 대한 사랑밖에 없는 우리 단원들이 역시 고생을 많이 했다. 또 오수성 교수의 참여와 조력이 없었다면 아마도 이 공연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리라. 개인적으로는, 12년 망명생활을 청산하고 그리운 광주 땅에 돌아오신 윤한봉 선배님, 독일에서 잠시 돌아온 민영 부부, 그리고 지금도 5월의 상흔을 안고 살아가는 광주시민에게 이 작품을 바친다.

 

 

작가 박효선 (54년생)은 전남대 국문과 출신으로 전대극회와 극단 「광대」 활동을 했으며 극단 사랑방, 극단 일 과놀이에서 연출을 했고 1983년 토박이 창 이후 「이웃사람」, 「세일즈맨의 죽음」, 「하이파에 돌아와서」, 「시련」, 「어머니, 「산국」, 「잠행」, 「금회의 오월」, 「부미방」, 「딸들아 일어나라」, 「아빠의 노래」, 「여우와 포도」 등 다수의 작품창작과 연기 연출을 했고 현재 는 극단 토박이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우춘 '배뱅이 굿'  (2) 2023.11.20
이동진 '카인의 빵'  (1) 2023.11.18
홍승주 '마지막 시도'  (2) 2023.11.17
윤미현 '팬티 입은 소년'  (0) 2023.11.16
임규 '탑꼴'  (2) 2023.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