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반테스가 세속적 환멸이라는 주제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것은 인간의 자유 의지라고 본다. 루이스 비베스는 말하기를 "우리는 이성을 가졌기에, 그리고 신과 비슷하기에 어느 다른 동물보다 더 훌륭한 존재이다." 라고 말했다.
세르반테스는 바로 이런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관점, 즉 인간적인 면을 받아들였다. 즉 그는 신 중심 사상에서 벗어나 인간의 존엄성 확립을 목표로 하는 휴머니즘 사상을 바탕으로 자신의 사상을 발전시켜 나갔다. 세르반테스는 이 같은 휴머니즘 사상을 "자연”의 개념으로 귀결시킨다. 세르반테스에게 자연스러움은 바로 인간의 자유의지의 실현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는 휴머니즘 사상을 남성에게만 적용시키려는 시각에서 벗어나서 여성에게도 적용시켜, 당시 사회의 성차별에 의한 반쪽의 휴머니즘 사상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의 휴머니즘 사상으로 확대하려 하였다. 세르반테스가 당시 사회의 도덕적 규범에 반하여 자신의 문학에서 간봉을 묘사한 것은, 인간 본능에 대한 억압과 착취를 자연의 법칙에 반하는 행동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로렌사의 간통 행위는 자아의 정체 성율 찾고자 하는 바람에서 나온 행동이며, 결혼이 가져다준 기대에 반한 환멸을 숙명론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근대적 여성의 자유 의지를 이러한 행동으로써 그녀가 표출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휴머니즘 사상과 세르반테스의 자연 개념이 여성의 자유 의지를 통해 그의 단막극에서 잘 보여 지고 있는 것이다.
질투심 많은 늙은이 (El viejo celoso)
로렌사는 70살 난 노인 까니사레스의 강박관념의 희생물이다. 늙은이는 자신과 함께 지내면서 즐거움을 제공해 줄 장난감으로서, 혹은 애완동물을 삼기 위해 결혼한 것이다. 늙은이는 정상적인 동반자로서 부인을 구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죽으면 슬퍼해 줄 소녀를 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세르반테스의 '모범소설' 중에서 동일한 제목으로 출간된 '질투심 많은 늙은이' 라는 작품과 내용이 유사하다. <자유 의지>는 작가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와 그의 모든 창작물에서 수없이 되풀이하는 용어이다. 그는 알제리에서 5년의 포로생활을 겪었고, 국내에서 경제적인 이유로 서너 차례나 투옥을 당했다. 그에게 자유의 속박은 가장 뼈저린 경험이었기에 당시 여성들에게 주어진 자유의 속박이나 경제적 자립도의 부재에 작가는 깊은 관심을 표명하였다고 본다. 까니사레스는 15세의 가난한 소녀를 신부로 맞은 후 아무도 접근할 수 없게 감옥 같은 집에 감금시켰다. 그는 오쟁이 진 남편이 되는 게 무서워서 로렌사에게 물질적인 공세를 취하며 복종을 요구하였다. 그녀는 일 년을 산 후 자신이 성적으로 즐거움을 갖지 못하고, 이런 삶을 사느니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하녀에게 말한다. "이런 지옥과 같은 삶에서 나를 끄집어내는 방법은 내 목에 밧줄을 거는 길 밖에 없어.” 로렌사는 늙은 남편의 성적 불능을 알고서 탄식하나, 하녀와 이웃집 여인의 이야기에 고무되어 죽는 것보다 사방의 즐거움을 선택한다. 그녀는 감옥 같은 집을 탈출하여 자신의 자유로운 의지를 추구하며 행복한 삶을 찾고자 한다. 로렌사는 이미 까니사레스의 장난감이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과 성적인 즐거움을 원한다. 이에 로렌사는 숙명론에 무릎을 꿇지 않고 자유 의지에 따라 움직인다. 이전에는 남편의 노리개였으나, 이제는 자신의 늙은 남편을 조종하는 여인이 되었다. 세르반테스에 의해 로렌사는 이제 자각하고 이성 있는 여인으로 나타난다. 작가는 중세적 여인을 근대적 여성으로 변모시킨다. 이에 로렌사는 이웃 여인 오르띠고사의 도움으로 젊은 남자와의 간통을 성공하게 된다. 여기서 간통은 로렌사의 자유 의지의 도구로 역할을 한다. 『질투심 많은 늙은이』에서 작가는 우리에게 독선적인 늙은이에 대항한 자유 의지의 승리를 보여줄 뿐 아니라, 숙명에 대한 자유 의지의 승리를 제시한다. 로렌사는 그의 비참한 인생을 참는 대신 늙은이의 독선에 대한 복수로서 간통을 택한다. 간통은 착수의 수단이며, 여인의 자유 의지 표현이다.
'외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카도 가나메 '연옥에서 돌아온 오시치' (2) | 2022.11.25 |
---|---|
권영준 재창작 '모노햄릿' (0) | 2022.10.21 |
세르반테스 '이혼 재판관' (1) | 2022.10.20 |
세르반테스 '살라망까 동굴' (1) | 2022.10.20 |
세르반테스 '기적의 인형극' (1) | 2022.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