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안영신 '영원으로 가는 비상구'

clint 2021. 12. 18. 16:48

 

 

‘96 연간희곡 신인상 수상작

 

의대 졸업 후 의사시험에 떨어져 의기소침한 원식이 있는 도서관으로 사법고시를 패스한 친구 규태가 찾아온다. 곧 군대를 가야할 처지가 된 원식은 탈출구가 없다. 규태와 뇌사 문제로 말다툼이 벌어진다. 원석은 뇌사에 처한 환자는 동화 행복한 왕자처럼 모든 장기를 나눠주고 맘 편히 저세상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하고 법률가인 규태는 법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 후 원석이 학교 시위 소리에 이끌려 현장에 갔다가 전경의 해산 작전에 떠밀려 전신주에 머리를 부딪혀 뇌사상태에 빠진다. 원석의 부친은 의사로 몇 달을 기다려도 진전이 없자 평소의 소신대로 죽음을 인정하는 서류에 서명하려 한다. 부인과 규태는 말리고... 서명한 후, 갑자기 원식의 의식이 돌아온다. 그리고 평소 심장이 안 좋은 부친이 운명한다.

 

심사평 : 하유상, 이강렬

<영원으로 가는 비상구>는 착상이 좋지만, 의학도와 법학도의 대화를 통해 드라마를 전개시켰는데, 짜이는 맛이 덜하다. 그러나 주제- 인간은 누구나 현대의 벅찬 삶 속에서 비상구를 찾아 헤매지만, 영원한 세계가 막상 눈앞에 닥치면 허우적거리며 도망치게 된다는 이 작가의 주장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요즘 부쩍 문제가 되고 있는 뇌사(腦死)문제를 애써 터치하려는 의도가 호감이 간다. 그러니 이 작가는 앞으로 더욱 치밀한 구성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당선 소감

실은 과학자를 꿈꾸던 시절에, 난 또 다른 꿈을 갈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실험재료를 얻기 위해 바다에 가야 했던 그 시절에 바다는 내게 또 다른 의미를 안겨 주었으니까. 파도 위로 춤추듯 피어오르는 내 마음의 향연을 난 언젠가 글로 엮어야 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었다. 아니, 파도가 뿜어내는 바람이 내게 그렇게 속삭여 주었다. 난 그날은 아마 먼 훗날일 거라고 과학자의 꿈을 이룬 훗날, 그 훗날일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다짐했었다. 그러나 어느 날, 그날이 과학자의 꿈을 이루지도 못한 채 성큼 내 앞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그저 하늘 위로 떠가는 구름 속에 묻어 두고만 싶었던 그 꿈이, 그저 나의 또 다른 미련이라고만 여기고 싶었던 그 꿈이 어느새 바람과 함께 빗물되어 묻어 내린 것이다. 그러나 빗물 속에 담겨진 그 옛날의 향연을 들어야 했던 그 순간, 내 마음은 소리 없이 바람의 마음이 되어 또 다시 피어오르는 새로운 향연과 어우러져 글을 엮어가기 시작했다. 마음속에 그려 두었던 것만큼 쉽지만은 않은 이 길, 그래 갈구자. 갈구고 또 갈구어 정갈하게 일구어 가자. 하나님께 내 모든 감사를 드리며,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디딤돌을 마련해 주신 희곡작가협회 심사위원님들께 마음속 깊이 뜨거운 감사를 드리고, 항상 출발하는 마음으로 계속 발전할 것을 다짐한다.

 

안영신

1961년 서울태생

서울대학교 이학 석사(생물학 전공.외화 번역 작가, .한국 방송번역작가협회 회원. 월간 문예사조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