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차근호 '타자기 치는 남자'

clint 2021. 12. 16. 09:38

 

 

 

<타자기 치는 남자>1983년을 배경으로 대공 형사가 보고서 작성을 위한 글짓기를 배우러 갔다가 문학수업을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한때 고등학교 선생님이었지만 자신의 제자를 삼청교육대에 보냈다는 죄책감에 도망치듯 세운상가에 숨어 글짓기 학원을 운영하는 김문식에게 어느 날 대공 경찰 최경구가 찾아온다. 최경구는 엉망인 보고서로 인해 늘 질책을 받다가 작문 공부에 나선 것이다대공 경찰인 것을 알게 된 문식이 그를 나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불가능한 숙제를 주고, 그것이 오히려 심도 있는 문학 수업으로 연결되며 경구가 문학적 재능을 발견하고 새로운 세상에 눈 뜨게 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를 통해 경구는 진실을 추구하는 작가와 정권의 하수인인 공안 경찰의 삶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작가의 글 - 차근호

1980년대는 무신 정권에 이어 등장한 신군부가 이 나라를 통치했던 시기이다. 19805월 광주에서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에게 신군부가 발모 명령을 내린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분명히 정치적으로는 암울했던 시기였지만 3저 시대가 시작되면서 경제적으로는 최고의 호황을 누리던 시대이기도 했다. 1980년대 한국은 개발도상국으로서의 확고한 위치를 다졌고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통해 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그러나 이 고도성장 시기에서 결코 부인할 수 없는 것은 군사독재 세력에 의해 헌법 유린과 인권 유린이 일상처럼 자행되었다는 사실이다. 군사독재 시대인 1980년대는 상식과 정의가 실종되어 버린 야만의 시대였지만 누군가에게는 경제 호황의 고상징되는 살기 좋았던 때로 기억되기도 한다. 이처럼 1980년대를 바라보는 감정은 지금도 양가적이다. 타자기 치는 남자는 본격적인 경제 호함이 시작되기 이전인 1980년대 초반을 다룸으로써 우리 기억에서 양가적 감정으로 남아있는 1980년대의 실상이 얼마나 부조리한 역사적 상황에 기반하고 있는가에 주목한다. 이 작품은 80년대 초반을 살았던 소시민의 삶을 통해 우리의 기억에서 잊히고 있는 그 당시의 부조리한 상황을 호출한다. 권력에 의해 가해자가 되고 또 피해자가 되는 이들의 모습은 단순히 경제지표로는 설명될 수 없고 또 정의될 수 없는 역사의 한 지점을 보여준다.

타자기 치는 남자'딜레마에 놓인 인간'을 다룬다. 주어지는 딜레마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그 앞에서 갈등하는 인간은 역사 이래 존재했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딜레마와 삶은 분리될 수 없으며 우리의 선택은 우리의 삶을 결정짓는다. 이 작품은 딜레마 앞에 선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줌으로써 동시 대의 관객에게 무엇이 옳은 선택인가를 묻는다. 만약 우리가 1980년대의 소시민에게 던져졌던 딜레마 앞에 선다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이 질문은 지난 역사를 단순한 '기억'에 머물지 않게 하고 동시대의 '고민' 으로 확장 시킬 것이며, 타자기 치는 남자가 가진 문제의식이 지금도 유효하다는 것을 방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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