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실록에 보면 7대왕 목종은 남색에 빠져 정사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는 기록이 나온다.
'사슴아, 사슴아'는 이런 목종의 이야기로 만든 작품이다. 부제는 '목종비곡(穆宗悲曲)'
목종은 19세의 나이로 왕에 오른다. 하지만 허울뿐인 왕 노릇을 해야 했다. 그의 어머니 천추태후가 왕이 어리다는 이유로 섭정을 해 사실상 왕권을 잃었다. 그것도 모자라 어머니의 정부인 김치양은 인사권을 휘두르며 뇌물을 받고 3백여 칸의 집을 짓느라 백성의 삶을 도탄에 빠뜨린다. 목종은 김치양을 권력의 중심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애쓰지만 어머니의 방해로 번번이 실패했다. 절망에 빠진 그의 탈출구는 '사랑' 뿐. 목종은 아름다운 남성에 마음을 빼앗기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사랑도 그를 구원하지 못했다. 목종의 사랑은 '탐닉'이었고, 그들은 왕을 조종해 정사를 농단한다. 목종의 총애를 받는 충간과 충정은 점점 오만해져 정사를 좌지우지하게 되고, 목종은 심약해져 가는데, 김치양과 헌애왕후는 자신의 핏줄로 왕위를 이을 음모를 꾸민다. 목종은 강조장군에게 도움을 청하여 왕순(대량원군)을 자신의 후계자로 정하고 김치양을 몰아내고자 하나 강조의 변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권력을 잃은 왕의 뒤늦은 후회와 그러한 과정속에 파생된 잘못된 사랑 이야기가 현시대의 그릇된 가치판단과 단편화된 사랑에 물음표를 던진다.
목종이 뒤늦은 후회와 함께 왕권을 바로잡기에 노력하다 실패하자 동성애에 빠지게 되는 과정과 강조의 변을 통해 비참한 최후를 맞는 장면은 현대인들의 잘못된 가치판단이 가져오는 결과에 대해 꼬집으며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자세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위정자들의 그릇된 행동이 국민들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는지를 보여줘 그들의 강한 도덕성을 강조한다. '사랑과 권력'이라는 통속적 사극의 플롯처럼 보일 수 있는 연극이지만 '사슴아, 사슴아'는 평단에서 엄청난 호응을 이끌어 낸 수작이다.
희곡 '데이신따이', '심청의 손에 누가 꽃을 주었는가', '성냥공장 아가씨'를 쓴 작가 오성근은 천 년 전 고려 왕궁의 사랑과 권력을 잡기 위한 암투를 생생한 현장 속 이야기로 끄집어내 현대인들 사이에 가벼워진 자아의 중요성과 사랑의 의미를 씹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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